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브레이킹

by 빛보단 그림자

뭔가 깨지는 느낌이 내 안에서 들었다. 나는 애써 붙이려고 노력중이고, 빠르진 않지만 점점 아물어 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어젯밤엔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여기까지 와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할까. 대접이 아니라 일방적인 무시였지만. 마치 내정자를 염두해둔 면접자리에 앉은 느낌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를 그렇게 대한 사람들은 많았고, 더한 이들도 꽤나 많았다. 특히 한국에서 말이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니 안심이었다. 더 역겨운 기억으로 조금 역겨운 기억을 지운다니. 나중엔 좋은 기억으로 이 모든 역겨움을 없앨 수 있길 간절히 기도했지만 나는 새벽 4시까지 잠들지 못했다. 나를 무시했던 그 모습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처음 현지 에이전트 사람들을 만났다. 내 예상과는 다르게, 아니 너무 똑같았다. 한국의 회식자리와 다른거라면 그냥 영어를 조금 더 쓰고 중국음식을 시켰다는 점. 아무리 생각해도 무슨 생각으로 그 자리에 임했던 걸까 그 사람들은. 현지 사람들을 처음으로 만난다는 설레는 느낌으로 갔는데. 물론 그 곳 건물은 좋았다. 세계적인 기업이라는 타이틀에 어울리게 건물도 최신식이었다. 역시나 빡쎈 보안시스템과 너무나 세련된 건물 내 분위기. 한국의 쌍팔년도 시스템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다. 그게 아무리 잘나가는 회사일지라도 이런 감성은 살리기 어려울 것 처럼 보였다. 하지만 역시나 사람은 거기서 거기인가보다. 세련된 시스템이 세련된 사람을 보장해주진 않으니까. 한편으로는 여기서 깨어있는 내 모습에 조금은 만족하기도 했다. 그래 그냥 바보같이 '어제 먹은 중국음식은 역시나 맛있었어' 라던가,'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서 저 사람들과 대화를 더 잘해야겠어' 라는 생각만 하진 않았으니까. 단지 말이 많다고, 영어나 중국어를 잘한다고 말을 잘하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맞는, 상대방이 원하는, 그리고 나와 상대, 다른 사람들이 모두 공감할 매너를 갖추고 얘기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나는 어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제대로 된 걸 아는 놈은 많지 않군'


나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없이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 그저 본능에 맡겨서 인생을 흘려보내고 싶지 않다. 지금은 본능적인 부분보다는 머리속에서 생각하는 것들을 실현하는데 더 최적화되어있다. 단점으로는 한없이 즐겁거나 기쁘거나 깊은 감정적인 상태에도 빠지지 못한다는 점이다. 마음이 아닌 머리의 지배력이 조금 더 강해졌다고 해야 할까. 때문에 정당한 명분이 없으면 몸조차 움직이지 못하기도 한다. 오늘 싱가폴의 명동과 같은 오차드로드를 걸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엇때문에 살까. 친구가 보내온 사촌 사진을 보면서, 누군가는 저렇게 살아야 하는 이유들을 갖고 있다는 것을 새삼 떠올렸다. 가족도 다 버리고, 친구도 버리고, 그렇게 좋아했던 운동들도 다 버리고 싱가포르에 오고나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나는 나에게 이렇게 반문해본다. '무엇때문에 살아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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