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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Aug 01. 2023

영화 후기 :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4)

영화 속 소품

-동상

나는 이 동상이 깊은 바다에서 올라오는 장면에서 유독 눈이 시원하게 트였다. 영화적인 장치겠지만 그 동상에 얽힌 이야기가 꽤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줬다는 건 잘 못 보기에 더 그런 것 같다. 저 나라 사람들은 사랑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의 얼굴이나 신체를 본딴 조각을 하거나 동상을 만들거나 하는 게 신기하다. 거리낌 없이 표현하고 그 추억을 남기려고 하다니. 신기하다, 신기해! 사랑은 그런 건가 보다.


     

-바흐

올리버는 느릿느릿 연주하는 바흐가 왜 좋았을까. 난 엘리오가 집에 들어가서 쳤던 빠르게 친 바흐와 뚱땅거리면서 친 바흐가 더 귀여웠다. 물론 내 취향은 기타로 친 바흐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다. 기타로 친 바흐는 박자도 느리고 곡이 흘러가는 것도 느려서 그날의 풍경에 딱 맞는 느낌이면서도 동시에 마음을 간지럽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올리버도 좋았을까. 만약 나였다면 곡이 좋으냐고 묻지 않는 이상 좋다고 칭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속으로 곡이 참 좋다, 잘하네, 하고 넘어갔을 듯. 아, 이런 올리버라서 엘리오와 가까워질 수 있었구나. 하핫.


          

-광장

광장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근데 다르게 보면 각자의 길을 가기 위해 잠시 지나치는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광장에 가면 기분이 묘하다. 조금 외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공허한 감정이 느껴진다. 여유롭게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구경하는 것도 재밌고, 어디로 가는 걸까 혼자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도 재밌다. 그렇지만 결국 모두가 각자의 길을 가려고 통과하는 곳이라는 생각에 광장은 넓은 만큼 외롭고 공허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목걸이

외로운 유태인 두 사람. 올리버와 엘리오가 공유했던 첫 번째 감정이다. 유태인은 오랜 시간동안 터전 없이 떠돌아다녔다고 들은 것 같다. 그 와중에 세계대전을 겪으며 큰 희생을 겪었고. 우리나라도 그런 일이 있어서 남일 같지가 않다. 유태인이라는 것을 드러내지 말라는 말을 듣고 자란 엘리오, 유태인인 것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사교적인 올리버. 그럼에도 함께 공유하는 외로운 감정. 두 사람은 닮았고 닮지 않았다. 올리버를 만난 후 그처럼 목걸이를 하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엘리오를 보며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게 된다.


          

-하늘색 셔츠

영화에서 엘리오가 올리버에게 그 셔츠를 달라고 하면서 처음에 입고오지 않았냐고 묻는 장면이 나온다. 나는 그 말을 듣고서야 다시 되감기를 해서 확인했었다. 아, 역시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첫눈에 반한 게 맞았구나 싶었던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다. 나도 그날의 파란색 셔츠를 기억하고 있으니까. 올리버는 떠나기 전 엘리오에게 그 셔츠를 선물하는데 이 장면에서 문득 궁금해졌다. 엘리오는 그 셔츠를 언제까지 보관할까? 언제까지 갖고 있을까? 새로운 연인이 생겨도 보관하려나? 새 연인이 버리라고 하면 버릴까? 아니면 갖고 있다는 것도 잊어버릴까? 안 잊어버릴까? 올리버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 이후엔 버렸을까?? 하 궁금하다. 만약에 티모테를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리고 어쩌다가 이 영화 얘기를 하게 된다면, 그게 싫거나 부담스럽지 않다면 물어보고 싶다. 그 셔츠 어떻게 했느냐고.

나는 아직 파란색 셔츠 사람에게 뭐 특별히 없어서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데. 큰 실망을 하게 되면 잊어버리려나? 아니면 더 기억하려나? 케케케. 왜냐면 시간이 많이 흐른 탓인지 지금 그 파란색 셔츠에 있던 꽃무늬가 무슨 색이었는지 가물가물하기 시작했거든... 흰색이었나 노란색이었나... 신발은 흰색 운동화가 맞나, 샌들이었나...


           

-엘리오의 비밀 계곡

엘리오가 남들은 모르는 곳이라며 올리버를 초대하는 장소. 올리버가 발을 담그고는 화들짝 파들짝 놀라며 “오 마이 같, 잋츠 푸뤼징!” 하며 그 큰 눈을 더 크게 떴던 장면. 엘리오... 엘리벨리... 귀여운 엘리벨리는 그걸 보며 헿 하고 웃었다. 영화가 참 신기한 게 보면볼수록 엘리벨리가 아닌 올리버의 시점으로 보게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엘리오가 너무 귀엽다!!! 귀여워!!!! 끄앙!!!!


-일리커피

영화를 보다가 익숙한 커피가 있기에 으잉? 하면서 다시 되감기를 했다. 그리고 봤지. 올리버의 제안으로 엘리오와 광장으로 자전거 타러 나가는 장면. 별장의 집사?가 자전거를 꺼내주는데, 거기 앞 탁자에 흐릿하게 일리커피 분쇄통이 있었다....그 탁자 위에 놓여진 일리커피... 내가 먹어본 일리커피는 산미가 있어서 별로였다. 나는 묵직하고 산미가 없는 고소한! 아메리카노가 제일 맛있는 것 같당. 그나저나~ 일리커피... 왜 거기에? 이유를 찾아보니 되게 오래된 회사였다^^...

1933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세워졌고, 프란체스코 일리라는 사람이 만든 커피다. 이렇게 오래된 회사인 줄은 몰랐당. 오늘의 집에서 일리머신 많이 나오길래 디자인이 요즘에 잘 맞춰서 나오네, 했는데 90년이나 된 회사였다니~


          

-살구

살구는 언제 우리나라에 건너온 지는 알 수 없지만, 신라시대에 흔히 볼 수 있었던 꽃이라고 한다. 온 거리에 화려한 꽃과 새콤달콤한 향이 퍼졌을 걸 생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꽃이 화려한 색이라 사군자에 속하진 못하고 소인배를 암시한다고 하기도 했다는 말을 보니 뭔가 좀 안 되었다. 하하. 꽃말은 아가씨의 수줍음이라는데 영화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맛있게 살구를 따먹는 올리버와 엘리오는 그냥 냠냠쩝쩝 아삭아삭 먹어서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살구가 먹고 싶었다. 살구는 좀 새콤달콤하다는데, 새콤은 적고 달콤이 많은 살구를 먹어보게 된다면 시도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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