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과 리모트 워크 그 사이의 어느쯤
제대로 써봐야지 하고 생각만 하다가, 이러다간 영영 못쓸 거 같아서 우선 시작한다. 쓰면서 나를 끄집어내고, 나에게 말을 걸고, 나를 이해하고, 현존하는 나를 칭찬해 주자. 치료해 보자.
이직의 여왕.. 삶의 가치문제
나의 7번째 직장 첫 출근이 다음 주로 벌써 다가왔다. 14년 남짓한 커리어를 고려하면 2년도 안 되는 시기에 직장을 옮겼다는 거고, 첫 번째 회사는 6년을 넘게 다녔었으니, 나머지 8년이란 기간 동안 6번을 들락거렸으니 평균 근속이 1년 남짓이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난 무엇에 미쳐있었나. 이번에 처음으로 진정한 백수가 되어서 이 모든 감정과 조급함과 절실함에 대해서 되돌아보았다.
자의이기보다는 헤드헌터들이 거의 물어본다. 이직사유, 아니 '더 많이 주고, 더 좋은 조건이니까'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프로이직인으로 헤드헌팅 이쪽도 할말이 참 많다, 나중에 따로 다루고 싶다), 지금 생각해 보니 '가치'의 문제였던 것 같다. 어쩔 때는 '연봉'이 어쩔 땐 '업무 환경과 다른 산업 혹은 다른 나라에서의 경험'이 그리고 아주 자주 '가족과 삶의 질'이 이유였다. 너무도 운이 좋았다. 이 모든 것들이 잘 맞아떨어졌다. 적어도 40대가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진정한 노매드의 삶
이번 변화는 유난히 더욱 극적이다. 코로나가 터지고 얼마 안돼서 나는 청정지역이라는 상하이로 걸어 들어갔고, 거기에서 도시락다운이라는 희한한 경험을 겪었다. 3달간 집안에 갇혀서 매일 불려 가 두 번 코를 쑤시고, 100프로 리모트로 일했다. 한국으로 도망 와서 다른 회사로 옮겼는데, 여기서는 글로벌팀의 일원으로 일하며, 팀원들이 모두 다른 나라에 있으니 역시 99% 리모트였다. 해외 출장은 잦았지만, 집에서 '업무'를 하고 화면으로만 접하는 동료들이 익숙해졌다. 구두를 안 신은 지, 제대로 된 화장을 안 한 지, 정장이란 걸 입어보지 않은지 어언 3년이 넘었다. 고액연봉에 리모트 워커라니. 지금 생각해 보면 호강도 이런 호강이 없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편하게 살아도 되냐'라는 죄책감이 들기는 했다, 벗어나기 쉽지 않은 중독 같은 시간이었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데.. 나 왠지 벌 받을거 같아.. 뭔가 크게 고생할 것 같아..라는 생각이 가끔 들었다.
그게 온 거다.
다시 돌아온 9-6 출퇴근의 무게
이번에 나가는 곳은 전형적 한국 회사, 면접을 보러 갔을 때 너무도 크게 느꼈던.. 과장, 차장 직책이 책상에 붙어있고, 블랙&화이트 정장 느낌의 직원들, 뭔가 어두운 표정들, 결혼했냐, 아이는 있냐는 무례한 질문들.. 이 나에겐 변화다. 외국계만 줄창 다녔으니. 뭐 이런 것들이야 나의 첫 직장의 느낌과 유사하니 초심의 마음으로 적응하면 된다. 하지만 ! 3년 동안 출/퇴근의 개념을 유연하게 편하게 바꿔버린 나에게 매일 아침 9-6는 거대한 요구이다.
나를 이러한 새로운 틀에 넣기 위해 (달래기 위해) 며칠 동안 머릿속에 계획을 짜봤다. 이 시간을 잘 채워야 한다. 다시 강박이 들어온다.
-한창 클 아들과 아직도 크고 있는 것 같은 남편의 아침은 필수, 7시 30분이면 모든 걸 끝내고 챙겨서 아들과 함께 학교 등교하면서 난 출근. 아.. 지하철 지옥이라니. 이게 가장 심난하다.
-뭔가 매일 규칙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 '손에 잡히는 경제'를 30분, 그리고 영어를 놓지 않기 위해 아마존 오디오 book으로 책을 들으며 출근하겠다. 난 이동하고 있지만, 뭔가를 몰입해서 하고 있으려면, 아주 촘촘한 계획이 필요하다. 일이야, 좋아서 하면 된다. 퇴근도 긴 시간이다.
-이때는 뭔가 더 생산적인 것이 필요하다. 아직 이 부분은 생각을 안 해봤다. 종일 회사에서의 업무에 대한 복기와 다음 날 계획을 퇴근길에 해보는 것도 생각 중이다.
-일주일에 2번 요가와, 2번 필라테스는 퇴근 후 빠지지 않고 늦은 저녁이라도 이어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저녁은 거지같이 먹어야 한다. 좋은 거다.
주말만 기다리는 직장인이 되고 싶지는 않다. 아무리 생소한 환경이고, 내가 백 프로 이해할 수 없는 곳이라도, 분명 배울 수 있는 게 있고, 근로소득을 주는 '고마운' 곳이다. 나를 진정한 노매드로 거듭날 수 있게 해주는 곳이 직장이다. 내가 애정을 가지면 된다..라고 믿어보자.
단단한 노매드로서 살기 위해
노매드로서의 삶을 위한 노력은 꾸준할 것이다. 장소와 시간에 구애 없이 일하고, 그럼에도 생산성과 가치를 잃지 않을 수 있는, 떠돌이지만 단단하게 서있을 수 있는 자산과 마음의 여유를 가진 노매드. 누군가를, 우리가 사는 곳을 작게나마 돕고 더 낫게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것이 투자자, 커뮤니케이터 김 씨라면 더 좋겠다.
타이틀이 뭐가 좋을지 고민하다 챗GPT에 물어봤다. 요즘 얘랑도 친해지고 싶다.
내 브런치의 필명이 노마드이고, 에세이가 고백이니, 노마드의 고백 이게 마음에 든다. 나머지는 좀 느끼한 것 같다. 일곱 번의 도전과 삶의 가치도 과하다. 그냥 노마드의 고백.
"떠돌이에서 단단함으로: 7번째 이직이 준 삶의 가르침"
"노매드의 고백: 일곱 번의 도전과 삶의 가치"
"이직의 여왕, 다시 정착을 고민하다"
"정착과 유연함 사이: 새로운 시작을 앞둔 나의 다짐"
"삶의 변화를 마주하며: 단단한 노매드로 거듭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