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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ro Jun 18. 2023

건조체 글쟁이의 삐딱한 세상-꼴통

26. 적립금

우리나라의 법은 국회의원이 만듭니다. 대통령, 시장, 시의원들이 제정하는 령이나 조례, 규칙등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법을 만드는 것은 국회의원입니다. 가정법을 쓰더라도 만에 하나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저는 제가 그런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 된다면 제일 먼저 발의하고 싶은 법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다름이 아닌 적립금과 쿠폰, 포인트 제도를 모두 폐지하는 법입니다.


  요즘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는 물론 동네 슈퍼나 식당 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구입하면 항상 따라붙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적립번호나 쿠폰 또는 포인트가 있느냐 없느냐를 묻는 물음말입니다. 이는 우리가 어느 곳을 가더라도 꼭 듣게 되는 말로 적립금과 쿠폰, 포인트는 어느새 우리가 공기로 숨을 쉬는 것처럼 생활의 당연한 부분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저는 우리의 소비생활에 경제적 덤으로 주어지는 것과 같은 이 적립제도에 큰 반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제도들로 소비자들이 적지 않게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저는 많은 사람들이 불만 없이 사용하고 있은 이 제도에 무엇을 손해 보고 있다는 것일까요. 그러면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부터 한 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해의 편의를 위해 짤막한 예를 하나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제가 여행을 다니다 낯선 장소에서 배가 고파 지역 빵집에 들러 빵 한 봉지를 구입한다고 치겠습니다. 빵 값은 삼천 원입니다. 이때 값을 치르려고 돈을 꺼내면 점원이 적립번호나 할인 쿠폰이 있느냐고 묻습니다. 저는 당연히 그곳에 살지 않기 때문에 그 적립번호나 할인쿠폰이 있을 리 없습니다. 그럼 가게 점원은 또다시 묻습니다. 적립카드를 만들겠느냐고 말이죠. 저는 당연히 이곳에 여행을 다시 오지 않는 이상 그 가게를 들를 일이 없기에 만들지 않겠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점원은 알았다고 말하며 삼천 원을 최종 결재 하고 나는 빵을 들고 가게를 나옵니다.


  이때 나는 가게를 나서기 전 점원에게 슬쩍 한 번 물어봅니다. 적립카드를 만들어 적립하게 되면 얼마가 적립되는지를. 그러면 직원은 결재 금액의 10%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이번 빵 구입에서 제가 빵값으로 삼천 원을 지불했으니 삼백 원이 적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결코 적다 할 수 없는 돈입니다.


  저는 벤치에 앉아 빵을 한 입 베어 물며 생각해 봅니다. 적립되는 금액이 삼 백 원이면 적립해주지 말고 그 금액을 물건 값에서 제한 이천 칠백 원을 받으면 안 되는 것이냐고요. 왜냐하면 적립했을 때 받게 될 삼백 원은 이미 원가로 책정되어 빵값에 포함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적립금은 특정 금액 이상이 쌓여야 사용 가능 하기에 그곳에 살지 않고 그 가게에 다시 들를 일이 없는 저은 삼백 원이 적립되어 봐야 아무 쓸모가 없는 것입니다. 차리리 현장에서 삼백 원을 할인받아 이천 칠백 원에 사는 것이 실질적으로 득이 된다는 이 말입니다.


  우리나라에 연간 사용하지 못하고 소멸되는 적립금이 수천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 적립금으로 주어지는 금액만큼 사업자 측은 물건값에 미리 원가를 책정해 포함시켜 놓았을 것이기 때문에 업체 측은 이래저래 손해 볼일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 소멸되는 적립금의 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인 우리들의 몫이라는 것입니다.


  2000년대 초. 도서 정가제 시행으로 출판업계와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이 혼란스러웠던 적이 있습니다. 온라인 서점들의 적립금과 포인트, 쿠폰등에 의한 과열 가격경쟁으로 출판시장이 위축돼 그것을 살리고자 출판사들이 정한 가격보다 싸게 팔 수 없게 하는 내용이 정책의 주요 골자였습니다. 저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으로서 그 정책은 제 개인적으로는 분명 손해였습니다. 지금까지 적립금과 쿠폰 사용으로 할인받았던 것보다 비싼 가격으로 책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하지만 소비시장에서 제대로 된 책값을 받아야 되는 게 정상적이고 옳은 일이다 보니 저는 그 정책을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문제는 시중에 판매되는 책 값이 적립금과 쿠폰, 포인트의 할인률을 감안해 이미 높게 형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그 시절 도서정가제를 실시하되 이미 적립금과 쿠폰, 포인트를 감안해 높이 책정된 도서의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낮춘 후 실시하라고 강력하게 성토했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립금과 쿠폰 그리고 포인트가 마치 공짜로 주어지는 불로소득 같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 보십시오. 한 핏줄을 가진 가족들조차도 돈으로 싸움질하는 세상 아닙니까. 그런 세상에 이윤추구가 유일한 목적인 장사꾼들이 일면식도 없는 우리에게 공짜로 뭘 준다는 게 말이 되겠습니까. 물론 단골 가게를 꾸준히 이용하며 적립금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매년 수천억의 적립금이 사용되지 않고 소멸 되는 현 상황에서, 적립되는 금액만큼 그때그때 현장에서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게 낮지 소액으로 제대로 써보지도 못할 적립금 몇 점이 쌓여본들 당장 우리에게 무슨 득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만약 제가 법을 만들게 된다면 여러 가지 조건으로 사용하지 못해 사라져 버리는, 소비자에게 분명 손해를 안기는 적립금과 쿠폰, 포인트 제도를 없애버리겠다고 한 것입니다.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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