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떤 사람인가

정체성과 인생의 가치

by 노마드 김씨

오늘의 글은 회사에서 본업을 시작하기 전에 작성하(다가 뒤에서 왔다 갔다 하는 상무님 덕분에) 주말 아침에 스벅에서 이어간다.


Atomic Habit이란 책을 읽고 있는데 (정확하게는 지하철 갈아타는 길에, 걷는 와중에 오디오 북으로 듣고 있는데, 정말 쏙쏙 들어오는 명확한 책이다) 습관을 만드는 것은 what do you want to be보다

who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정체성이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속가능성의 관점에서다. 이것이 없으면 의지만으로 하나의 습관을 이어가기 힘들다. 이렇게 매일 글을 쓰는 것도 내가 글 쓰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가지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내가 그냥 월급쟁이라고 생각하면 이게 과외의 일이 되기 때문에 멈추기 쉽다.


정체성과 이어지는 게 가치이다. 내가 인생에서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느냐를 진지하게 생각한 것이. 너무 신기하게도 (너무도 늦은) 30대 후반이다. 그냥 열심히 살고, 조직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서, 이런 일을 해보자라는 what에 기반한 삶이었다가 상하이에서 코로나를 경험했다. 남편을 떠나 아이와 둘이 아파트에 갇혀서 3달을 보내면서, 일이란 무엇일까. 가족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건강은? 나란 존재는? 이란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때부터 Why와 How로 초점이 많이 옮겨진 것 같다. 그 가장 힘들 때 읽은 책 '인생의미 (책 제목이 정확하지 않지만)'는 지금도 나의 인생 책이다. 그 이후로 나에겐 '엄마, 배우자'가 1순위가 되었고, 건강한 나의 모습이 2순위로 바뀌었다. 그전엔 일, 커리어와 나의 성장이 최우선이었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자, 주변도 변했다. 내가 이 설거지를, 이 밥을 왜 해줘야 하는데에서 시작하면, 쉬고 있는 아들 남편이 짜증스러웠고, 어서 일을 하고, 책을 읽어야 하는데라는 조급함이 그렇게 만들었다. 하지만 내가 차린 아침으로 가족이 행복하고, 우리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가족과 건강 두 개가 이뤄진다. 아침 출근 시간에도 뭔가를 배워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서 아들의 등교 시간을 함께 할 생각을 못했다.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는 아들과 일부러 걸으려고 한다. 재택 할 땐 학교까지 걸어갔다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한이 있더라도, 아들과 대화하고 남편과 이야기하면서 걷는 매일의 그 길이 너무 행복했다.


요즘 고민도 그렇다. 한국 중소기업에서 일하면서 현타가 자주 오지만, 가족과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는 부족함이 없다. 물론 종일 앉아있을 내 허리를 보호할 수 있는 회사 안에서의 루틴을 만들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거품이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 멋진 pt를 만들거나, 있어 보이기 위해 무언가를 추가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물론 그래서 사무실도 너무 건조하게 아무것도 없지만. 해당 경력이 없는 나를 믿어준 것이 고맙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팀원들을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직도 마음이 드는 공고가 있으면 눈길이 가지만, 벌써 한쪽 발은 담근 것 같다.


영어를 쓰면서 글로벌 조직에서 글로벌 팀원들과 일하고 싶은 나의 소망은 이뤄봤고, 이제 생긴 새로운 목표인 투자자와 사업가로 살아가고 싶은 나의 제2의 삶을 위해 이 회사는 나와 어쩌면 맞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제는 남편이 그랬다, '그래도 거긴 너를 막아서고, 너를 간섭하는 보스는 없잖아, 서로 경쟁하는 동료도 없고. 얼마나 편하니' 그래, 감사하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익숙해지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