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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Feb 12. 2022

영화 듄 후기 (2)

2편. 줄거리

<줄거리>


황제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에게 스파이스가 생산되는 행성, 아라키스에 가라는 명을 내린다. 폴은 자신의 꿈속에서 나온 한 여자애가 아라키스에 산다는 것과 던컨이 그 행성에서 죽는다는 것을 보았기에 무척 신경 쓰인다. 그러던 와중에 베네 게세리트의 대모인 모하임은 폴의 꿈을 읽는다. 모하임은 딸이 아닌 아들을 낳고, 자신들의 방식을 폴에게 교육시킨 제시카에게 화를 내면서도 그들을 위한 길을 닦는다. 폴 또한 모하임의 시험에 통과하며 ‘고통을 이겨내지 못한 인간들을 체에 치듯 걸러내는’ 베네 게세리트의 기대를 지지 않는다. 그렇게 폴은 아라키스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폴 아트레이데스 공작’이 아닌, 퀘사츠 헤더락이 깨어날 ‘폴’로 재탄생한다.






줄거리 자체는 영웅의 일대기 중 서론을 그린 것 같다. 귀함을 품은 어린 사람이 자신의 운명을 마주하고 용감하게 성장하는 그 시작을 1편에서 보여줬다. 극 중 15살로 나오는 폴은 우리네로 말하자면 중학교 2학년 혹은 많게는 고등학교 2학년 사이의 나이로 예상된다. 비록 공작 집안의 서자지만 그 귀티는 숨길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서 받은 신분과 어머니에게서 받은 특별한 재주를 가진 소년이기에 더더욱 그의 가능성과 한계를 냉정하게 시험해볼 필요가 있다. 그 첫 번째는 베네 게세리트의 시험이었고, 두 번째는 아라키스의 모래폭풍, 세 번째는 스파이스, 마지막은 프레멘족과의 전투였다.


-베네 게세리트의 시험

베네 게세리트의 시험은 “고통”이다. 그들의 말로는 ‘짐승은 고통에서 벗어나려 제 다리도 끊어내는’ 것들이며, 인간은 이겨내는 존재다. 근데 중요한 것은 ‘기꺼이’ 이겨내는 것인 것 같다. 인간에 대한 베네 게세리트의 시선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늘 두려워 굴복하려는 존재인 것일까.

삶을 두려워한 인간은 신을 만들고, 죽음을 두려워한 인간은 천국을 만들어 선과 악을 나누었을까. 그래서 두려움이 사라졌을까. 두려움은 끊임없이 다른 두려움을 창조해 마음에 심어 놓았다. 마음은 세상과 같다. 마음에 무엇을 심었느냐에 따라 나의 현실은 다른 세상이 된다. 그런 마음에 두려움을 심으면 어떻게 될까. 모하임은 폴의 마음에 아트레이데스의 멸문지화를 심었다. 열다섯 살. 당장 세상에 던져지면 공작의 아들이란 것이 더욱 좋은 먹잇감이 되거나 쓸모없는 이름이 될 터다. 영화 속 그의 집안은 실제로 레토의 사망과 함께 무너졌고, 폴은 그 모든 것을 감당하며 일어서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영웅은 이렇게 탄생하곤 했지. 험난한 길을 이겨내고 이겨내며 자신을 증명하고 정상에 서는 것, 그것이 영웅이었다. 폴은 그 길을 철저하게 따라갈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에게 가장 두려운 것은 무엇인가.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두려움이 존재할 것이다. 혹은 자신마저도 알지 못한 두려움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베네 게세리트의 시험처럼 우리는 기꺼이 두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인간이 가진 그 무엇도 강인한 것은 없다. 딱 하나, 정신력만이 이겨 낼 힘이 될 수 있다.

내 마음의 힘을 강하게 만들어 줄 문장은 무엇인가. 제시카는 “두려워하지 말라.”는 기도문을 외우며 감정과 상황을 다스린다. 가장 먼저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마음을 다스리자 내가 처한 현실이 눈에 보였고, 현실이 바로 보이자 두려움이 사라지고 “오로지 나만 남았다.” 그렇다면 당신은, 두려운 상황 속, 현실을 바로 보고 기꺼이 이겨내기 위해 무엇을 되뇔 것인가. 나는 무엇을 통해 내 마음을 이겨낼 것인가. 베네 게세리트가 우리에게 묻는다.     

“I will face my fear.” -레이디 제시카


-모래폭풍

모래폭풍 속 환경은 시속 800km로 한 번 들어가면 살아 나올 수 없다. 폴은 자신을 향한 위협을 피하려 과감하게 모래폭풍으로 들어간다. 나는 이 장면에서 폴의 선택에 조금 놀랐다. 상식적으로 지금보다 더 위험한 곳으로 간다면 더욱 미래를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아무튼 폴은 기꺼이 그 속으로 자신을 던졌다. 그리고 어떤 목소리를 듣는다. 

“막아서는 이해할 수 없다. 흐름과 함께 움직여야 해. 함께 흘러야 해.”

내 앞에 나타난 언덕을 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을까. 누군가는 언덕을 넘을 것이고, 누군가는 언덕을 돌아갈 것이다. 또 누군가는 언덕을 치워버릴지도 모르겠다. 언덕을 넘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넘을 것이겠지. 만약 어느 한 사람이 언덕에 대해 넘어야 할 대상이 아닌 함께 해야 할 필연적인 것이라고 본다면, 그 사람은 어떤 방식을 선택할까. 폴의 선택은 이와 같다고 봤다. 폴은 목소리를 통해 모래 폭풍 속 현실을 극복해야 할 상황이 아닌, 그 흔들림에 몸을 맡겨야 한다고 판단했고 그 선택은 적중했다.

우리는 어려움이 닥치면 이겨내고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베네 게세리트도 고통을 기꺼이 견디는 인간만을 인정했다. 삶은 늘 어려움과 고난이 따르는 고행이기에 우리는 죽기 전까지 크고 작은 언덕을 넘으며 살아야 한다. 이것이 필연이고 숙명이라면, 우리도 폴처럼 언덕을 보는 시선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마치 모래폭풍에 몸을 맡기고 그 흔들림에 함께 하는 것처럼. 바람이 부는 방향을 등지고 서면 추위를 덜 느낄 수 있듯이, 어떤 순간에선 언덕을 마냥 극복하고 넘어서야 할 존재가 아닌 잠시 등을 기대고 쉬어갈 수 있는 대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잠시 등을 기대어 쉬면서 하늘을 보고 저변에 깔린 풀의 냄새를 맡고, 나무의 그늘에서 숲의 소리를 듣고, 어쩌면 사막에서 발견한 작은 쥐와 같은 나와 비슷한 생명체를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것 또한 언덕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 잠시 숨 고르기를 하듯 내게도 쉼을 준다면, 그 언덕을 넘는 첫발은 한결 가벼울 것이다. 적어도 마음가짐은 달라질 것이다. 나는 언덕에서 쉬어봤기 때문에, 언덕은 내게 넘을 대상이 아닌 등을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친구로 바라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폴이 들은 그 목소리는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현명함이자 지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listen. friends.” -목소리


-프레멘족과의 전투

영화를 보는 내내 퀘사츠 헤더락이 무엇인지 몰랐다. 소설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 여기서 들통이 났지. 하지만 영화를 보는 것은 전혀 무리가 없었다. 오히려 몰랐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굉장히 강한 인상을 받았다. 아라키스에 도착한 폴과 레토가 스파이스 추출 현장에서 작업자들을 구해내는 장면에서도 퀘사츠 헤더락이 언급됐는데, 그때가 돼서야 ‘각성인가?’라고 생각하게 되었지. 후반부의 결투 장면까지 보고 나서야 퀘사츠 헤더락의 의미를 나름 정의할 수 있었다.

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프레멘의 자미스와 결투를 하며 과거에서 미래로 건너가는 과정을 거친다. 더 이상 폴의 과거는 현재의 폴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 아트레이데스 가문이란 범위가 아닌 그 이상을 품는 사람으로 성장할 것을 예고했다. 애초에 모하임의 시험에서 통과했기에 이 사건은 필요성을 의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선별의 순간이었고 이것은 완벽한 소속이라고 생각했다. 프레멘족은 아라키스라는 사막행성에 오랫동안 살아온 사인만큼 그들과 정반대의 환경에서 산 아트레이데스 사람이 거쳐야 할 숙명적인 과제다. 나는 폴이 그 전투를 통해 자신이 아라키스에서 프레멘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 시험해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

새로운 분야에 처음 발을 들이게 되면 늘 부딪히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기존에 하던 분야는 배경지식이라도 있어서 유추라도 할 수 있는데, 새로운 분야는 감이 오질 않는다. 그래서 그 벽을 넘지 못하면 더 깊이 파고들기 힘들다. 폴은 모하임의 시험을 통과했을 때부터 온갖 벽을 마주했을 것이다. 그가 선조들의 무덤을 보며 레토 공작과 했던 대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레토는 ‘내 아들’하며 따뜻한 말로 안정을 시켜줬지만, 그의 가장 중요한 말은 더 앞에 나왔다. 벽이라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그동안 자신의 한계를 두고 넘어서야 할 벽이라고 생각해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건 어떤 부름일 수도 있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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