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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릿테이블 Oct 14. 2024

코끼리도 초식 동물이다.

시절인연이라 여기던 언니를 직장에서 다시 만난 건 작년 봄이었다. 30대의 마지막 청춘을 화려하게 불태웠던 시절에, 언니는 같은 직장에 함께 근무하며 마음 맞는 여럿이서 해운대의 밤을 자주 수놓곤 했다.


그런 단단한 인연도 근무지가 달라지면 시절인연이 되고 마는 것이 나이가 드니 조금 서글퍼질 무렵, 다시 돌고 돌아 언니를 만나게 되었다.


스쳐지나갔던 옷깃의 힘은 대단했다.

서로가 낯선 환경에서 다시 만났지만 추억이 겹겹이 쌓인 삶의 밀도로 인해 관계가 예전보다 더욱더 끈적해졌고 다시 뭉친 기쁨으로 뭔가 재미난 일들을 직장에서 꾸미기 시작했다.


그 시작으로 올해 초 나이보다 10년은 어려 보이는 언니가  갑자기 점심으로 도시락을 준비해 오자고 했다.


근무여건상 밥이 나오는 회사인데 굳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회사 밥은 맛있어서 살이 찐다는 논리로 샐러드를 사 오자는 제안을 했다.


맛없는 샐러드를 준비해 옴으로써 탄수화물을 줄이고 살을 빼겠다는 약한 의지가 확실히 느껴졌지만 나 또한 그리 단단하지 않은 사람이라 언니의 의견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둘이서 하기엔 다소 심심할 것 같아 주위에 만만하지만 단단한 동생 한 명을 더 꼬셔서 3명이서 친절하게 제공되는 회사밥을 먹지 않고 각자 집에서 만들어오는 샐러드 모임의 무모한 도전이 시작되었다.



모임의 이름을 특별히 정하려고 하진 않았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의 약한 의지, 다이어트를 향한 낮은 열망등을 알고 있어서 그런지 갑자기 코끼리가 생각났다.


코끼리도 초식동물이란  불편한 진실을!!


샐러드 모임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름이 정해졌다.

코끼리도 초식동물임을 명심하자는 의미와 코끼리처럼 먹으면 살은 빠지지 않을 거란 여러 경고가 실린 우리의 모임 이름이!


그렇게 '코끼리 샐러드 모임'이 결성되었다.



다이어트 샐러드를 포방한 많이 먹는 모임이 될 것 같은 코끼리 샐러드 모임의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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