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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Dec 05. 2022

영화 후기 : 가재가 노래하는 곳 (8)

자연의 또 다른 이름 3

카야. 그러니 카야는 습지에서 살아온 인간이면서 습지의 결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카야가 가진 대표성은 사회 속의 인간을 포함한다. 우리가 진화론과 역사를 이야기할 때 늘 드는 주제처럼, 카야라는 이름은 생명체의 이름이 아닌 그 결과로서의 대명사 같다. 결말을 보기 전까진 카야의 삶에 집중해서 고립이나 생존하고자 노력한 사람으로 보였는데, 끝까지 관람하고 나서는 반대로 카야의 삶 자체는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니까 카야가 해왔던 삶의 방식이 특별한 방식이라고 생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정말 이상하지만 카야가 살아가는 방식을 두고 왜 마을 사람들이 괴상하게 생각하고 거리를 두려고 했는지 이해가 가면서도 이해가지 않는다.

     

결국 우리는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꿈과 희망, 목표 등 생명을 품은 습지처럼 사람마다 다양한 의미와 철학을 갖고 살아가지만, 가재가 노래하는 곳처럼 그 저편엔 본질적이고 공통적인 이유가 있다. 자신의 상황과 현실에서 적응하고 생존하여 살아가는 것. 그것은 아주 특별한 일도 아니고 대단한 일도 아니며 세상 어디에서든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사실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이미 카야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다. 다만 우린 소통이란 도구로 조금 더 긴밀하게 연걸되어 있는 것만 조금 다르다. 카야와 우리가 정말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카야의 삶이 괴상하고 야생의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의 삶은 자연 속의 삶과 다른 방식인가? 그래. 생각과 철학이 없는 동물이나 새, 곤충들에 비해선 한편으론 품위 있고 우아한 방법을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외면하고 싶을지라도 우리 또한 그들처럼 교묘하고 이기적이며 기회주의자적인 방식으로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기도 한다. 도덕과 윤리의 기준으로 판단하기 전에, 이미 우리의 집단 중 누군가는 그런 방식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더더욱 우리는 카야와 다른 인간인가. 카야는 습지에 사는 생명을 수집하고 연구하며 그들을 어떤 기준에 따라 분류한다. 이 생물이 가진 외형적 특징과 살고있는 환경적 특징은 특별한 것보단 주어진 것에 더 가깝다. 체이스와 바닷가 데이트를 하며 발견했던 낯선 조개처럼 간혹 환경에 맞지 않은 생명이 발견되곤 하지만, 결국 그들 또한 그 안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생존한다. 습지에선 체이스와 테이트가 그랬고 사회에선 카야가 그랬듯이. 아픔은 있으나 흔적은 쉽게 사라지는 모래처럼, 마지막 대사의 모든 것이 자연으로 습지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는 모두 이 환경에서 탄생하여 살다가 죽는다.

     

그렇기에 카야와 체이스 사이에 일어난 사건과 재판이 갖는 의미 또한 특별했다. 고립되어 살아온 가녀린 인간의 세상을 향한 편견 탈피보다는 오히려 담담하게 생명에 대한 근원적인 재판을 하는 것 같았다. 재판의 흐름은 초반과 후반이 다르다. 초반은 살인사건과 용의자에 집중한 심문에 집중한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카야라는 인간이 가진 본질적인 문제에 집중한다. 편견이라는 단어가 영화 내내 하나의 주제어처럼 등장하는 느낌인데, 이 단어의 또 다른 의미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앞서 여러  얘기했던 것처럼 고립된 인간 카야가 아닌, 살아가는 것에 대한 우리 인간의 편견에  가까운 단어라고 생각된다. 자연의 장에서 보면 주체성의 유무와는 상관없이 생명이 살아가는 것에는 선과 악이 없다고 출판사 직원들과 대화하는 카야의 대사를 빌려서 말한다.

     

“자연에 선과 악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살아남기 위한 수단들이죠. 환경에 적응하는 거 뿐이죠.”

     

이 문장이야말로 이 영화와 화자가 말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본다. 도덕과 윤리를 뛰어넘는 생명이 가지고 있는 객관적인 사실 말이다. 그저 존재 그 자체 말이다. 잘못 오해 한다면 살아남기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도 된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자연의 관점에서 볼 때 그것을 법이나 규율로 규정하고 판단 내릴 수는 있어도 그것이 자연의 입장과는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카야와 같은 인간 세상의 약자들, 영화 속의 점핑과 메이플 부부, 가정폭력의 희생자들, 조디, 카야의 엄마 등 그들의 시선에서 살아감은 무엇인지 한 번 생각 해볼 수 있는 시각을 전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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