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좋아했던 것, 사랑했던 그 어떤 것에서
더 이상 예전과 같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가 있다.
그땐 미처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마음에 구멍이 나는 것 같다.
재작년쯤의 난 매일 다이어리를 쓰며 한 해를 마무리했다. 교보문고에 들어가 책을 고를 때면 꼭 다이어리에 꾸밀 스티커를 보는 것이 내 작은 행복이었고,
나름 열심히 다이어리를 써보겠다며 악필인 내 글씨체를 바꾸고자 ‘악필교정책’까지 사서 연습한 나였다.
정확히 언제부턴지 모르겠다. 한해를 지나고 살다 보니 어느샌가 새로운 다이어리에 적히는 일기의 간격이 길어졌다. 문득 방정리를 하다가 발견된 다이어리는 이미 몇 년이 지난 뒤였다.
먼지가 쌓인 다이어리를 펼쳐보았을 땐 어색하게 꾸미고, 하루를 열심히 기록한 것들이 빽빽했다.
하나하나 적은 일상들은 순수했고 여렸다. 아주 작은 것에 행복해하고, 의아해하고, 슬퍼한 기록이었다.
뭐든 처음에 접하는 그 어떤 것이 주는 설렘을 대체할 순 없나 보다.
내가 처음 다이어리를 적기 시작했을 때의 그 방방 거리는 마음들,
책에서 기쁨을 찾기 시작했을 때에 한 문장, 한 문장에 감동받으며 필사하던 내 모습들이 스쳐간다.
그리고 아주 작은 마음에서부터 그 모든 사랑에 진심이었던 모습들.
언제부터 잊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것들이 미친 듯이 그리운 건 확실하다. 어떻게 되찾아야 될지도 모르는 그 마음들. 마치 전생처럼 느껴진다.
간혹 그때의 향수가 스쳐갈 때가 있다.
오랜만에 자연의 풍경이 아주 낯설게 느껴질 때,
일상처럼 슥슥 넘겨 읽던 책을 두 번, 세 번 더 읽게 되는 순간, 그리고 감동한다.
그리고 아주 간혹, ‘예전에 어렴풋이 이러한 느낌을 가졌던 것만 같은 사랑‘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한 해가 지날수록 이런 마음들이 내게서 더 귀해진다. 마치 모든 게 처음과 같은 여린 마음들.
계산 없이 사랑하자고, 여느 때와 같이 작은 것에 감사해 보자고,
또 아무것도 없어도 오직 너만 있으면 행복하다고 수없이 말했던 그 순간들을 어느샌가 그걸 잊고 지낸 건 아닌지 돌아본다.
사실 항상 중요한 건, 내가 생각하는 그 모든 건 다 내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다면 좋았을 걸 하는 지난날이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