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와 8은 사랑을 했다.
서로 너무 다름에도 비슷함이 있었다.
S와 8 겉모습의 분위기가 비슷했던 걸까.
-
먼저 S는 마음이 텅 빈 여자였다.
구멍 난 마음에 텅텅, 바람이 불면 부는 대로 속이 허한 사람.
S는 나름 유연하긴 했다. 가면 가고 오면 오는 거라지, 라며 사람과 관계에 대한 미련이 없었다.
그게 S의 마음이 공허했던 이유였던 거 같다.
S는 외로웠다. 그럼에도 자유로웠다.
S는 틈만 나면 손으로 하트를 그렸다.
홀로 방 안에서 텅 빈 하늘에 대고 하트를 만들었다. 비가 오는 날에는 더 예쁘게 만들었다.
그게 텅텅 빈 마음에 비가 내리듯 S의 마음이 잠깐 축축해졌다.
-
8은 답답한 구석은 있어도 책임감이 있는 남자였다.
S의 자유분방함에 끌리면서도 S의 그런 부분을 감당하기 어려워했다.
사실 8에 대한 설명은 없다. 없다고 말하기보단 그저 S와 정반대의 사람이고, 좀 꽉 막힌 남자다.
8은 때때로 생각한다.
‘자신이 S의 자유를 막는 것이 아닐까’ 하고,
‘S는 생긴 대로 그저 흘러가게 둬야 하는 것이 아닐까?’
8은 또 생각했다. 무한대로 생각했다.
그 자리에 꼿꼿이 서있는 눈사람처럼 가만히 앉아
S와의 미래를 그렸다.
S가 잠깐 떠나도 그 자리에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
아마 S의 자유를 존중했던 것 같다.
8은 S에게 다가가는 것을 어려워했다.
S는 미꾸라지처럼 이리저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여자였다.
그저 옆에 가만히 있으면 S가 자신을 알아봐 주길 기다렸던 것 같다.
-
S는 8이 좀 신경 쓰였다. 마치 강가에 있는 돌멩이 같았달까. 사실 그런 8 때문에 S의 마음에도 굴곡이란 게 생긴 것 같았다.
마냥 텅텅 아무것도 없이 흘러가는 마음인 줄 알았는데
8, 그놈 때문에 맘이 쿡쿡 걸릴 때가 생겼단 말이다.
돌아서면 생각나고, 없으면 허전하고 .
마치 딱 강가의 돌멩이처럼.
-
8은 계속 S의 옆을 지켰다. S가 어디로 튈지 모른다면서도 S를 따라왔던 것 같다.
이리저리,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S와 함께였다.
8과 S는 서로가 많이 다르다 했다.
‘사실 우리는 어찌 보면 참 비슷할 텐데.‘
‘외모가 비슷한 걸까?’
사실 S는 8과의 미래를 그린다.
-
S는 8과 있을 땐 자신도 8이 되는 걸 느꼈다.
텅텅 빈 마음이 8로 채워지는 것 같았다.
8은 S를 통해 자유를 배웠다. 유연함을 배웠다.
S의 자유가, 8을 숨 쉬게 만들었다.
가끔 답답한 마음에 S를 찾아가면 8은 숨을 쉬었다.
S는 8만이 자신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라 여겼다.
둘은 사랑을 했다. 둘은 서로가 아니면 안 되는 사랑을 했다.
-
마침내 S와 8은 서로가 같아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주 자연스럽게 말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아주 천천히,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둘은 서로가 되었다.
S는 8로 , 8은 S로.
8은 마침내 자신이 8이라는 숫자를 넘어 S와 함께 있을 땐 10인 완성의 숫자가 된다는 걸 알았다.
S는 S가 아닌 무한대가 될 수 있었다.
둘은 마침내 하나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