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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Nov 12. 2023

실화라서 짜릿했던 <비공식작전>

1986년 대한민국의 오재석 서기관이 레바논에서 납치된다. 그리고 1년 8개월간 생사여부도 알 수 없는 시간이 흐른다. 외무부의 중동전문 이민준 사무관은 실력에도 불구하고 학벌에 밀려 미주지역 도전에 실패한다. 분노에 가득 찬 날을 보내던 중 우연히 걸려온 전화에서 오재석 서기관의 암호를 듣게 되고 이 일로 외무부는 발칵 뒤집힌다. 장관은 VIP에게 보고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하며 대통령실에 접근하는데 인질을 구하기 위한 뒷거래가 외교적 부담을 안게 되고 자칫 안기부에서 알게 되면 난리가 날 일이라 고민이 깊어진다. 결국 500만 불을 주면 인질을 넘겨주겠다는 빅딜이 이뤄지자 안기부가 끼어들면서 공적을 빼앗고 싶어 하는데 외교부에서 누군가 십자가를 져야만 했다. 그리고 다음날 이민준 사무관(하정우)이 스위스로 출국한다. 



1987년 대선과 1988년 올림픽을 앞둔 대한민국은 전두환 정권의 말기, 정권연장을 위해 어떤 제물이라도 필요한 상황이었기에 대통령결재가 이뤄진 것이다. 사실 서기관 1명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자비로운 선택이 아니라 보여주기식 쇼앤텔의 목적이었던 것이다. 



레바논에 도착해서 공항에서부터 일이 꼬인다. 돈냄새를 맡은 레바논 군인들이 들개처럼 달려들기 시작하면서 다른 조직과 연계한 것이다. 거기서 만난 한국출신 택시기사 김판수(주지훈)를 만난 것이 천운인지 천형인지 모를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는데..






이후부턴 우리가 상상하는 그 전개방식이 진행된다. 그렇다. 김판수는 큰돈을 보고 유혹을 느끼고 일을 망치려고 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김판수는 골룸 같은 존재다. 그를 통하지 않고는 오 서기관을 구할 수 없는 유일한 현지인인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한국 내에서는 외무부와 안기부의 세력다툼이 벌어진다. 해외에서도 국내에서도 결국은 내부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이다. 



<교섭>, <모가디슈>를 본 기시감이 있던 터라 이 영화가 올여름 블록버스터에서 엎어지고 말았지만, OTT를 통해 패자부활전을 충분히 노릴만했다. 감독이 <끝까지 간다>의 김성훈이니까. 믿고 봤고 믿을 만했다.



특히 레바논에 도착해서 벤츠 택시를 타고 베이루트로 향하는 그 골목길에서 점차 상승하는 카메라로 온 시가지를 비추는 장면에서 마음이 빨려 들어갔다. 드론이다. 스필버그도 상상할 수 없었던 수직상승 카메라. 이 기술을 여러 번 선보이는데 중동의 모래바람 속 석조가옥들의 정겨움이 한껏 다가왔다. 그리고 터벅터벅 길을 걷는 하정우 뒤편의 설산 배경이 아찔하다. 


무엇보다 카체이싱 촬영이 발군이다. 좁은 골목을 질주하는 벤츠 280이 정말 애썼다. 





국가가 최선을 다해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은 80년대나 지금이나 이제 우리의 희망범위를 떠났다. 


감초 주지훈과 외교관역엔 최적인 하정우의 이판사판 난리부루스 버디무비로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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