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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Aug 27. 2022

영화 탑건:매버릭 후기 (8)

콜사인 타임

7. 감상평


lt`s time to let go. “이젠 잊어야 해.”

     

이 영화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기에 이만한 대사가 없다. 영화 ‘탑건’시리즈를 관통하는 한 단어는 ‘시간’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과거의 시간이 아닌 현재의 시간. 이야기는 다양한 인물을 통해 과거의 시간을 떠나 현재의 시간을 살아야 미래의 시간이 존재함을 말한다.

     

매버릭은 30년간 근무하며 적의 전투기 5대를 격추한 유일한 인물이고 많은 훈장을 수여 받은 사람이지만, 쌓은 경력과 달리 그의 직급은 대령에 머물러 있다. 게다가 과거와는 달리 무인기의 시대로 변해가는 상황에서 조종사의 가치와 능력은 무인기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추세다. 매버릭은 과거 영광스러운 탑건의 졸업생이며 여전히 최고의 실력인 조종사지만, 그에게 남은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마지막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그의 경험이 필요한 상황. 매버릭은 어떤 모습으로 마지막을 기록할까. 이미 늘 그랬듯 과거의 한계를 넘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적이 모르는 건 우리의 한계다.” 탑건 졸업생과의 공식적인 첫 만남에서 매버릭이 말한다. 그가 말하는 적은 실존하는 적과 과거 자신의 모습을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간에 대한 말은 많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포함해서 인터넷에 찾아만 봐도 줄줄이 나오는 명언 중 마음에 공감할 수 없는 명언이 있을까. 하지만 잠깐의 공감과는 달리 행동까진 옮기지 못한다. 분명 나는 시간의 가치를 말한 문장을 읽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우린 끊임없이 과거를 넘어 오늘을 살아왔다. 원하지 않아도 생명의 시간은 늘 앞으로만 흐르고, 알 수 없는 미래로 현재를 불안하게 만든다. 무심하고 강력하게 흐르는 커다란 강줄기 안에 꼼짝없이 몸을 담그고 있는 우리가 믿을 것은 별로 없다. 기껏해야 이미 치고 간 저 뒤편의 파도를 견딘 나를 다행으로 여기거나, 안개 낀 앞에서 어느 순간 나타날지도 모르는 거대한 해일 앞에 과거를 발판삼아 모습도 없는 용기와 도전을 가진 마음만이 가능한 것 같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사람은 아니다. 푹 잠긴 몸 그대로 꼼짝없이 서 있는 것만이 최선인 사람도 있고, 내게 다가오는 해일이 두려워 겪어 본 뒤편의 파도를 향해 뒷걸음질 치는 사람도 있고, 떨리는 마음을 다스리며 조금씩 움직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우린 늘 멈춰있지 않는다. 가끔 멈추고, 가끔 앞으로 가며, 가끔 뒤로 갈 뿐. 속도보단 간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숨이 얼마나 남아있을지 알 순 없지만, 그래도 나는 시간과 함께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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