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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n 16.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51. 월급과 체인점

얼마전 전국에 체인점을 가진 한 유명 치킨집의 치킨 한 마리 가격이 배달비를 포함해 3만원대에 진입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국민 간식이라 할 수 있는 치킨 한 마리의 가격이 3만원이라니. 이제 주머니가 얇은 서민들은 바야흐로 치킨 한 마리 사먹는 일조차 부담스러운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저는 대구에 삽니다. 어느 통계를 보니 대구 근로자의 임금이 전국에서 제주 다음으로 낮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희 대구 사람들은 그 낮은 임금을 가지고서도 어떻게든 목숨 부지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서울 사람들이 대구 사람들의 이런 임금을 보게 되면 그 돈으로 삶이라는 게 가능한가 싶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가능합니다. 이유는 임금이 낮은 대신 생활 물가 역시 그에 비례해 서울보다 낮기 때문에 말입니다.



   대구의 물가는 서울보다 낮습니다. 삼겹살 식당을 예로 들어 보자면 서울과 비교했을 때 일 인 분에 몇 천 원 정도의 차이가 납니다. 아마 제 생각이긴 하지만 이런 차이의 이유는 가게 임대료와 개인 소득의 차이에 따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서울과 대구의 부동산 가격과 임금이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렇다 보니 개인이 운영하는 일반 식당이나 가게 같은 경우는 이런 소비자 가격이 그 지역의 경제적 특성에 따라 차등을 보이게 되는 것일 테고 말이죠.



   아무튼 요즘 우리 사회의 요식업들은 식당이건 커피숍이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곳보다 전국적인 판매 유통망을 가진 체인점이 대세를 이루고 있습니다. 어디를 가나 특정 브랜드의 똑같은 간판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쯤에서 제가 왜 이번 글의 제목을 월급과 체인점을 삼았는지, 도대체 그 둘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지 한 번 풀어 보겠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대구 노동자의 임금은 서울보다 낮습니다. 이 말은 서울 노동자들보다 적은 생활비를 가지고 일상생활을 살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대구의 개인 음식점 같은 경우 현지 노동자의 임금과 부동산 임대료 등의 감안해 서울보다 낮은 음식값을 책정해 놓음으로 비록 서울보다 임금이 낮더라도 시민들의 생활비 부담에 군형이 맞춰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러함들을 체인점으로 그 폭을 넓히면 전혀 다른 상황이 벌어집니다. 간단한 예로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카페의 커피를 한 번 들어 보자면, 우선 전국에 유통망을 가지고 있는 특정 카페의 체인점 같은 경우 아메리카노 한 잔 가격이 3천 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서울 노동자는 대구 노동자 보다 임금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대구 노동자 보다 커피 구매에 있어 경제적 부담이 적습니다. 다시 말해 대구 노동자의 3천 원과 서울 노동자의 3천 원에 대한 체감 가치가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월 3백만 원을 버는 노동자와 월 1백만 원 밖에 벌지 못하는 노동자에게 3천 원이 어찌 똑같을 수가 있겠느냐 이 말인 것입니다.


 


   문제는 그런 카페를 비롯한 전국적 체인망을 가진 식당 같은 경우 판매 상품 가격 책정 기준을 과연 어느 지방의 생활 수준으로 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제가 지인을 만나거나 볼일 차 가끔 서울에 가보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전국에서 임금이 제일 낮은 제주와 대구는 분명 아님이 확실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예로든 전국 체인점 카페에서 판매하는 아메리카노 같은 경우 각 지방의 임금 차이만큼 판매 가격이 지방의 소득 수준과 부동산 임대료에 맞춰 차이를 보여야 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고 수입이 높건 낮건 임대료가 싸건 비싸건 전국 모두 동일하다는 것입니다.



   분명 일반 노동자들이 벌어 들이는 임금과 부동산 임대료는 지방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 체인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소비재들은 전국적으로 가격이 동일하니 임금이 낮은 지방민들 같은 경우 도대체 어떻게 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더욱 큰 문제는 이제 식당이건 카페이건 전국 유통망을 가진 이 체인점이 대세라는 것입니다. 모든 가게들이 가맹점화 되어가고 그 수는 점점 더 많아져 전국에 유통 판매 되는 물건들의 가격이 모두 똑같아진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역에 상관없는 이 체인점들의 동일한 판매 가격 책정은 전국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모든 소비자들에게 지역 차별 없이 똑같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명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체인점이 많아질수록 지방의 낮은 임금으로 살아가는 시민들의 경제적 생활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역을 기반으로 둔 가게들은 그 지역의 경제 환경에 맞추어 제품가격을 책정하니 별로 문제가 없지만 전국 동일한 가격을 받는 체인점 같은 경우 월급봉투 얇은 지방민들에게는 분명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전국 체인점이 점차 늘어가고 그 가격이 노동자의 임금과 상관없이 동일한 만큼, 지방민들의 임금이 올라가던 아니면 체인점의 물건 가격을 지방 근로자의 소득에 맞춰 차이를 두던 양단간에 결정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 임금 대비 소비 가격이 균형을 이뤄 지방민들도 숨통 좀 트고 살아 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것이 식당이건 커피숍이건 날로 늘어만가는 체인점의 세상에서 일개 월급쟁이로 살아가는 저의 작은 바람입니다.


2021. 5.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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