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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문 Feb 18. 2024

듄 - 땀과 눈물의 재활용

서문만 읽었을 뿐인데 소름돋는 전율 -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을 뒤늦게 본 소감이다. 155분간 펼쳐지는 내용은 일종의 도입일 뿐이었다. 사막의 바다에서 펼쳐지는 미래 세계의 전쟁은 결국 '돈'에 의한 것이니 서기 1만년이 지나도 자본의 위력은 가공할 만 했다.


위도로 적도부근에서 수분이 태양열에 의해 말라버린 땅. 사막이다. 모래바람이 부는 황량한 지역. 그곳에 '스파이스'라는 희귀광물이 있고 그걸 캐기 위한 전쟁이 벌어진다. 현대로 번역하자면 석유의 채굴이라고나 할까. 고통받는 민중들은 메시아를 대망한다. 그런 점에서 유대교와 이슬람교에 매우 가까운 세계관을 보여준다. 


하지만 자신이 메시아라는 사실을 받아드리고 몸소 확신을 갖는 것은 엄청나게 무거운 카르마에 다름 아니다. 죽음에 가까운 고통을 겪어 낸 후라야 비로소 조금 인정하게 될 터이다. 한 인간이 신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다니 그 어깨가 얼마나 무거울까. 세례요한이 오실 메시야의 신발끈조차 풀기 버겁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 메시야 역을 섬약한 미소년 티모시 샬라메가 맡았다. 하지만 그를 둘러싼 도우미들이 가히 역대급이다. 엄마 레베카 퍼거슨, 조슈 브롤린, 제이슨 모모아, 그리고 젠데이아까지. 



사실 사막이 나오는 영화는 지루하다. <아라비아의 로렌스>, <사막의 라이온>등의 서사가 중동의 모래바람과 거기서 버텨내는 예언자들의 투쟁기이다 보니 보통의 인내심으로 견딜 수 있는게 아니었다. 거의 낙타타고 사막 투어하는 느낌이니 말이다. 


영화속 대사인 "사막은 기계에 가혹한 곳"이란 말은 결국 "사막은 인간에게도 가혹한 곳"이라는 뜻. 하지만 사막영화를 이렇게 아름다운 풍광으로 만들어 낸 드니 감독은 역시 대단한 인물이다. 사막을 타자화하지 않고 사막속으로 파고들어가 사막을 인격화시켰다. 거기엔 한스 짐머의 중저음이 한 몫을 단단히 한다. 


<스타워즈>와 <반지의 제왕>을 합해 놓은 듯한 기시감에 <매트릭스>의 서사도 끼어든다. 고대언어가 사용될 때는 드니 감독의 전작 <컨택트>의 느낌도 드는데 날아다니는 무채색의 육중한 비행함들의 모습에서도 동일한 느낌이 들었다. 잠자리를 닮은 헬기 역시 시각적 쾌감을 준다. 


사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물. 그래서 새롭게 선보이는 사막수트에서는 땀과 눈물을 재활용해서 마신다. 수분손실 제로에 도전하는 드니 빌뇌브의 신박한 아이디어가 빛나는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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