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같은 사랑

by 서산


사실 너에게 왜 그렇게 대단한 걸 자꾸만 바랐는지 모르겠다. 상대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는 현실은 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든다.


실은 그래서 도망을 택했다.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나와 함께 있는 것보단, 하나라도 더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가도록 놔두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난 내게서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그와 이별하고 또 다른 사람을 만났을 때엔 내가 주기보단 받기를 더 원했다. 상대의 마음이 고갈 나는지도 모른 채 받고, 또 받아도 부족하게 느껴졌다.


이제 더 이상 주는 사랑은 싫다며 새로운 그에게 자꾸만 사랑을 갈구했다. 나도 이제 사랑을 받고 싶었다.


그리고 그 관계도 끝났을 때쯤 깨달았다. 어쩌면 주는 쪽이 더 성숙한 사랑을 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게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누군가를 순수하게 사랑할 수 있는 만큼 아주 값진 마음인 거라고.


사실 주는 거나 받는 거나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계산 없는 그 마음이 예쁜 거였다.



모든 게 끝나고 난 나 자신이 너무나도 작아 보였다.

부끄러웠다.


과거의 관계로 돌아가 생각했을 때, 내가 주기만 한 사랑은 내게서 상당히 소모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당시에 난 기뻐했고, 행복했고, 주는 만큼 많이 웃었다. 필사적으로 사랑했다.


내 모든 마음을 다 쏟아내고 그가 떠났을 때 텅 빈 마음이 그만큼 아팠지만, 그렇게나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아름다운가.


사랑을 할 땐 아이처럼 굴어야 한다. 아이처럼 표현을 아끼지 않고, 작은 것에 기뻐하고 또 작은 것에 슬퍼할 줄 알며, 날 품어주는 대상이 전부인 것처럼 굴어야 한다.

마치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실은 준다는 것이, 꼭 나의 기준에만 맞춰서 주려고 했기 때문에 내 스스로가 초라해진 것은 아닐지 생각한다.

스스로 만든 자격지심 때문에 사실 내가 사랑하던 그를 놓쳐버린 건 아닐지.

그는 그런 걸 원한게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대단한 어떤 것보다 정성 어린 진심이 담긴 편지를 원했을지도 모르고,

사랑해라는 한마디를 더 원했을지도.


그를 사랑해서, 더 이상 해줄 게 없어 놓아주었다는 말은 실은 내 어떤 결핍에서 비롯된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월,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