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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Aug 27. 2022

영화 탑건:매버릭 후기 (9)

콜사인 타임

매버릭 “과거는 과거야, 우리 모두에게.” 

    

협곡 시뮬레이션에 모두 실패한 팀원은 각자의 이유로 분석을 한다. 속도를 높일수록 급선회를 할수록 신체적인 한계를 경험한다. 대위들은 아래의 이유로 자신의 작전 실패를 분석한다. 경고 없이 감속한 것. 팀원과 상의하지 않은 것. 남은 가족에게 말하지 않은 것. 너무 앞서나간 것. 무사 귀환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 결정적인 순간 과거에 얽매인 것. 이제 우리의 경우를 떠올려보자.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 일을 하기 싫어해서? 시간이 부족해서? 불가피한 상황으로? 그 전에 우리는 넘어서지 못했던 사건에 철저한 분석을 했던가? 나부터 생각해보니 이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민망할 정도다.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늘 두려워 벌벌 떨고 힘들어하며 조금씩 나아갔다는 점 외엔 없는 것 같다.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어떤 말을 할 것인지 생각하라는 대사는 지나간 일에 얽매이지 말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어른들의 말씀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왜 그런 말은 시간이 지나서야 귀에 들어오는 걸까. 조금 더 빨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매버릭이 있었다면 이렇게 말했겠지. 과거는 과거야. 우리 모두에게. 그의 말대로 지금이라도 다시 시도하는 것이 최선인 것 같다.

     

과거에 존재하는 수많은 자신의 존재를 넘어야 한다는 것은 이 장면뿐이 아닌 다른 장면에서도 수없이 등장한다. 2분 30초 안에 성공시켜야 하는 작전, 예상일보다 1주일 앞당겨진 출전 시기, 불가능한 작전을 몸소 보이는 매버릭의 증명, 아버지 구스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루스터의 과감한 선택과 자신을 위해 희생한 매버릭을 구하러 간 루스터의 목숨을 건 선택처럼. 모두 흘러가는 시간 속 인물들의 수많은 복제품이 있는 장소와 같다.

     

어느 날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다. 하루의 기준이 24시간이라면, 그 24시간의 시간 속 나의 모습을 매 순간 점을 찍는다면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예를 들면 아침 5시엔? 8시는? 13시 혹은 18시에는 어떤 모습으로 존재할까. 나의 삶을 사진을 남긴다면, 작은 점들이 모여 한 선을 이루는 것처럼 내 모습이 점으로 남겨져 있을 것이다. 삶을 영화라고 가정한다면, 지금 나의 영화는 러닝타임이 몇 분인지 장르는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나? 내 영화에 등장하는 주연과 조연은 누구인지, 어떤 관계로 얽혀있고 풀리는지, 33년 4개월 9일 17시 30분엔 무엇을 하고 있을지. 우린 그날 매버릭처럼 늘 어제의 나를 넘어서고 있을까? 아니면 과거의 루스터처럼 심리적으로 가로막힌 상황일까? 아이스맨이 되어 아주 오래전부터 소중한 동료를 보호하고 있을까? 제독이 되어 나의 쌓아온 명예를 걸어야 하는 순간일까?

     

그리고 이 모든 분석에 기본 바탕이 되는 것. 신체적인 한계. 즉 체력. 강인한 정신력은 강인한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경험적으로도 체력이 부족하면 상대적으로 쉽게 포기하게 되고, 좌절하고, 합리화한다. 매버릭이 마하 10을 증명할 수 있었던 이유는 끝없이 몸을 단련한 덕분이고, 아이스맨이 소중한 동료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아픈 몸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매버릭에게 답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조종사는 끊임없는 체력관리가 요구된단다. 정기적으로 시험을 치르고, 까다로운 체력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조종사로서의 삶이 끝난다고 한다. 그것은 비단 조종사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되돌아 보았을 때 공부할 때도 그랬고, 무기력하게 기다려야 할 때도 그랬다. 사회인의 몫을 해내기 위해선 더욱 철저한 체력관리가 필요함을 몸소 느꼈다. 건강이 제일이라는 진부한 말이 아닌, 나의 삶을 끝까지 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건강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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