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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n 13.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46. 테러범과의 협상

몇 년 전 이탈리아에서 일어났던 일입니다. 이탈리아 국민 몇 명이 테러범에게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입니다. 테러범들은 돈을 요구했고 이탈리아는 특별한 군사작전 없이 인질로 잡혔던 자국민들을 무사히 귀환시켰습니다. 일부 국가들은 이탈리아가 테러범들에게 거액의 금액을 지불하고 인질들을 구출한 것일 거라고 수군 거렸습니다.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 정부는 그런 주변국들의 말들에 대해 그 어떤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무의식 중에 테러범들과는 절대로 협상을 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립니다. 이러한 원칙은 미국 허리우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로 미국의 공식적인 대테러 입장에 바탕을 둔 것입니다. 미국은 정말 그렇습니다. 그들은 테러범과 협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타국과는 달리 자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과감한 구출작전을 벌입니다. 그리고 만약 그 작전이 실패로 끝나고 행여나 인질로 잡힌 자국민들의 생명에 문제가 생기면 전쟁까지 불사 합니다. 그것이 미국입니다. 미국은 그런 나라인 것입니다.


  미국은 그렇기 때문에 테러범과의 협상은 없다는 소신에 정당성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딱히 대책도 없이 어디서 들은 소리는 있어서 테러범과는 어떠한 협상도 하지 않는다는 원론적인 정책만 내뱉는 인간들은 분명 문제가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만약 미국처럼 군사작전을 펼쳐 인질로 잡힌 자국민을 구출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돈을 주고서라도 인질을 구출해 와야 하지 않겠는가 이 말입니다.


  제 얕은 지식으로는 테러범과 협상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테러범과 협상을 해 인질의 몸 값을 지불하는 선례를 남기면 테러범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납치 사건을 벌일 거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충분히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한 번 돈을 주면 그 성공에 맛들어 테러범들이 재범을 저지를 확률은 분명히 높아질 테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도 모를 미래의 사건을 가정해 당장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의 희생을 어쩔 수 없는 불가피한 일이라고 한다면 그게 과연 옳은 판단일까요.


  미국은 9.11 사건 이후 테러에 대해선 절대적으로 타협을 하지 않는 강경책을 펴고 있습니다. 또 유럽과 중동은 다양한 테러 집단들에 의해 곳곳에서 테러에 의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그 불안이 각 나라 시민들에게 적지 않은 공포를 안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나라 또한 2011년 소말리아 인근의 아덴만 해상에서 해적들에게 삼호주얼리호 가 피랍되며 테러의 아픔을 겪어야 하기도 했어고 말이죠.


 이렇듯 테러는 이제 특정 일부 국가만의 일이 아닙니다. 반 인륜적 테러 행위는 어느덧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군사력이 강한 나라는 그러한 테러에 대항해 무력으로 자국민을 구하고 지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군사력이 약한 나라는 결국 자국민을 구하기 위해서 테러범들의 요구를 불가피하게 들어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탈리아 정부가 혹여 테러범들에게, 인질로 잡힌 자국민들을 구하기 위해 돈을 주고 협상을 했다 하더라도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오히려 저는 이탈리아 정부가 진정 옳은 판단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쟁취하고자 하는 테러의 부당함은 두 말할 필요조차 없는 극악무도한 행위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래서 그런 범죄 집단들에게 어떠한 자금도 흘러 들어가지 않게 하려는 비타협 정책은 누구라도 이해할 만합니다. 그렇지만 돈을 주지 않고 인질을 구할 뾰족한 방법이 없다면 저는 몸값을 주고라도 그들을 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비록 테러범들에게 군비 축적 자금이 흘러들어 가 더 많은 테러가 일어나는 것을 막는다는 정당한 명분이 있다 하더라도 결국 인간의 목숨이 돈 보다 더 가치가 없다는 논리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말입니다.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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