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와이파이를 끊기 전, 갑자기 첨밀밀이 떠올랐다. 예전에 혼자 중국의 한 방구석에서 보았던 명작. 이제는 너무도 오래된 배우들이라 말해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서 섭섭하다. 급하게 유튜브를 틀어서 첨밀밀을 다운 받아두었다. 저화질이지만 그래서 더 정겹게 보일 것 같아서 반가웠다.
우리집, 그러니까 이 Pasir St 이란 곳은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다. 인터넷 자체가 설치가 되어있지 않다. 그래도 싱가폴 즈음이면 대충 한국 정도는 되어있겠지 싶었지만 워낙 많은 외노자들을 받다보니 그 수준도 하향 평준화된 게 아닌가 싶다. 나도 그 중 일부가 이젠 되어버렸고. 이 곳에는 매우 많은 공사들이 진행되고 있다. 대우건설에서 진행하는 건축이라던가, 그 근방의 도로 공사라던가. 그리고 그 공사에 투입되는 수많은 새까만 피부의 인부들. 얼마즈음의 대우를 받고 있을까. 평소에는 고민하지 않던 일들이다. 그리고 한가지 더 궁금해지기도 한다 ㅡ 나보단 많이 받을까.
오늘도 하염없이 걸었다. 누구를 원망하면서, 그들에 대한 증오감이 떠오르면서. 그리고 몇 발자국 뒤에 다시 잊곤하면서. 나는 그들을 향한 복수를 성공할 수 있을까. 한다면 과연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언제쯤 가능할까. 빨리 그 시기를 앞당기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항상 깨어있고 싶다. 복수의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올바른 길만을 향해야 한다는, 집으로 가는 수많은 길들 사이에서 무조건 빠른길로, 안전한 길로만 가야 한다는 생각은 애저녁에 버렸다. 가끔은 길을 잃고, 가끔은 향긋한 향기를 쫒아서 가기도 하고, 일부러 모르는 길로가면서 나의 모험심을 테스트 해보기도 하고. 그리고 가끔은 올바르지 않은 길로 가면서 나의 비효율성을 자책하면서 집으로 돌아오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남들에게도 그런 효율성을 강요하지 않고자 한다. 물론 여타 많은 사람들이 나를 질책할지도 모르겠다. 여지껏 많이 받아왔지만 언제나 나의 의욕을 상실시키는 말들. 나 자신의 개성을 그저 남들을 향한 불편으로만 간주하는 다수의 오만함. 그리고 그들의 비겁함. 적어도 나는, 적어도 내가 깨어있을때 만큼은 그러지 않기로 오늘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