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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릿테이블 Nov 18. 2024

샐러드드레싱의 음률


#1 첫 설렘, 연애샐러드


3월에 급하게 결정된 빈약한 의지의 코끼리 샐러드 모임의 멤버들은 신이 나 있었다. 일단, 근거 없는 다이어트에 대한 희망고문과 함께, 우리끼리 점심을 먹는다는 비밀스러운 아지트 느낌의 공간이 주는 힘이 대단했다.


직장인 샐러드 도시락


 첫 느낌의 샐러드 모임은 연애할 때의 감정과 비슷했다. 별거 없는 샐러드지만 열심히 사진을 찍어서 단톡방에 공유하였고 서로 자기의 샐러드를 나눠주고 나눠 먹으며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동안 언니는 한식을 좋아해서 며칠 동안 밥 위주로 도시락을 사 왔고 똑똑한 동생과 나는 다양한 채소와 단백질 위주로 샐러드를 만들어 왔다. 샐러드를 만들어오는 방식만 보아도 각자의 취향을 알 수 있었다.


우리의 첫 모임은 서로가 서로를 끔찍이 여기는 연애의 첫 설렘처럼 완벽하게 즐거웠다.


코끼리샐러드


#2 심야의 주방, 드레싱 연구


 나는 샐러드 모임을 하자는 제안을 언니가 처음으로 말했을 때부터 온통 머릿속엔 드레싱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샐러드 도시락을 꾸준히 먹어본 적이 없기에 처음에는 생야채를 드레싱 없이 먹기에는 힘들 것 같아 싫증 나지 않게 매일 다른 드레싱을 연구하고 싶었다.


 가장 쉬운 발사믹과 올리브오일로 만드는 드레싱부터 제철과일, 수경재배로 키우는 채소를 이용한 샐러드를 만들고 싶었다.


비트드레싱


#3 유니크한 바질망고 드레싱


난 개인적으로 바질향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바질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꼭 동네깡패 같은 식재료 같았다. 하지만 남편이 집에서 수경재배로 바질을 너무 많이 키우는 중이어서 바질을 이용한 드레싱을 꼭 만들고 싶었다. 처음엔 바질페스토를 만들었는데 상큼한 드레싱의 향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다.


그런 고민 끝에 망고를 만나게 되었다.

바질의 향을 망고가 너그럽게 감싸주었기에 둘의 궁합이 너무나 어울렸다.


망고
바질

바질잎 10개와 망고 1개, 생레몬즙 1, 꿀 한 스푼, 소금 조금이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드레싱이 되어 입안에서 춤을 추었다. 바질망고 드레싱의 맛도 너무 유니크했다. 바질의 향이 은은하게 터지면서 달달한 망고가 뒤따라오고 마지막엔 상큼한 레몬향이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바질망고샐러드


#4 마요네즈 대신, 비건 타르타르소스


바질망고드레싱의 춤이 끝나갈 무렵 나는 다시 러블리한 나만의 소스를 만들고 싶어졌다. 바질망고드레싱이 상큼한 소스였기에 나는 조금 텁텁하지만 풍미가 가득한 소스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마요네즈와 비슷하지만 마요네즈가 들어가지 않는 타르타르소스를 생각해 보았다.


마요네즈의 풍미를 착각하게 해 줄 재료는 캐슈넛이었다.

캐슈넛 드레싱 소스

캐슈너트 30g 정도와 햇양파 1개, 달걀 1개, 레몬즙 1개, 꿀과 소금으로 완성된 타르타르소스는 닭가슴살 샐러드, 두부면 샐러드 등 모든 샐러드에 대체적으로 어울렸다.



샐러드드레싱을 만들면서 소스의 다양한 세계관을 여행하는 것 같아 매우 즐거운 심야의 주방이었다.



코끼리 샐러드의 모임을 통해 배우는 건 음식을 통한 삶의 음률이었다. 유니크한 바질망고드레싱과 비건 타르타르 드레싱으로 삶의 한 페이지가 흥겨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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