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의 끝이 아닌, 시작으로서의 노년.
어른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되는 줄 알았다.
어린 시절엔 그랬다.
나이를 먹으면 어른이 되는 줄 알았고,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지혜로워지고,
너그러워지며,
누군가에게 본이 되는 존재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나이를 먹으며 문득문득 생각한다.
‘나는 정말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그리고 동시에 내 마음 어딘가에는
‘나이 드는 것과 어른스러움은 별개의 문제’라는 사실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다.
남편과 나는 종종 ‘어른학교’에 대해 이야기한다.
어르신들을 위한 학교,
삶의 마지막까지 사람다움과 품격을 배울 수 있는 그런 공간.
예절을 배우고,
고운 말을 배우고,
다정하게 귀 기울이는 법을 익힐 수 있는 곳.
그리고 세상과 단절되지 않기 위해
젊은 세대의 언어와 변화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곳.
처음엔 농담처럼 꺼냈던 이야기였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심이 되어갔다.
그만큼 우리 사회엔 ‘존중받고 싶은 어른’이 되기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는노인이 되어가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경제’나 ‘건강’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때로는
“그 말은 요즘 아이들이 듣기에 상처가 될 수 있어요.”
“그 행동은 요즘 예의에서 멀어졌어요.”
라고 다정히 알려줄 수 있는 누군가,
그걸 민망하지 않게 배울 수 있는 작은 장이
이 사회에 꼭 필요하지 않을까.
그들을 탓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채
오직 ‘살아온 시간’만으로 어른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노인이 된다는 건
단순히 ‘많은 것을 안다’는 뜻이 아니라,
‘배우는 일의 끝’이라는 잘못된 환상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러니, 이제라도
배움 앞에서 겸손한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어른들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 더 다정하게 배우고 싶다.
그리고 나중에 나도 노인이 되었을 때
누군가의 기억 속에 ‘사랑스러운 어른’으로 남고 싶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건,
가르치지 않아도 되는 일이 아니라
배우고 또 배우는 사람으로 남겠다는
조용한 다짐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