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멀어지는 관계가 아직 내겐 많이 어렵다.
워낙 어떤 관계든 신중히 쌓아 올리는지라 그 관계가
어느 순간 나와 상대에게 아무렇지 않은 관계가 되었다고 느끼게 되는 그 순간, 난 하루 종일 상실감에 빠져버린다.
내게 가장 소중한 것을 또 하나 잃어버린 기분이다.
그래서 누군가 다가와도 항상 방어막을 치게 된다.
호의로 다가온 것에도 나도 딱 그 정도의 호의만.
나와 더 가까워지고 싶어 하는 대상이 나타나면
나도 모르게 수없이 도망가길 반복했다.
정신을 차렸을 땐 여전히 내게 남아주었던 관계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 그 관계도 내게서 멀어지게 되었을 때, 마침내 난 혼자가 되었다는 것을 슬프게 깨달아버렸다.
가장 혼자가 되기 싫어서 한 선택이 실은 날 가장 외롭게 만들었던 것이다.
누군가가 순수히 내게 다가오고 싶었던 이유를
내가 상처받기 싫다는 이유만으로 도망쳐버린 건 아닐지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 순수히 다가가고 싶었던 적이 분명 있었을 텐데 말이다.
상처를 수없이 받다 보면 사람을 항상 경계해라는 내 머릿속의 레이더가 끊임없이 발동되고 만다.
진짜와 가짜를 거르는 레이더 같은 건 아쉽게도 없다.
그저 내가 직접 부딪혀보는 수밖에.
그 과정이 다소 아플 수 있다. 피와 살이 깎여나가는 고통도 때론 느끼게 된다.
그래도 우린 모험을 해야 한다.
관계의 모험이란 너무 아름답지 않은가, 생각한다.
나와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을 알아가는 일,
그 대상에게 내가 사는 세상 속으로 걸어 들어올 수 있도록 자연스레 인도하는 것.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같은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
예전의 나처럼, 처음의 나처럼 사람이 주는 호의를, 누군가가 주는 호의를 거리낌 없이 받는 사람이 다시 한번 되어보고자 한다.
그런 관계가 내게 상처를 남긴다 해도,
언젠가 긴 시간이 걸릴지라도, 아주 천천히, 때론 빠르게 내게 소중한 인연은 올 것이다.
반드시 온다.
적어도 희망이란 단어는 버리는 게 아니라 가지라고 존재하는 것이니 또다시 희망을 걸어본다.
여전히 모험해라, 모든 게 처음인 것처럼.
모든게 전부 새로운 것처럼, 받은 상처가 없는 사람처럼.
이전의 것은 모두 지워버려라.
그리고 뛰어들어라.
관계 속으로, 사랑 속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