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7. 렌터카

by Zero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등 각 나라들은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연일 증가하며 일상생활조차 통제하는 지경이 되어버렸습니다.



코로나의 위기는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마스크가 일상화되었고 여러 명이 모이는 곳에 집합 금지와 같은 강도 높은 대책이 시행되기에 이른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위기 속에 시민들은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나 가벼운 외출조차도 자제하는 실정입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국가 방역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숨통을 조이는 어두운 터널. 언제 끝이 날지 모르는 그 감당하기 힘든 고통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든 내일을 찾고자 오늘도 힘겨운 발버둥으로 하루하루를 헤쳐나가고 있습니다.



제주는 예로부터 많은 관광객들로 붐볐습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기 전까지 그곳은 내륙 민들의 마음에 늘 동경의 대상이었습니다. 뭍사람들에게 제주는 언제나 여행하고 싶은 곳 1위였고 신혼여행의 행선지는 두말할 필요 없이 당연 제주였던 것입니다. 하지만 해외여행이 자율화되고 여행사의 값싼 패키지여행 상품들이 자리를 잡으며 제주는 차츰 여행객들의 의식에서 멀어져 갔습니다. 예전의 명성은 어느새 세월의 뒷자락에 주춤거렸고 섬은 잃어버린 지위를 찾고자 무분별한 개발이 이루어지며 부유한 외국인들의 투자처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사태에 다행인지 불행인지 코로나19가 세계를 뒤덮었습니다. 그 여파로 해외여행을 할 수 없는 내국인들이 다시 제주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에 대한 갈증이 심한 사람들의 목마름을 풀어주기에 제주라는 곳은 이 보다 더 안성맞춤 일 수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주는 그 덕에 다시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습니다.



제주를 찾는 많은 사람들은 교통수단으로 으레 렌터카를 이용합니다. 단체관광객이 아닌 소규모 개별 여행자들에게 렌터카는 넓은 섬을 쉽게 둘러볼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존재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렌터카 없이 버스나 택시등 대중교통을 이용해 관광을 한다고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그렇다면 시간과 경비에 있어 적잖은 손해를 보게 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저는 이처럼 제주여행에서 우리에게 편리를 제공해 주는 렌터카에 한 가지 불만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렌터카의 연료량 문제입니다.



제주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전국 렌터카 업체들은 차를 반납할 때 빌려줄 때의 연료량을 다음 고객에게 맞춰 오라고 합니다. 만약 이때 빌려줄 당시의 기준보다 연료가 적게 채워져 있으면 그만큼의 수수료를 현금으로 징수하지만 그와 반대로 그보다 많은 양을 채워 왔을 때는 그 차액을 돌려주지 않는 것입니다.



그럼 저는 왜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내려온 이 제도를 불만이라 하는 것일까요. 좀 쉬운 이해를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먼저 내가 빌리는 차량의 연료가 연료탱크의 4/2였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렇다면 나는 차량을 반납할 때 연료를 4/2에 맞춰 주어야 합니다. 이때 내가 4/2를 맞추지 못해 4/1만으로 반납을 하게 되면 4/2에서 1이 부족한 4/1만큼의 금액을 현금으로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4/2를 넘겨 4/3을 넣어 왔다면 많이 채워진 만큼의 차액을 돌려받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함정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더 많은 연료를 넣어 왔을 때 말입니다. 이는 단순히 제가 차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대서 끝이 나지 않습니다. 앞의 예시처럼 최초 빌려준 4/2보다 1이 더 담긴 4/3을 넣어 왔다면 내가 그 차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그 4/2보다 1이 더 많이 담긴 4/3이 다음 사람의 연료 기준이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회사 측은 많이 채워온 만큼의 차액을 돌려주지 않아 이득을 보게 되고 더불어 다음 사람에게 최초 4/2가 기준이었던 것이 4/1이 많아진 4/3으로 기준이 바뀌며 또다시 4/1에 대한 이득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다시 말해 이중의 이득을 취하게 되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자가를 운전하는 자동차 소유자라면, 어중간하게 채워져 있는 연료의 양을 특정 양만큼 정확히 맞춰 주유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 것입니다.



이렇게 고객의 어려움을 이용해 연료량이 적을 때는 수수료를 받고 많을 때는 차액을 돌려주지 않은 채 다음 사람은 그 많은 양이 기준이 되어 버리는 제도. 이러니 렌터카 회사는 이리저리 이득만 보게 되는 것이 아닙니까. 기존의 양보다 적게 넣어 왔을 때 지불하는 수수료는 당연히 납득이 되지만 더 많은 양을 넣어 왔을 때 차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건 분명 좀 억울한 게 사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그건 아주 간단합니다. 제가 미국과 일본에서 렌터카를 이용해 본 결과 그들의 시스템을 적용하면 쉽게 해결이 됩니다. 그들은 항상 연료를 가득 채워서 반납하게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이 방식을 빌려 만약 고객이 연료량을 적은 상태로 반납하면 반납을 받아주지 않고 가득 채워 와서 반납하라고 하면 됩니다. 그리고 사정이 여의치 않아 연료를 채워오지 못한 고객이 생긴다면 업체 측에서 부족한 연료 금액과 주유소까지 갔다 오는 시간과 인건비를 계산해 수수료를 징수하는 것입니다. 그럼 고객들은 항상 연료를 가득 채워 반납할 것이고 다음 고객은 그 가득 찬 양이 기준이니 더 많이 채워와 차액을 돌려받지 못하는 불상사도, 또 어중간하게 채워져 있는 연료량을 맞추려고 힘겨운 계산을 해야 하는 불편도 겪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는 아주 간단한 일로 업체 측이든 소비자 측이든 어느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쉬운 방법인 것입니다.



우리나라 렌터카 회사가 이 방법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것인지는 그것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기존 방식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우리 고객의 몫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이제는 고객입장에서 볼 때 분명한 이런 비합리적인 방식은 바뀌어져야 할 때가 아닐까라고 저는 렌터카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입니다.


2020. 11. 20

keyword
작가의 이전글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