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75. 대중교통을 이용하세요 2

by Zero

이번 “대중교통을 이용하세요” 2편은 대략 칠 년 전 일본여행 동아리를 통해 오사카 여행을 하고 카페에 올린 후기로 대신해 보겠습니다.


아침 일찍 일행들은 인천 공항으로 모여들었다. 서로 처음 만난 이들이다 보니 잠시 어색함이 보였지만 모두들의 표정엔 여행의 설렘이 깃들어 있었다. 우린 가벼운 인사로 안면을 턴 후 운영자님의 노련한 노고로 무리 없이 일본을 향해 날아올랐다. 두 시간여의 비행으로 일본에 도착하자 난바에서 각자 점심을 해결하고 호텔에 여장을 푼 후 그 유명한 오사카 성으로 향하며 공식적이라 할 첫날 일정을 시작했다.


역에서 내리자 운영자님께서는 오사카성의 역사를 설명했다. 우리는 그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그를 따라 "천수각"으로 올랐다.


난 천수각을 오르며...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니, 오사카의 영화여 꿈속의 꿈 이로다"라는 히데요시의 절명시를 생각했다.


이 시는, 2001년 임진왜란과 이순신 장군의 삶을 다룬 명작, 소설"칼의 노래"에 실려 있었다. 히데요시는 당시 무를 바탕한 정치권력과 상업 이윤을 추구했는데 그가 이슬처럼 세상을 떠나자 일본군은 더 이상 전쟁을 버텨낼 수 없었다고 책에는 쓰여져 있었다.


이 날 본 오사카성은 창건당시의 20%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적혀 있었지만 내가 보기엔 10%로도 겨우 안 돼 보였다. 이를 볼 때 오사카성에 담긴 히데요시의 화려한 부귀는 한 낱 봄바람에 묻은 꿈이었고 인간 이기의 허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정녕 춘몽 중에 또다시 꿈이었음이 분명해 보였다.


우메다 공중정원에서 야경을 감상하고 돌아온 우린 운영자님과 몇 이서 가까운 선술집을 찾아 맥주를 마셨다. 난 오랜만에 마신 술이라 몇 잔의 맥주에도 금방 취기가 올랐다. 우리는 두 시간 정도 담소를 나누며 기분 좋게 첫날의 여독을 풀었다. 술자리를 마무리하고 돌아오는 길엔 전철 막차를 이용했다.


막차인 전철에 오르자 객차 안은 술냄새로 가득했다. 모두들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한잔의 술로 지친 삶을 위로하며 또다시 내일의 치열함을 위해 막차에 오른 모습들이었다. 난 진동하는 술냄새를 맡으며 창밖으로 스쳐가는 도심의 불빛들을 보며 우리나라 취객들의 비애를 생각했다.


난 한국에서 술을 마시면 꼭 택시를 타려고 노력했다. 이유는 술냄새를 풍기며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 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많은 비주취자들도 주취자가 탑승하면 불쾌해하고 인상을 찌푸리기 일쑤이다. 나 또한 그랬던 기억이 있다. 한데 생각해 보면, 우린 항상 극심한 교통체증과 제정적 낭비를 이유로 시민들에게 대중교통이용을 당부한다. 그런데 정작 술을 마시고 눈치가 보여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다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그 답을 알 수 없었다.


술을 마시면 음주운전이란 범법 때문에 자가운전은 당연히 안된다. 택시는 승차거부가 만연하고 비용 또한 만만치 않아 서민들에겐 부담이 된다. 그렇다 보니 결국 우리는 버스와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는데 그 조차 시민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어떻게 귀가를 해야 한단 말인가. 걸어서 집에 까지 가야 한다든지 아님 외부에선 술을 마시지 말며 항상 가정 내에서나 인근 도보가능거리의 동네에서만 마셔야 한다는 것인가. 참 웃긴 것 같지만 이런 상황들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몇 잔의 술에 적당히 취해 방에 들었는데, 모처럼의 술기운이라 그런지 피곤한 몸에도 첫날밤 잠은 생각처럼 쉬 오지 않았다.


2021.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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