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건 아니지만

운동하는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변... 거니가 던진다

by 노마드 김씨

어릴 적 야구 때문에 내가 보고 싶은 TV도 못 봤기에, 야구를 즐기진 않았다. 저 느려터진 흐름이 뭐가 재미있는지, 아빠는 주말이면 야구만 틀어놨다. 야구 아니면 동물의 세계였으니 할 말이 없다.


아들이 야구를 밥벌이로 하고 싶다고 했을 때, 사실 매우 반갑지 않았다. 운동을 시키기 위해 수반되는 막일을 차치하고서라도 그 스포츠에 대한 좋지 않은 나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하고 싶다고 해서 시키고 있다. 내 아들은 내가 이루지 못한 국제학교 학생의 로망을 이뤄주지 못했고, 한국에서 야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초등학교 엘리트 야구부 (엘리트의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라, 그것만 해보겠다고 덤빈 모임이다라는 그런 뜻인 거 같다), 감독님이 받아 '주셔야'하는 곳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렇기 어렵지 않게 초등학교는 입실이 가능하다. 비체육부에서의 경험이 미천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짧은 기간 관찰한 그들 리그의 몇 가지 특이점이다.


-유전자의 힘

야구부의 학부모들은 선출(선수출신) 비중이 높다. 물론 운동 안 시키는 부모님들 중에서도 선수 출신 있겠지만, 상대적으로 사이즈가 작은 그룹에서 한두 명만 선출이라도 큰 존재감이다. 피지컬도 남다르다. 체벌에 대한 판단도 유연하다. 운동하다가 맞을 수도 있고, 때릴 수도 있다는, 예전 운동부에서는 흔하게 이뤄졌다고 한 규율의 방식이었다. 지방 경기를 가면 가끔 저녁을 먹다 이런 얘기가 나왔는데, 내가 너무 강하게 다른 방식도 있다고 주장했다가 별난 엄마가 된 적이

많다.


-예측불허 일정

24시간 대기조다. 회사를 다니다 보면, 자주 만나지도 못하는 글로벌, 리전 팀이랑 일하다 보면 서로에게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움직이는 게 원칙이다.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기대치를 맞추는데 업무의 대부분의 시간을 쓴다. 근데 이 세계는, 경기가 언제 시작할지도, 어디서 누구 차를 타고 출발할지도, 언제 끝날지도, 밥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아무도 안내해주지 않는다. 감독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부모는 따른다. 기다리다 식사를 거른 때도 부지 부수다. 처음엔 너무 이해가 안 되는 이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제는 도시락 싸서 다니고, 기다리면서 읽을 책도 준비해 간다. 역시 인간은 적응이다.


-피지컬은 밥이다

그냥 밥이 아니다. 아침을 꼭 먹인다. 점심은 학교에서, 저녁은 훈련하며 대충 때우는 걸 알기에 아침이라도 영양분을 꽉 채우려고 노력한다. 식초 한 컵, 삶은 계란, 미숫가루는 디폴트. 밥과 1일 1 고기를 위해 돼지, 소, 오리를 섞어가며 최소 3첩 밥상이다. 남편도 이렇게 차리지 않는다.


이제 시작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덩치는 산만한데 그래서 굼뜬다. 탄성이 넘치는 아이들과 선수를 보면서 왜 우리 아들은 그렇지 못할까 속상하기도 하다. 그러다 내 몸도 내 마음대로 안되는데 자식 몸을 내가 어떻게.라는 생각도 들고. 잘 못하고 오는 날엔 천 개의 질문이 있지만, 가장 속상할 사람은 본인이라 한 마디 못한다. '차라리' 공부하자는 말을 몇 번 했더니. 그만하라고, 자기는 운동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건 엄연히 다르다고 얘기하지만,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선, 앞으로 최소 6년은 운동 DNA와, 사회생활보다 힘든 그들의 조직 문화, 먹이는 것들과 함께 부대끼며, 이 시간을 지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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