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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유 Oct 10. 2022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2020 년 11월 어느날>

민트색 핑크색 자전거와 함께 나의 빨간 자전거가 비닐하우스 사이를 달린다.

얼핏 창밖으로 바라본 포근했던 날씨는, 나도 겨울바람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려는 듯 드러난 살갗을 기어이 찾아내 자신의 존재를 알려주었다.

아직 12월도 되지 않았고 더군다나 온난화 현상으로 더 이상 겨울이 겨울 같지 않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이렇게 질 수는 없다는 듯 겨울 초입의 바람이 여간이 아니다.

두 허벅지에, 종아리에 있지도 않은 근육을 모아 모아 힘을 합해 본다. 조금씩 몸이 데워지면서 차가운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딱 좋다.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 소리도, 공원을 에둘러 흐르는 물소리도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 들뜬 목소리다.

헥헥 대는 아이들의 힘겨운 숨소리마저 마치 근육들이 불끈불끈 솟아나는 소리마냥 뿌듯함이 한가득 담겨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 세상은 가만히 엎드려 침묵하는데...

나는 아이들과 함께 시원하게 논밭 사이를 달렸다.

거리낌 없이 큰 소리로 웃으며, 시원한 바람을 마음껏 마시며,

아직 자전거가 서툰 아이들은 차가 오지 않는 넓은 길을 지그재그 춤추며 달린다.

천만다행이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신나게 달릴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엄마, 시골은 참 좋은 것 같아”

큰 딸 재이가 달리며 큰소리로 말을 건넨다.

이유는 묻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리는 같은 곳에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

달리기를 멈추고 잠시 공원 바위에 앉아 있으니 금세 시원했던 바람이 차갑게 느껴진다. 서둘러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왔다.     


“아~~~ 우리 집 좋다. 우리 집은 안 좋은 게 하나도 없어.”

거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대자로 뻗어버린 재이가 말한다.

따뜻한 집안의 공기가 금세 아이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으리라.

신나게 자전거로 달리는 그 시간도, 집에서 편안하게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시간도, 함께 하는 이 모든 순간이 참 행복하다.     


2014년 여름, 훌쩍 산청으로 들어온 우리의 선택에 다시 한번 뿌듯함이 밀려오는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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