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차 소회
강남 한복판 공부방 운영은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간다. 물론 아르바이트생을 통해 청소를 맡길 수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정리도 안될 것 같고, 얼마 벌어보겠다고 연건데 거기에 또 비용이 나가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서도 배우고 있다.
그냥 청소가 아니다
공부방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누군가의 성장을 위한 공간이 되었으면 했다. 그래서 면접, 강의 그리고 취미생활(보드게임)을 위해 쓰는 고객을 중심으로 받고 있다. 반대로 파티룸으로 콘셉트를 잡게 되면 바로 다음 고객이 쓸 수 없는 수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술이 들어가면 통제가 잘 안 된다. 물론 그만큼 객단가는 높을 수 있다. 본인의 선택이다, 치우면서 비싼 손님 받을 것인가, 유지하고 합리적으로 갈 것인가. 나는 후자를 선택하는 게 맞는 것 같다.
평일은 80이 넘은 아버님이, 은퇴하고 적적했는데 새벽에 눈이 뜬다고. 다녀오고 계신다. 새벽에 일어나서 CCTV를 보면 정말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주신다. 감사할 나름이다. 일한다고 아이도 맡겨서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셨는데. 난 복이 많다.
주말은 남편과 아침 일찍 다녀온다. 남편 역시 협조적이다. 평소 때 이런저런 얘기를 할 기회가 없는데, 주말 아침 김씨네 공부방을 가는 길에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원래 쓸데없는 이야기 하다가 필요한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데, 청소 이외의 소중한 수확이다. 서로 미래의 이야기도 하고, 연애할 때 멀리서 나를 매일 픽업해 주던 남편과 서로 알아갔던 시간도 생각난다. 김씨네 공부방이 소중한 순간을 만들어준다.
첫인상 입실안내
뿌리오를 통해서 문자로 보내고 있다. 카톡으로 상호 소통이 가능하게 보내고 싶은데, 괜히 친추했다가 불편해질 것 같아서 우선은 일방향이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과 따뜻함인데, 매주가 시작하기 전 한주 치는 예약을 걸어두고 (날짜별 날씨 체크하며 가능한 말 거는 것처럼 오늘 보내는 것처럼 캐주얼하게 보내려고 노력한다) 당일 들어온 것은 따로 시간 마련해서 보낸다.
이 메시지도 정말 많은 수정을 거쳤다. 너무 자세하거나, 너무 건성이지 않아야 하니 그 균형이 중요했다. 나에게 테스트도 많이 해봤다. 고객들의 불편한 점, 이슈가 있었던 부분을 적어뒀다 입실 안내에 꼭 포함시켰다. 그 사람들도 똑같은 경험을 할 것이라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김씨네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고객들의 성을 불러드리려 애쓴다. 그래서 복사 붙여 넣기가 불가하다. 그 성으로 쓰고, 또 정기고객은 웬만한 건 다 아시니, 기본 정보만 드린다. 언젠가 AI가 나를 도와줄 수 있을까 싶지만, 너무 많아서 힘든 날이 오지 않는 이상, 고객과 대화하는 좋은 느낌 (유일한 기회이기도 한)을 직접 만들고 싶다.
이렇게 의미 있는데, 이번달은 겨우 손익을 넘겼다. 일 년을 채워야 하는데, 더 해야 하나, 근로소득에 만족해야 하나. 나에게 새로운 배움과 성장의 순간을 만들어주고 있는 이 작은 사업을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고민이 많다.
VS.
요즘 내 책상에 세워둔 브런치 작가 '노마드'라는 아이디카드를 아들이 상당히 관심 있어한다. 작가라는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이 과정이 즐겁다. 내 마음의 소리를 꺼내고, 일상을 되돌아보는 소중한 이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