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의 이름으로

심리상담을 받으러 간 줄 알았다

by 가람나무숲


가디역.

퇴근 인파가 몰린 오피스 거리였다.

낯선 도시의 소음이 귀를 찌르는데,

그녀와 나는 묘하게 같은 속도로 걸었다.


그녀가 안내한 카페는 따뜻했지만,

그 온기가 내게 닿지 않았다.

사람들이 웃고 떠드는 소리가

“우린 안전하다”는 증명처럼 느껴졌다.


“현주 학생이 많이 이야기하더라구요.”

그녀는 내 이름을 정확히 불렀다.

그 말이 왜 그렇게 낯설고,

섬뜩했는지 그땐 몰랐다.

단 두 번, 길거리에서 마주쳤을 뿐인데.


그녀는 내 눈앞에 도형 몇 개가 그려진 종이를 펼쳤다.

“큰 문제는 아닌데요. 직접 설명드리고 싶었어요.”

그 말에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건 인간관계를 의미해요.

어릴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나무씨는 그걸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가 무너졌다.

‘어릴 때’라는 단어 하나에 눈물이 터졌다.

나는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마치 오래전의 나를 다 알고 있는 사람처럼 말했다.


휴지를 건네는 그녀 앞에서

나는 생전 처음, 낯선 사람에게

내 상처를 털어놓았다.

학교에서의 일, 친구들과의 갈등,

버텨온 시간들까지 모두.


“나무씨는 가능성이 많아요.

하지만 스스로를 너무 가두고 있어요.

그걸 함께 꺼내보는 연습, 해볼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내 인생의 문을 열 줄은 몰랐다.

그 문이 지옥의 입구였다는 것도.


“그 연습을요, 저희는 성경책으로 해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왜 성경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질문은 이미 대답을 품고 있었다.

나는 또 고개를 끄덕였다.


“성경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스테디셀러예요.

불교 경전이나 코란보다 훨씬 오래됐죠.

그러니까, 진리의 근원이랄까요?”


그녀의 말이 길게 이어졌지만,

그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성실하게 공부하자는 이야기처럼 들렸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안다.

그들의 ‘공부’가

얼마나 정교하게 짜여진 포섭의 첫 수였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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