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블루문 Mar 01. 2024

파묘 - 세겹줄은 끊어지지 않는다







무속인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돈 많은 집의 이장건을 수주하고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에게 도움을 청한다. “ 묘 하나 잘못 건들면 우리 다 끝장 나”라며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된다. 한기 가득한 묫자리, 불길한 느낌, 열어서는 안될 관뚜껑이 열리면서 험한 것이 튀어나오는데...



<검은 사제들>, <사바하>로 퇴마세계의 독특한 장르를 개척한 장재현 감독이 한 건 터뜨린 것 같다. 기존 작품도 나름대로 인기를 끌었는데 이번엔 입소문이 대단하다. 한 우물을 파다보니 제대로 수맥을 건드렸다.


오컬트 장르는 되도록 회피하는 내가 극장까지 간 걸 보면 뭔가 궁금증을 견딜 수 없게 만드는 요소가 있다. 특히 한국인이라면 풍수와 묫자리에 관심이 많을테니까. 


초반부는 우리가 뻔히 아는 클리셰로 시작한다.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물길이 깊어지더니 결국 사납게 굽이친다. 


<엑소시스트>와 <검은 사제들>에서는 둘이 덤벼서 싸우는데 여기는 멤버가 특이하다. 무속인 둘에 풍수사와 기독교인 장의사가 힘을 모은다. 퇴마계의 어벤저스라고나 할까. 영화의 오락적 요소를 갖추는 구성이다. 


협력. 세계관의 대척점에 놓인 멤버들이지만 뜻을 같이하는 게 감동이다. 이웃종교에 대한 존중이 돋보인다. 어떤 기이한 체험이든 그들안에서만 공유한다. 그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려 하지 않는다.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간다는 창세기의 언어는 최민식의 읊조림으로 내면화된다. 심지어 그는 흙을 맛보기도 한다. 40년간 묫자리만 보고 다녔으니 오죽했겠는가. 


유해진은 전도서의 성경구절을 동원하며 최민식을 돕는다. 


 “한 사람이면 패하겠거니와 두 사람이면 맞설 수 있나니 세 겹 줄은 쉽게 끊어지지 아니하느니라” (전도서 4:12)


결말 처리가 산뜻했다. 험한 일은 잠깐이지만 일상의 소중함은 길고 영원하다. 어쩌면 죽음도 일상의 하나일진데.


* 김고은의 굿 장면은 굿(Good)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북 오브 헨리 - 좋은 엄마의 충분조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