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문과 구정물

대안 8 : 차별하지 말고 다름을 인정하라

by 블루문




초등학교 때 우리 반에 구정문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의 별명은 구정물이었다.
꾸정물이라 부르는 애도 있었다.
오늘 갑자기 그 친구 이름이 떠올랐다.
자기가 그 이름을 갖고 싶어 갖게 됐나.
물려받은 이름을 가지고 놀려선 안 되는 거다.

마찬가지로 태어나면서 갖게 되는 것들로 놀림을 받거나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키가 작게 태어나고, 피부색이 검게 태어나고, 지적능력이 부족하게 태어나고, 얼굴이 잘 생기지 못했다고 비난받아서는 안된다.

태어나 보니 한라산 고지대의 나무여서 모진 한파와 극심한 바람을 못 견디고 일찍 고사한 나무도 있다. 반대로 철쭉으로 태어나 5월 산행객들의 찬사를 들을 수도 있다. 들꽃으로 태어나 밟힘을 두려워하며 살기도 하고, 연못에서 화려한 꽃으로 피기도 하는 것. 그게 생존이고 삶이다.

태어나보니 기아선상의 아프리카이고 태어나보니 북유럽의 복지국가인 것을 우리는 바꿀 수 없다. 그 바꿀 수 없는 한계를 폭넓게 수용하고 극단적 차이를 줄여가는 일. 그것이 공정 equity이다.


십 년 전 우리나라에서 열린 국제 행사를 주최한 적이 있다. 그때 흑인 세 명이 들어오는데 나도 모르게 어디서 오셨냐고 물었다. 머릿속으로는 케냐쯤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영어가 유창한 미국사람이었다. 그때 뒤통수가 띵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피부색에 대한 편견이 가득한 나 자신을 반성했다.


태어나보니 호남이고 태어나보니 영남이다. 그 차이조차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평생을 비난하며 살아가는 것이야 말로 이번 세대로 종결지어야 할 숙제다.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는 것이 다양성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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