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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Dec 16. 2023

잠 -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






영화배우 현수(이선균)는 어느 날부터 밤에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한다. 아내 수진(정유미)과 병원에 가서 몽유병의 진단을 받는다. 수진의 엄마(이경진)는 이게 의학이라기보다는 신의 활동이라고 단언하고 부적을 붙이라고 하고 용한 무당을 섭외하기에 이른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가족 하윤이가 태어나는데.


유재선 감독의 <잠>은 한국판 <겟아웃> 같은 심플하면서도 영적인 기운을 풍기는 웰메이드 미스터리 호러다. 별것 아닌 소리도 때론 우리를 공포에 갇히게 만들고 막연한 근심이 현실로 일어날 것 같은 두려움에 누구라도 붙잡고 의지하고픈 연약한 인간 심성을 잘 조율하고 있다. 그것이 의학이든 종교든 인간은 반은 믿고 반은 의심한다.


몽유병은 자신이 꿈을 꾸며 걸어 다니며 몸을 긁거나 음식을 게걸스레 먹어치우는 걸 기억하지 못하는 기이한 질병이다. 렘수면 장애라고도 불리는데 완치라기보다는 완화를 목표로 인내심을 갖고 치유해야 한다고 극 중 의사는 말한다. 하지만, 환자로 인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환자 가족의 고통까지는 공감해 주지 못한다. 그건 의사든 무당이든 목사든 주지스님이든 마찬가지다. 그래서 결국은 가장 가까운 사람, 배우자가 도와야 한다. 이 집의 표어처럼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이것이 무속의 영역에서는 좀 더 극적으로 치유되어야 했다. 그래서 무속은 대개 날짜와 시간을 중시한다. 만일 현수를 괴롭히는 것이 진짜 영적인 존재라면 온갖 행위를 통해 뭔가 퍼포먼스를 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부적이고 빙의굿이고 천도제다. 그렇게 깨끗해질 수 있다면 우리는 거기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도 서슴없이 지불하고 말 것이다. 무당이 몰고 온 자가용이 최고급 수입차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당뿐인가. 자본이라는 신은 종교를 가리지 않고 스며들었다. 그래서 교회에서도 사찰에서도 돈문제로 벌어지는 각종 사건이 꼬리를 문다. 인간의 연약한 마음은 결국 돈을 내고서야 해결된다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때론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종교까지 이해해 주어야 할 때가 있다. 그건 사랑하는 사람의 신념의 영역이니까. 사랑한다면 그까이꺼 눈 한번 찔끔 감아 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렇게 두 사람은 극복 못 할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 부부는 때로 그런 위력까지도 감행해야 하는 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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