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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Dec 05. 2022

영화 후기 : 가재가 노래하는 곳 (9)

자연의 또 다른 이름 4

영화를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인 ‘살아감’이란 무엇인가.

     

누군가는 끈질긴 숨이라고 또 누군가는 악착같은 열망이라고 또 누군가는 자신만 아는 지루한 생존이라고 할지라도, 그게 자연에서는 아무런 의미도 도의도 따질 수가 없게 된다. 자연이란, ‘내가 살아가는 것’ 자체, 그 하나의 진실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살아감은 규정될 수 없는 단어이며 그저 살아가는 행위만 사실이 된다는 점이 조금 서글프고 참으로 순수하다. 세상에 이렇게 순수한 목적과 행동이 또 있을까?

      

사는 것이란 무엇인가. 어떤 인간이든 살아가면서 반드시 해볼 법한 질문이다. 자신의 존재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질문과 탐구는 인간의 역사를 지금 여기까지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아는 수학, 과학, 물리학, 생명, 예술 등 그 안에서 인간의 삶과 연관 짓지 못하는 분야는 어디 있는가? 나는 이 모든 분야가 인간이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자 했던 부단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사회의 곳곳을 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끝없이 변화시키고 적응하며 살아가며 여러 차례 다양한 시도를 하는 셈이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 너무나도 푹 빠진 결과 산다는 것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카야는, 이 영화는 그런 시선에서 하나의 간단하고 깔끔한 답을 던져준다. 산다는 것은 그저 산다는 것, 그 사실 자체, 그 단어 자체의 충실함을 말한다고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삶이란 것도 끝을 모를 시간을 보내는 것도 어렵거나 지긋지긋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살아감에 충실하다는 것은 오로지 나의 책임으로 나를 건사하는 행위, 어떤 환경일지라도 적응하는 것, 그 사실 자체를 말하는 것일 테니까.

     

그러니 자연의 또 다른 이름이란 오로지 삶에 대한 끝 없고 순수한 결과이며 현존하는 그 시간의 순간이고 미사여구가 허용되지 않는 그 사실 자체인 셈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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