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도의 최고작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고레이다 히로카즈의 <괴물>을 뒤늦게 보았습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장면은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SUV의 충격처럼 울럭울럭했습니다.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고 그걸 어깨에 매달고 생활을 이어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의 행동에서 이상 기운을 감지합니다. 엄마의 촉이죠. 분명히 학폭이라고 확증편향을 가지고 학교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사과는 진정성이 없습니다. 이때 학교선생님이 괴물인가 싶었지요. 학교선생님 측에서는 이상행동을 보이는 미나토가 괴물입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그의 행동은 방에서 사람을 조롱하는 모기의 비행같았습니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미나토의 친구 요리(히이라기 히나타) 역시 뭔가 비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자신이 아는 아들의 모습과 사람들이 아는 아들의 모습이 다르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습니다. 그리고 태풍으로 산사태가 일어난 어느 날, 아무도 몰랐던 진실이 밝혀집니다.
입장이라는 한자어는 서있는 장소를 뜻합니다. 영화는 그렇게 각기 다른 인물의 눈으로 사건을 체험케 합니다. 그리고 180도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지적합니다. 그러니 사람들의 말에 너무 귀기울여서는 안됩니다. 뒷담화는 팩트체크가 되지 않고 날아다닙니다. <다우트>에서 신부님은 남의 험담을 닭털로 채워진 베개에 비유합니다. 베개가 터지고 닭털이 날아가면 온 마을로 퍼지고 다시 주워담을 수 없지요.
의심을 가지고 사람을 보면 다 의심스럽습니다. 그걸 확증편향이라고 하죠. 편향은 bias입니다. 즉, 일정한 주관적 경향으로 판단하는 것이죠. 편향은 편향일 뿐입니다.
편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비록 어린이라고 해도 우리는 그 생각의 우주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과연 어리다고 몰랐을까요. 그렇다면 그 수많은 나쁜 기억이 수십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우리를 괴롭힐 수 있을까요.
특히 부모는 자식의 마음과 행동을 다 안다고 착각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 미묘하고 복잡한 어린이들의 상상력과 분위기, 부끄러워하는 마음과 표현하지 못하는 실체없는 감정들. 우리는 그걸 이해해 줄 수 없습니다. 그건 비밀스러운 어린이들만의 세계이고 고유한 추억을 담아가는 삶인 것입니다. 그래서 삶이 어렵습니다. 그런데 한 쪽이 맞다고 밀어부치는 순간 우리 모두는 괴물이 되고 마는 것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