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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자차 May 30. 2024

영화 소울메이트 후기 (2)

등장인물과 배우들

한복처럼 참 곱고 맑은 얼굴을 가진 배우, 출처 네이버 김다미/소울메이트



#안미소 역 / 김다미

#너는 죽었다 깨어나도 모를 거야.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영화 ‘마녀’와 드라마 ‘그해 우리는’에 나와서 눈도장을 콕 찍어버린 배우다. 특히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은 내가 정말 좋아했던 웹툰의 원작이다. 순둥순둥 정말인지 양 볼에 말랑한 찹쌀떡 두 개를 붙여놓은 외모와 귀여운 목소리, 170cm의 키를 가진 정말 사랑스러운 배우다. 뭔가 내가 보기엔 볼에서 ‘앵무’라는 소리가 나는 것만 같다. 앵무새와 닮진 않았는데, 이상하게 그런 발음을 낼 것 같다. 얼굴에서 왜 비음과 유음과 후음의 소리가 들려오는지.

     

이번 영화에선 안미소 역으로 나온다. 초등학교 때 엄마 따라 제주로 전학 온 미소는 짧은 단발머리에 빨간 가방을 한쪽 어깨에 멜 정도로 보통의 학생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미소가 의자에 앉지도 않고 뒷문을 통해 학교를 빠져나가는 행동은 미소라는 사람의 가장 큰 특징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안미소를 하나로 정의한다면 자유, 누구나 가슴에 품고 있는 꿈 같았다. 그래서 미소를 볼 때면 과거 학교 다닐 때 늘 가방을 던지고 교문 밖으로 뛰어나가는 상상을 했던 내가 떠올랐다.

     

안미소라는 사람은 그가 입는 옷에서도 잘 드러난다. 제주를 떠나기 전까지 미소가 입었던 옷은 활동성이 좋은 넉넉한 티셔츠에 반바지였고 색상도 아주 밝았다. 힘겨운 서울살이는 숨길 것이 많아졌고, 미소는 밝고 화창했던 과거의 모습이 아닌 우중충한 옷으로 바뀌었다. 모든 것을 건 불안한 삶을 살던 때는 어릴 적 절대 입지 않겠다던 옷을 입고 하이힐을 신고 있었고, 새롭고 안정적인 삶을 살던 때는 단정한 옷을, 하은이 남기고 간 하은의 딸과 있을 땐 묵직하고 단단한 옷을 입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른 미소의 변화가 여실히 드러났다. 영화의 밖에선 앞으로 미소가 어떤 옷을 입고 살아갈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반전의 매력이 눈에 확 들어온다, 출처 전소니/소울메이트

          


#오하은 역 / 전소니

#너를 사랑한 사람은 오직 나뿐이야. 나밖에 없다고.

     

전소니 배우는 드라마 '남자친구'에서 이미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짝사랑하던 화면 속 전소니 배우의 얼굴이 얼마나 예쁘던지, 그 눈동자를 보다가 호로록 감겨버렸다. 신비롭고 묘하면서도 새콤달콤 같은 분위기를 가진 배우는 알 듯 말 듯 하은의 마음을 연필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게다가 빨려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와 도록도록 좋은 목소리가 대사를 전달할 때면 저절로 귀가 기울여진다. 아마 전소니 배우와 눈이 마주친다면 나는 어느새 그를 쫄래쫄래 따라가고 있을 것이다. 결국 이 영화에서 눈물을 흘린 까닭은 다 전소니 배우의 눈동자 때문이었다.

     

빨간 가방을 멘 전학생, 높은 곳을 잘 올라가는 애, 브로콜리를 안 먹는 애, 스쿠터 타는 애. 미소를 보는 하은의 얼굴은 호기심과 궁금함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표정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미소의 얼굴은 처음과 끝이 거의 비슷한 채 현실의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이라면 하은의 얼굴은 영화의 시간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여가듯 깊어지는 것 같았다. 그게 계절이라면 미소가 나타난 뒤로 하은의 마음엔 미소라는 결정을 가진 눈이 내리고 있었을까. 첫사랑인 진우에게도 보이지 않던 하은의 깊음은 오직 미소를 향해서만 끝도 없이 깊게 내려갔다. 그래서 영화를 몇 번 되돌려 봤을 때야 하은의 진짜 마음이 보였고, 그제야 하은이 왜 소묘를 그리기 시작했는지 알게 되었다.

     

미소의 마음은 표정이 아닌 겉모습에서 나타난다면, 하은의 마음은 겉모습이 아닌 눈으로 얼굴로 나타났다. 진우의 얼굴을 그려보고 싶다던 하은은 그 이유에 대해 그려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하은이란 캐릭터는 연필 하나로 그려내는 소묘처럼 여러 번 보면서 선명해지는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있다. 오래도록 그 사람을 바라보며 겹겹이 쌓인 페이스트리를 만들어 가는 사람. 또 본인도 모르는 사이 4차원의 공간에 그 사람의 모습으로 탑을 쌓은 사람. 하은은 이런 사람이지 않았을까. 자기 자신을 그리고 미소를 입체적으로 담아낸 사람.  





신드롬을 일으킨 남자, 24년도 여자들의 첫사랑, 출처 변우석/소울메이트


        

#함진우 역 / 변우석

#아닌데. 점 없던데.

     

변우석은 참 청춘에 어울리는 배우 같다. 그의 나이 30세가 훌쩍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2000년대에 갇힌 듯한 분위기, 작고 동그란 얼굴, 길쭉하고 호리호리한 몸매, 옛날의 서울 사투리를 쓰는 듯한 약한 미성의 부드러운 목소리, 늘 ‘에헤헤’ 웃는 표정 때문에 그런 것 같다. ‘20세기 소녀’도 그의 소년미가 잘 보였다던데 대체 무엇으로 매력 발산을 했을까.

     

영화 속 진우의 대사 중 가장 진우와 닮은 대사는 이것이었다. ‘아닌데. 점 없던데.’ 아이고 진우야. 점 있단다. 진우야말로 그 관계 안에서 어떤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하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휘둘려 다니고 있었다. 진우는 그 두 사람의 배경처럼 병풍처럼, 한때는 이어주는 다리처럼 바다 위를 둥둥 떠다니는 부표 같았고, 호숫가에 동그랗게 떠 있던 오리배 같았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진우의 역할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봤고, 몇 번을 보고 나서는 나름대로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진우의 모습은 인연을 지나쳐버린 과거의 나와 참 닮았다. 그래서 영화에서 제일 이해하기 쉬웠던 캐릭터는 미소도 하은도 아닌 진우였다. 진우는 ‘그땐 몰랐어, 근데 지금은 알겠어, 다만 우리가 없네’의 표본이랄까. 흘러간 시간을 인간으로 역할로 내보이면 ‘진우’라는 사람이 탄생할 것 같았다. 미소와 하은이 모두에게 스며들 수 있었지만 결국 아무에게도 스며들지 못했던 그래서 그 두 사람의 뒤에서 과거와 현재의 자신을 지켜보는 위치에 서게 된 어느 날의 나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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