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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Oct 12. 2023

악마는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이노센트>의 어린이



새로운 아파트로 이사한 이다와 안나. 언니 안나는 자폐아동이라 부모는 늘 노심초사다. 이다는 이웃에 사는 벤자민과 친구가 되는데 그는 염력을 이용해 물체를 옮기고 사람들을 조정한다. 아이샤는 특별한 능력이 있어 안나와 소통하면서 급기야 안나에게서 말하는 능력을 이끌어낸다. 하지만 벤자민이 호기심으로 시작한 장난이 이들의 평화를 깨고 분노의 불을 붙여 자신에게 불친절한 이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영화는 무서운 파국으로 진행된다.


노르웨이의 에실 보그트 감독이 연출한 <이노센트>는 아이들 세계에서 벌어지는 공포를 그렸다. 부모들이 생각하는 천진한 아이들의 행동반경을 벗어난 이 호러는 동심을 파괴한다기보다는 무서운 동심이 어른들을 경악케한다.


공포라는 것은 사실 어릴 때 많이 느끼는 감정이다. 잠잘 때 불을 끄면 무서움을 느끼고 어두운 길을 혼자 걸을 때 두려움이 엄습했다. 한편 그 두려움은 스릴넘치는 재미도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끼리 모이는 밤이면 꼭 귀신이야기로 마무리를 했다. 재래식 변소에서 벌어지는 파란종이 빨간종이부터 부모님 세대를 괴롭혔던 달걀귀신에 이르기까지.


아이들이 착하다는 건 상당 부분 오해다. 단지 악의 깊이를 모를 뿐. 우린 어린시절의 빌런들을 중년이 된 오늘까지도 소름 끼치도록 기억한다. 그들은 나의 약한 마음을 잘 알고 있었고 언어폭력과 물리적 폭력이 허용되는 유일한 시기도 어린 시절이었다. 부모님들은 어릴 땐 원래 치고받고 싸우는 거라고 그 심각함을 무시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싸움이라는 것은 결국 더 잔인한 놈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오히려 무모한 건 어릴 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그들에게 무서운 무기가 주어진다면?


<이노센트>에서는 빌런을 대항하는 슈퍼히어로도 등장한다. 자폐를 가진 안나다. 부모는 안나가 가진 능력을 절대 알 수 없지만, 안나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악의 영향력에 반작용을 가한다. 결국 이 영화는 어린이 판 <매트릭스>에 다름 아니다. 보이는 세계 이면에 다른 세계가 있고 그 세계의 힘을 동원해 현실에서 전투를 벌인다. 


빌런 벤자민을 변호하자면, 그는 엄마에게 학대받는 아동이다. 집에 먹을 것도 변변히 준비돼 있지 않다. 또래들에게서도 소외된 그는 결국 염력에 심취한다. 그리고 그 힘을 새 친구인 이다에게 과시한다. 현존하는 악은 나이를 따지지 않는다. 결핍된 영혼 속으로 파고들어가 악의 세력을 넓히기 위해서라면 연령을 고려하는 배려 따위는 없는 것이다. 오히려 선악을 구분하는 이성이 부족하기에 자칫하면 어른보다 끔찍한 사건의 주인공이 될 수도 있음을 영화는 경고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도 그런 위험에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 미친 세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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