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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Dec 10. 2023

끝까지 간다 - 원판이 좋으니까

<넷플릭스> 일본판 "끝까지 간다"

잘 만든 콘텐츠는 국경을 초월한다. 김성훈 감독의 <끝까지 간다>의  동명리메이크작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되었다. 일본판이다. 중반까지는 오리지널 스토리를 준용한다. 빗길 교통사고, 어머니 장례식, 전화와 메시지로 전해오는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까지.


주인공 형사는 야쿠자로부터 일종의 뇌물을 수수했는데 그 감찰이 나온다고 하자 겁을 먹는다. 빗길을 달리는데 갑자기 한 청년이 차로 달려든다. 놀라서 나가보니 이미 사망했고, 본능적으로 시신을 유기하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는 지금 그 사망사고를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탈진한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시신을 애타게 찾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헤어날 수 없는 늪이 펼쳐진다.


스릴에는 두 가지가 있다. 악인이 쫓아오는 전형적인 스릴도 있지만, 주인공의 죄가 들킬까 봐 조마조마한 경우도 있다. <끝까지 간다>는 후자다. 우리는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혼, 박봉, 작은 뇌물수수, 갑작스러운 사고, 은폐, 어머니의 사망-에 그대로 이입되면서 그의 범죄를 함께 숨겨주려는 마음이 든다. 한 사람에게 끝없이 몰려오는 스트레스를 견디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원작에서는 이선균과 조진웅이 끝까지 가는 사투를 벌이는데 리메이크에서도 그 구도는 그대로 진행되는데 일부 각색이 되어 사건과 인물이 추가된다. 그리고 전반부를 빌런의 시점으로 복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결국은 투톱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선악의 구분을 없애는 듯했다.


사막에 사는 도마뱀은 모래가 뜨거워질 때마다 발을 바꿔 폴짝거린다고 한다. 아무리 뜨거워도 사막을 떠나지는 않는다는 아이러니. 그 도마뱀은 두 마리였다.


영화는 위기의 상황에서 '임기응변'으로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잘 그린다. 원작의 마지막 장면에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 금고장면이 해피 엔딩(?)이었다면 리메이크는 더 야릇한 여운을 남긴다. 이번 금고는 거의 백 평이나 되니까.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 아이를 유괴하여 시신과 맞교환하는 장면은 과잉이었다. 아무리 배우라도 어린 배우에겐 적합하지 않은 역할이었다.


** 엔딩크레디트에 당당히 나오는 김성훈의 원작, 어깨가 으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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