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에 대해 아는게 전혀 없었다. 그저 영어를 쓰는 동남아 국가 라는 거 외에는. 동남아 국가에 대한 발전가능성과 몇번의 여행으로 얻은 더운 나라에 대한 이미지 밖엔. 한국 사람들은 한국을 이렇게 알고 있다. '치안이 좋은 나라', '돈이 많으면 살기 좋은 나라' 싱가폴에 와보면 그 순위가 달라질 거라고 백퍼센트 확신한다.
그 수많은 몰에서 굉장히 다양하고 비싼 명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고야르 매장에선 길게 줄이 늘어서 있었다. 버버리 매장이 크게 매장 입구를 파란색으로 디자인해두었다. 곳곳에 곧 열릴 F1레이싱을 홍보하는 팝업 매장이 들어서 있었다. 저지를 팔거나 레이싱 게임 체험장, 레고로 만든 F1 자동차를 둘러 싸고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여기서의 수입 뿐만 아니라 평균 한국인의 수입으로도 F1레이싱 입장 티켓은 부담된다. 하지만 여기에서의 평균 임금이라면 그리 비싸게 느끼진 않을 것 같다. 오늘 알고보니 싱가포르 평균임금이 내 월급에 몇배나 되었다. 물론 한국에서 받던 것도 마찬가지.
한국은 어떤 나라였을까. 그냥 사람을 조이고 누르는 사회였다고 밖에 기억이 안난다. 워낙 인재가 많은 나라였고, 땅도 작아서 경쟁도 매우 치열했다. 지금 생각해보건데 한국의 월급은 너무 적었다. 항상 사람들은 빚을 갚는 낙으로 살고 있었다. 그리고 다 갚으면 또 다른 빚을 진다. 작게는 핸드폰 할부, 좀 더 크면 자동차 할부, 결혼 후에는 주택 자금 융자. 그리고 자식들 교육에 쓰이는 교육비와 학자금 대출. 그 빚을 갚기 위해 회사를 다니고, 투잡 쓰리잡에 일이 곧 취미가 되버리는 삶으로 인생을 보낸다.
아직 내가 잘 몰라서 하는 얘기일 수도 있다. 싱가폴도 차량에 대한 규제로 차량 구매비가 매우 많이 든다. 심지어 오토바이도 한국보다 배는 비싼 것 같다. 하지만 뭔가 한국의 구조가 이상하다는 인상은 지울수가 없다. 밥값이나 식료품 값보다도 기본적으로 뭔가 가분수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위태롭다.
치열했다. 아니, 너무 눈치만 보는 인생이었던 것 같다. 나는 매우 도덕적임을 증명하기 위해 말을 아끼거나 옳은 글만 써야 했고, 학교나 직장에서 튀지 않기 위해 에너지를 너무 무리하게 써야했다. 그러면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도 억누르고 이게 '사회성' 이고 '타인을 위한 배려', '성인으로서의 예의', '올바름', '정답' 이라고 규정지었다.
사람이란 동물은 기본적으로 사회성을 갖고 태어난다. 물론 그게 현저히 떨어지는 이들을 위해 법이나 예절이란게 만들어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것들이 필요하지 않다.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가 얼마나 그 범주를 벗어나는 사람이 많으면 이렇게도 하지 말라는게 많은거냐고. 그리고 그래서 사회가 옳고 건강하게 돌아가고 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