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ero 연대기1-생
-이 글은 발행된 글 목록 중 제목 “유”라는 글의 전 편입니다. 작가의 인생 연대기라고 생각하사면 됩니다. 작가 스스로 자신이 왜 이런 세상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가지게 되었는지 추적하다 쓰게 된 글입니다.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을 읽고 이해하시는데 조금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아이는 경재개발이 한창이던 70년 중반에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세상과 첫눈을 마주친 곳은 병원이 아닌 시골 초가의 작은 골방이었습니다. 아이는 음력 정월 초 나흘 생으로 어머니는 엄동설한에 아이를 낳고 군불도 지펴지지 않은 얼음같이 찬 방에서 스스로 탯줄을 끊고 겨우 몸조리를 했습니다. 출산한 아내의 방에 불조차 때어주지 않은 아버지는 언제나 가족보다 술이 우선이었고 지병으로 돌아가시기 전까지 주정으로 가족들을 힘들게 했습니다.
변변한 논 한 마지기 가지지 못한 가족은 소작으로 근근이 연명했습니다. 아무리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추수 후 지대를 주고 나면 손에 남는 것은 입에 풀칠이나 면 할 정도의 쌀 몇 가마니가 전부였습니다. 워낙 빈농이다 보니 부농들이 가진 비싼 장비들 앞에 아이의 육체는 늘 고달파야 했습니다. 땀방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여러 현자들은 말했지만 그 말은 아이의 삶 앞에서는 언제나 무력했습니다.
아이는 또래들의 그 흔한 백일 사진이나 돌 사진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이는 특정한 나이가 되기까지 당연히 그런 사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붉은 기와로 단장한 너른 마당을 가진 친구의 집에 놀러 갔을 때 안방 문 위로 걸린 벌거벗은 모습의 친구 돌 사진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는 그것이 돌 사진이라는 것을 한 참의 시간이 흐른 후에 알았고 그 이후로 기본적인 부의 기준을 따질 때 돌 사진이 있나 없나로 판단하는 버릇이 생겨버렸습니다.
아이는 일곱 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음력 3월 이전 생이라 한 해 빨리 입학하게 된 것입니다. 이른 나이 때문인지 천성이 소심해서 인지 학교 생활은 아이에게 잘 맞지 않았습니다. 이른 아침 학교로 등교해 동무들과 활기차게 뛰어노는 친구들과 달리 아이는 학교라는 공간과 친구라는 존재들이 언제나 낯설고 어색할 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