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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Feb 12. 2024

악녀-대만식 웰메이드 스릴러


대만의 유명방송사 앵커우먼인 황리메이. 약혼자와 결혼을 앞둔 그녀는 대통령과의 인터뷰로 시청률을 견인하는 동시에 부장으로 승진까지 하며 커리어의 정점을 찍는다. 어릴적 엄마가 돌아가시고 가족이라곤 아버지와 병상의 할머니 뿐인 그녀에게 어느날 아빠의 여자친구 슈란호가 나타난다. 곧이어 슈란과 사귀던 남자가 차에서 자살하자 SNS에서는 그녀가 여러 남자로부터 돈을 받아 살아온 꽃뱀이라는 주장이 대두된다. 하지만 법정에선 슈란은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결정적으로 그녀의 알리바이가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아챈 리메이는 아버지마저 희생시킬 수 없어 그녀의 유죄를 입증하는 보도자료를 내는데....



명품만 수집하는 슈란에게 리메이가 왜 그렇게 사냐고 묻자, 슈란은 마사지사로 일하면서 돈을 모아 사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여러 남자들에게 돈을 받으며 몸을 파냐고 묻자, 자기는 남자들의 필요를 채워줬을뿐이라고 응대하며 오히려 리메이에게 남자들에게 잘하라고 충고한다. 


"남자의 마음을 얻으려면 필요한 부분을 채워줘야 해요"



딸은 아빠가 도대체 왜 이런 이상한 여자에게 홀딱 빠졌는지 이해불가하다. 이 여인의 매력이 무엇인지 관객들도 좀 이해불가하다. 어쨌든 여러 남자가 이 여자때문에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했다. 


그런데 이 영화의 또 다른 축이 있다.

그건 바로 검언유착이었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정적을 제거하기 위한 고급정보를 검찰을 통해 얻어낸다. 그 정보라인에 리메이도 있다. 빅뉴스는 정치에서 나온다고 푸념하는 후배 기자에게 충고하는 리메이. 


"수명이 긴 이야기를 찾으려면 깊이 파야해. 지방검찰청에 지인 소개해 줄까?"


그런 와중에 옥중에서 아빠에게 번개탄을 선물한 슈란. 이미 혼인신고까지 마치고 아빠 이름으로 생명보험까지 가입했으니 수령자는 슈란이다. 리메이는 특종보다 아빠를 살리기 위해 검사에게 접근해서 정보를 얻어내려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악녀>는 대만판 치정/법정/언론 스릴러다. 대만의 현대적인 주거형태와 일본음식이 자주 등장하면서  흡사 일본영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탄탄한 서사로 인해 몰입이 쉽고 극중 전개가 빨라 지루할 틈이 없다. 


처음에는 단순한 치정극처럼 보이지만 점입가경의 사건들이 펼쳐지면서 관객의 사고마저 흔들어버린다. 아주 이성적이고 T인 딸은 결코 호락호락 뚱보꽃뱀에게 무릎꿇지 않는데 오직 아빠는 6개월밖에 안된 이 여인에게 마음을 다 주어버렸다. 아빠가 이 여인에게 깊은 사랑을 느끼는 부분에 대한 이유있는 설득력을 좀 보여줬더라면 이 영화는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약진했을텐데 그 점은 좀 아쉽다. 그저 아빠는 외동딸보다 그 여자가 좋다고 반복하니 답답할 따름이다. 


한편, 어느 나라건 검언유착의 문제는 심각해 보인다. 또한 언론에 의지해서 사실 유무를 판단하는 일반 독자들에게 그 파괴력은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하지만 이젠 그 책임이 SNS에서 댓글과 좋아요를 누르는 일반인들에게도 있다는 점을 되새겨 보아야 한다. 팩트체크가 없는 사회에서 과연 정의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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