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

잡담

by Zero

“이제 나의 친구들은 더 이상 우리가 사랑했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고흐의 불꽃같은 삶도, 니체의 상처 입은 분노도

스스로의 현실엔 더 이상 도움 될 것이 없다 말한다

전망 좋은 직장과 가족 안에서의 안정과

은행 계좌의 잔고 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 집, 빠른 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 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 맘도 없진 않지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는데 “


이 가사는 91년도 신해철이 작사, 작곡한 노래“나에게 쓰는 편지의 일부분이다. 어제 포항에 들러 친구와 술 한 잔 하고 오늘 오전 후배 어머님의 장례식장으로 가는 국도의 차 안에서 라디오를 통해 흘러나온 노래다. 나는 이 노래를 고등학생 때 제일 좋아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오늘 반갑게도 라디오에서 나와 잠시나마 옛날의 아련한 향수를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나는 이 노래의 서두에 적어 놓은 가사를 들으며, 도대체 신해철이라는 사람의 사유의 깊이는 어느 정도였는지 새삼 그의 생각의 깊이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노래의 가사는 신해철이 20대 때 만든 것인데 50이 넘은 나도 아직까지 저렇게 일상에서의 우리 삶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지 못하고있다. 그런데 그는 그 어린 20대에 저런 생각을 했다니. 실로 놀랍지 않을 수 없다. 신해철은 철학과 출신으로 어릴 적부터 생각이 남달라 마왕이라는 별명을 얻고 여러 토론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삶에 대한 철학과 사회적 문제들을 거림김 없이 당당하게 말했은데 그런 활동을 한 당시의 그의 나이가 겨우 20~30대였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역시 그는 마왕이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사람임이 분명해보인다.

그리고 그 앞에서 주접떨듯 쓰내고 있는 내 문장이 너무 딱하고 초라해 보여 몸둘바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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