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

잡담

by Zero

예전에 사채업자의 특성을 확실하게 보여주기 위해 장례식장의 시신에서 금반지를 빼내는 모습을 드라마의 한 장면으로 만들었던 적이 있다. 사채업자는 그렇게 독하고 악질적이다. 죽은 망자의 손가락에서 금반지를 빼낼 만큼. 그렇다 보니 우리는 사채라는 말만 들어도 절레절레 고개를 흔든다. 그들의 몰인정에. 그런데 그게 국가라는 이름이나 기업이라는 이름으로 바뀌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비정규직의 일상화 하청에 재하청의 일상화, 안전장비 없이 과노동의 일상화.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이 모든 일들이 합법화되고 실재 사채업자의 손에 의한 살인보다 제도화된 이런 말도 안 되는 제도화 속에 더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어도 이제 우리는 “뭐~늘 그런 거지”라며 당연시하고 자조한다. 그러면서도 국가와 재벌들에 의한 이 살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서 함구로 일관하고 죽은 사람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내가는 사채 업자에게는 그렇게 많은 욕을 해댄다. 관료주의 국가와 재벌공화국. 도대체 어느 누가 더 나쁜 사채 업자인가. 빈부의 격차가 확고하고 을은 늘 을로써 갑은 늘 갑으로써 진골과 육두품속에 불가촉천민으로 살아가는 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어느 게 더 나쁜 놈들인지 도무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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