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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Feb 10. 2024

독특한 K-다크히어로 드라마

<살인자 o 난감>의 정의



취준생 이탕(최우식)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가 꿈이다. 돈을 모으기 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는데 어느날 취객들의 모욕과 폭행을 견디다 못해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다.



풍선껌을 씹는 형사 장난감. 그의 존재감으로도 숨이 막히는데 그가 이탕에게 다가올 수록 더 숨통이 조여온다.


이탕은 고교시절 학폭에 시달렸다. 괴롭히던 놈들은 나중에 공무원 혹은 회사원으로 잘 풀렸는데 왜 자신의 인생은 이리도 지질한 것일까. 캐나다 로키산맥으로의 여행은 과연 꿈에 그치는 것일까.



다행히 살인의 현장은 노출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증거가 남지 않은 살인사건이 단지 시작일 뿐이었다는 것이다. 약점 잡힌 인생을 파고드는 똥파리들이 있었고 그 노예생활이 시작될 판이었다. 차라리 감옥에 갈까. 하지만 두렵다. 노예가 되지 않으려고 발버둥 치는데 놀랍게도 이탕을 돕는 손길이 있었다.



시리즈를 통틀어 가장 유니크한 배역이자 기똥찬 조연 노빈(김요한)은 일명 사이드킥이다. 히어로는 못되고 히어로의 작전참모가 되어 모든 스토리텔링을 만들어준다. 배트맨과 로빈에서 로빈의 역할이라 이름도 노빈. 그를 만나면서 안전을 찾았나 싶었더니 사실은 태풍의 눈으로 들어와 버린 것. 여기서부터 스토리는 줄기차게 뻗어나간다.


<살인자 o 난감>은 원작 웹툰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코리안 범죄 스릴러인데 <범죄도시>같은 선악 이분방식이 아닌 창의적이고 입체적인 느와르물이다. 시리즈내내 선악의 구분이 없다. 단, 정의와 법테두리가 충돌한다. 그렇다면 정의正義는 과연 어떻게 정의定意할 수 있는가.


그렇다. 이 작품은 법테두리를 벗어난 악인들을 법밖에서 심판하려는 다크 히어로의 이야기다. 물론 영웅이란 것은 자칭이지 객관적인 영웅은 아니다. 그럼에도 관객들의 저울추는 확실히 한 쪽으로 기운다. 그만큼 이 사회가 정의로부터 멀다는 것을 보여준다.



제3의 주연이자 가장 임팩트가 큰 송촌(이희준)을 빌런으로 볼 수도 영웅으로 착각할 수도 있는 근거도 그 점에 있다. 그래서 초반 최우식 대 손석구의 구도는 후반부로 가면서 이희준 대 손석구의 대결로 변화한다.


못 보던 조연들이 대거 등장해서 연기력을 뿜어내는 이 드라마에서 정말 많은 배우들이 뜰 거 같다. 사라진 아들을 위해 애타게 새벽기도를 가는 엄마, 사건을 원만하게 마무리하려는 김형사, 동생의 안타까운 신문기사를 보면서도냉정하게 밥을 삼키는 누나, 안내견 역부터 마지막까지 존재감을 드러내는 명견 래브라도 리트리버까지.


대전, 부산, 서울을 종횡무진 누비는 이 느와르 드라마의 종착지는 없다. 오히려 끝없이 순환하는 구도다. 그 속에 명대사들이 가슴을 친다.


"웃음거리가 되기 싫어서 상대방이 원하는대로 반응하지 않았더니 오히려 휘둘리지 않더라."


"죽어 마땅하다고, 네가 신이야 벌을 주게!" "그런 형사님은 개인 감정으로 범인을 쫓고 계시지 않나요?"


"연락되면 좀 알려주세요. 아니, 연락이 되지 않더라도 좀 알려주세요."


"누구하나 알아주지 않는 정의가 정의겠어요?"


다크 히어로물은 관객들의 양가감정을 두드린다. 특히 주인공 이탕의 다음 대사는 마치 매트릭스의 네오처럼 운명을 받아드리는 모습으로 속편의 가능성까지 열어둔다.


내 인생에 반격같은 선택지는 없었다.

이번 생은 주관식이 아니라 객관식이니까.

하지만, 어쩌면 그 모든 게 내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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