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난 익숙한 게 좋다. 같은 노래만 반복해서 몇 년씩을 듣고, 또 몇 년 전에 끊임없이 몇백 번을 들었던 노래를 오랜만에 발견하면 또 좋다고 한참을 반복재생한다.
또 한 번 맘에 든 책은 두 번 세 번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다.
언제는 이 문장이 마음에 들었다가, 다시 보니 또 다른 문장이 눈에 띈다. 어쩌면 익숙하지만 내 입맛에 맞게 매번 새롭다.
그 밖에도 같은 장소에서 산책을 하고, 같은 영화를 여러 번 돌려보고, 매번 같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선호한다.
누군가에겐 따분하다고 할 일상일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겐 평화로운 것이다. 그리고 가장 사랑스러운 일상이다.
내 사랑도 그랬다.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보는 일. 아직 젊은 나이지만 지금도, 그리고 지금보다 훨씬 더 어려서부터 내게는 불가능했다.
한 번 내 맘에 들어온 사람을 함부로 내보내기란 쉽지가 않다. 나가라고 나가는 마음도 아닐뿐더러 한 번 자리 잡은 마음은 뿌리깊이 박히는 것 같다.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는 말이 어쩌면 타당할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게는 그 기한이 아주 많이 긴가보다.
아주아주 많이.
그리고 실은 그게 싫지만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간이 지나도 여전했으면 좋겠다. 방부제 같은 사랑의 마음을 아주 많이 나이가 들어서도 지닐 수 있는 순수함을 가진, 어쩌면 가장 순수한 어른으로 자라고 싶다.
나의 큰 소망은 내가 또 다른 익숙함으로 자리 잡을 대상이 나타났을 때 그 상대도 나와 비슷한 사람이었으면,
한 번 마음에 든 것은 지독히도 좋아하고 어쩌면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면 좋겠다.
지독히도 늘어지는 사랑, 매번 익숙한데 간혹 낯설게 느껴지는 사랑 그리고 여전한 마음,
난 그 사랑을 믿는다. 그리고 질리게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