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넷플릭스 <더 글로리> 신드롬이 한창일 무렵 OTT에서는 드라마 형식과 거리가 먼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교롭게도 이 두 콘텐츠는 3월 3일 같은날 출시되었는데, 넷플릭스의 <나는 신이다>와 웨이브의 <국가수사본부>가 그것이다. 이들 콘텐츠가 주목받은 것은 특종을 해서가 아니다. 이미 오래전 일로 기억되는 사이비 교주의 성폭행 사건, 지금 이 시간에도 벌어지는 범인검거 같이 널리 알려진 것을 다룬다. 그럼에도 신드롬에 가까운 주목을 받은 것은 전례없는 표현방식 때문이다. 갑자기 떠오른 ‘OTT 저널리즘’은 바로 새로운 표현이 가져오는 충격에 관한 것이다.
출시 이후 신문기사는 숨김없는 영상으로 작중 인물의 인권침해와 명예훼손을 범했다고 말했다. 특히 선정성 논란이 컸던 <나는 신이다>에 대해 “자극적 묘사”, “선정성”, “인권침해” 문제를 거론했다. 시민단체의 토론회도 한 몫 했다. 가장 강렬하게는 피해자를 대상화하고 음란물처럼 “전시”했다고 했다. 그렇게 된데는 저널리즘 원칙, 다시 말해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의 ‘성희롱·성폭력 사건보도 공감기준 및 실천요강’을 준수하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때마침 OTT 다큐멘터리 분석논문도 출판되어(전경란, 2023), OTT가 사회적 문제를 숙의나 해법보다 그 수법 묘사에 치우친 것으로 비판받았다.
언론이 말하는 OTT 저널리즘의 문제를 요약하면 1) 자극적인 콘텐츠 범람, 특히 청소년들의 접근에 대한 무방비, 2) 방송심의규정과 언론중재법 상 구제방법 부재, 4) OTT 자체등급 분류로 인한 도덕적 해이성 등이다. 하지만 첫 번째 지적은 OTT 수용의 책임이 미디어에서 수용자에게 이전되었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고, 두 번째는 전환 중인 미디어 법제를 지적하지만, 피해자가 있다면 언제든 실정법으로 다퉈볼 수 있음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다. 세 번째 지적은 지난 5월부터 시행되는 ‘OTT 자체등급분류 제도’를 말하는데, 이는 준국가 기관에 의한 등급 분류 체계를 개선한 것으로, 등급 분류를 손 놓은게 아니라 사업자의 자율성과 함께 ‘책임성’을 강화한 정책이다. 당연히 영등위를 통한 모니터링과 사후감독이 작동하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OTT 저널리즘' 논란을 불러일으킨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
신문기사의 우려가 선정성이나 폭력성에 있기보다 OTT 저널리즘 기능에 대한 불안감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도한 억척일까? 물론 선정적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선정성에도 불구하고 기존 TV 탐사보도와 다르지 않다면 문제일 것이다. 따라서 그 다름이 무엇인지 살피는 것이 레거시 미디어 관습만을 답정너하는 것보다 더 유익하다. 어떤 신문 사설은 “보도 영역에 들어선 OTT 콘텐츠에 대해 추가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적시한다. OTT가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든 하지 않든 가이드라인은 필요하다. 문제는 개인화된 미디어에 어울리는 가이드라인이 구체적으로 어때야 하는가일 것이다. 그것이 반드시 기존 신문과 방송의 눈높이를 맞춰야 할 이유는 없다. 온갖 것이 급변하는 시대에 온고이지신의 지혜는 필요하겠지만 인류문명의 커뮤니케이션 변화경향에 좀 더 예민할 필요가 있다.
2. OTT, ‘다큐 저널리즘’의 새로운 영토
먼저 용어법부터 살펴보자. 국내에는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또는 ‘저널리즘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지만, <나는 신이다>, <국가수사본부> 같은 콘텐츠는 사실 ‘다큐멘터리 저널리즘’(줄여서 다큐 저널리즘)이라 정의하는 것이 옳다. 엄밀히 말해, <국가수사본부>는 리얼리티 TV의 관습을 더 따르고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 다큐멘터리적 구성으로 어떤 사회적 문제를 기록한다는 점에서 광의의 다큐 저널리즘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저널리즘 다큐멘터리는 통상 미디어나 언론인, 보도, 언론 관련 사건 등 ‘저널리즘에 관한 기록’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지칭한다. 저널리즘 다큐멘터리가 저널리즘에 관한 다큐멘터리라면, 다큐멘터리 저널리즘은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만들어진 저널리즘이다. OTT 저널리즘은 바로 이 다큐 저널리즘이 OTT 미디어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지시하는 용어이다.
다큐 저널리즘은 사실의 성찰적 기록과 깊이있는 통찰을 목표로 하는 다큐멘터리 정신에 저널리즘의 시의성과 신속성이 겹쳐진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19세기 말 인류의 무대에 첫 선을 보일 때, 영화는 곧 사실의 기록을 의미했지만 이후 극 영화 주류의 역사에서 다큐 저널리즘 영화는 좁디 좁은 길을 겨우 헤쳐왔다. 국내에서 저널리즘적 빛을 발한 다큐 영화로는 김동원 감독의 1994년작 <행당동 사람들>과 2002년작 <송환>이 있다(1960년대 이후 국가기관에 의해 제작된 국가기록물은 논외로 한다). 이후 다큐 저널리즘 영화는 2010년대에 들어 정치 분야에서 폭발적으로 생산된다. <다이빙벨>(2014), <자백>(2016), <공범자들>(2017), <더플랜>(2017), <노무현입니다>(2017), <김광석>(2017), <그날바다>(2018), <대통령의 7시간)(2019), <삽질>(2019) 등이 그것이다.
이들 다큐 저널리즘 영화는 방송 기자나 PD들이 탐사 저널리즘(investigative journalism)를 표방하며 작업해 온 탐사보도 프로그램과 유사하다. 둘은 모두 ‘환경감시’ 활동을 수행한다. 주지하듯이, 대표적인 한국 탐사보도 프로그램으로 <추적60분>(1983), <PD수첩>(1990), <그것이 알고싶다>(1992) 등이 있다. 1987년 민주항쟁 이후 자율성이 높아진 지상파 3사는 사회 부조리와 모순을 심층적으로 고발하는 탐사보도 영역을 본격화했고 시청자의 반응도 한껏 고조되었다. 이들 프로그램은 사회적 이슈, 감정보다 사실과 정보의 우선, 전문가나 권위자의 해석 등 레거시 미디어의 서술문법을 유지했다. 객관보도를 지향하는 기자와 다소 다른 결을 보이는 PD들의 탐사보도 또한 레거시 텔레비전의 문법으로 인정받았다.
OTT 저널리즘은 거기에서 보다 자유로운 표현과 상업성이 가미된 듯 보인다. 하지만 OTT 저널리즘 또한 사실성을 추구한다. 따라서 기술적으로 보면, OTT 저널리즘은 시사적 사안을 기록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와 TV 탐사보도 정신이 OTT 영토에서 재창조된 것이다. OTT가 영화적 TV(cinematic TV)라는 점을 떠올린다면, OTT 저널리즘은 영화적 기록과 TV 저널리즘이 화학적으로 결합된 것으로 포지셔닝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는 마치 <옥자>나 <설국열차>가 넷플릭스를 무대로 한 영화, <오징어게임>과 <더글로리>가 넷플릭스를 무대로 한 드라마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강조되어야 할 것은 OTT라는 미디어이다. <나는 신이다>와 <국가수사본부>를 만든 방송사 교양 PD들은(MBC <PD수첩>의 조성현 PD와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배정훈 PD) 하나같이 OTT였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OTT 다큐 저널리즘 콘텐츠가 다큐멘터리 영화와 TV 탐사보도와 닮은 듯 보이지만 OTT에 최적화된 ‘다른’ 콘텐츠 양식임을 암시한다.
3. 어떤 콘텐츠가 있는가?: 글로벌 풍경
다큐 저널리즘이 훨씬 풍부한 나라는 미국이다. 보다 현대적 의미의 다큐 저널리즘 콘텐츠가 대중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세계화, 대기업, 폭력, 자본주의 등을 주제로 하는 미국 영화감독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의 작업에서이다. 고등학교 총기난사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정치의 공포심 조장과 총기소지의 관계를 폭로한 Bowling for Columbine(2002), 조지 W. 부시 정부의 테러와의 전쟁을 비판적으로 다룬 Fahrenheit9/11(2004), 미국 의료보험 제도를 꼬집은 Sicko(2007) 등이 있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 대응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Planet of the Human(2019)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았다. 당시에는 영화제 출품이 거의 유일한 경로였지만, 2010년대 이후는 OTT로 확대되고 있다.
다큐 저널리즘 콘텐츠를 분류하면 크게 ‘정치/사회’와 ‘살인/성폭행/범죄’, ‘자연’ 등으로 나뉜다. 노예제가 폐지되었음에도 흑인을 차별화하고 주변화하여 노예적 상태로 만드는 사회체계를 폭로한 13th(2016), 헌법으로 보장된 낙태 결정권을 뒤집기 위한 정치적 시도를 다각도로 조명한 Reversing Roe(2018),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페이스북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정보유출 사건을 다룬 The Great Hack(2019), 진보 여성의 정치운동을 다룬 Knock Down the House(2019), 몰락한 GM 공장을 사들인 중국기업에서 벌어지는 동서양 문화 충돌에 대한 (버락 오바마 부부가 설립한 제작사에서 만들어 더욱 유명해진) American Factory(2019), 2017년 지상 최고의 음악축제가 악몽의 사기극으로 끝난 FYRE(2019), 미국판 대학입시 비리를 다룬 Operation Varsity Blue(2021) 등이 있다.
특별히 스포츠는 독립된 사회문제 섹터로 다뤄진다. 월드컵 개최지 결정문제에서부터 막대한 수익사업, 더 나아가 국제정치에 미치는 영향력 등 피파의 속살을 파헤친 FiFA Uncovered(2022)는 최근 넷플릭스에서 출시되었고 계속해서 시즌제로 방영될 예정이다. 축구, 농구, 크리켓 등 다양한 스포츠 분야에서 일어난 승부조작 스캔들을 다룬 Bad Sport(2021),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운동선수가 그간 말하지 못했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말하는 Untold(2022), 성공한 스포츠 스타의 실제 삶과 인종, 삶의 뿌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Naomi Osaka(2021) 등도 있다. 그 외에 Break Point(2023), The Battered Bastards of Baseball(2014), The Last Dance(2020), Last Chance U(2020) 등 스포츠 승부의 세계와 스포츠 정신, 스타의 여정에 대한 콘텐츠가 있다.
살인과 성폭행, 각종 범죄 사건은 다큐 저널리즘의 단골 주제이다. 대표적으로 2007년 이탈리아 여대생 살인사건 용의자 아만다 녹스에 대한 Amanda Knox(2016), 1969년 성직자의 성적 학대와 살인사건을 시리즈 형식으로 파헤친 The Keepers(2017), 아이들과 임신부 가족들이 끔찍하게 살해당한 사건을 CCTV, 경찰의 바디캠, 피해자가 직접 찍은 사진과 동영상 등으로 구성된 American Murder(2020), 억만장자 성 범죄자에 의해 희생당한 학대 생존자들의 이야기 Jeffrey Epstein(2020), 고속도로변 사체로 발견되어 캐면 캘수록 미스테리한 사건을 풀기까지 30년이나 걸린 The Girl in the Picture(2022), 특이한 성격과 자선활동으로 전 국민을 매료시키지만 충격적인 성범죄 이력을 가진 인물로 드러난 Jimmy Savile(2022), 리벤지 포르노 웹사이트에 올라온 딸의 사진을 보고 잔혹한 운영자를 처단하기 위한 불굴의 온라인 운동을 다룬 The Most Hated Man on the Internet(2022) 등이 있다. 그 외에도 House of Secrets(2021), The Staircase(2018), Who Killed Little Gregory(2019), Making a Murderer(2015) 등이 있다.
사이비 종교는 돈과 살인, 성폭행과 결부된 독립적인 섹터이다. 대표적으로 사이비 종교 교주가 신도를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지배하는 Keep Sweet: Pray and Obey(2022)는 <나는 신이다> JMS를 고스란히 떠올리게 한다. 교주와 신도의 관계가 종교를 빌미로 한 어떤 지경에 이르게 되는지 섬뜩하게 묘사한다.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 시티를 배경으로 한 모르몬교의 범죄와 종교적 환영을 추적하는 Murder Among the Mormons(2021), 사이비 종교의 광기를 가감없이 보여준 Wild Wild Country(2018) 등도 대표적인 사이비 종교 고발물이다.
환경파괴로 인해 자연은 점점 더 중요한 저널리즘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자연은 다른 한편으로 인간에게 위로와 성찰의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특별하기도 하다. 대표적인 저널리즘 자연 다큐멘터리로 육식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Seaspiracy(2021), 거대 고양이과 동물 사육의 문제를 다룬 Tiger King(2020), 지구의 아름다움과 위대함, 환경의 문제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Our Planet(2019), Our Great National Parks(2022), 문어와의 교감을 통해 삶의 진실을 마주하는 My Octopus Teacher(2020) 등이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정치, 경제, 종교, 사회, 스포츠, 자연 등 다큐 저널리즘이 다루는 영역은 다양하게 걸쳐져 있다. 이들 콘텐츠는 2010년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편의 심층적 다큐멘터리 영화로 제작 출품되었다. 흥행이 확인되면 속편을 만들 정도였다. 하지만 2010년대 중반 전후 다큐 저널리즘 콘텐츠는 시리즈물로 변신하여 시즌제 또는 파트제로 전체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전래의 TV 탐사보도와 결을 달리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OTT 미디어를 무대로 새로운 형식적, 재현적 방법을 찾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4. OTT 다큐 저널리즘의 재현 관습
사실 <나는 신이다>와 <국가수사본부> 이전에 <사이버지옥>(2022, 넷플릭스)이 있었다. <사이버지옥> 또한 <나는 신이다>만큼은 아니지만 큰 울림이 있었다. 2018년 하반기부터 불거진 이른바 ‘N번방’ 사건을 맞닥뜨리게 된 기자, PD, 경찰을 인터뷰 형식으로 추적하는 이 콘텐츠는 뉴스로만 접했던 N번방 사건을 충격적으로 재조명한다. 위에서 살펴본 미국의 사례, 그리고 <사이버지옥>에서 <나는 신이다>, <국가수사본부>로 이어지는 국내 콘텐츠로부터 우리는 OTT 다큐 저널리즘의 ‘차이’에 대해 말할 수 있을 듯 하다.
미디어 콘텐츠의 차이는 콘텐츠 제작과 편성의 문화기술(cultural technology)에 따라 재현의 지평이 달라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리얼리티 예능과 다큐멘터리, 심지어 뉴스에서조차 수많은 카메라와 고정 카메라, 드론, CCTV, 그 외에 스마트폰과 소형의 강력한 신종 카메라로 인해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다. 가령, 1990년대 6mm 카메라와 2010년대 드론은 이전까지 하지 못했던 대상물에 대한 ‘밀착’을 가져왔다. 6mm 카메라는 카메라를 들이대는 대상물의 심리적 저항을 크게 낮췄고, 드론은 축없는 촬영으로 그 어떤 대상물 또는 현장에도 직접 다가갈 수 있었다.
사실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에서도 재현의 문제는 본질적인 이슈였다. 최초의 다큐멘터리인 로버트 플레허티(R. Flaherty)의 <북극의 나눅>(1922)이 사실 이누이트족들의 ‘극적인’ 삶을 필름에 담은 재현의 결과물이었다. <북극의 나눅>은 이글루의 아침 장면 촬영을 위해 평소보다 더 큰 이글루를 지어야 했고, 이글루 안이 너무 어두워 절반을 허문 뒤 일광 조명으로 촬영했으며, 나눅이 바다코끼리와 힘겨루기할 때는 촬영팀이 평소에 사용하던 사냥총이 아닌 작살을 사용하도록 했다. 당시 이누이트족 사람들은 이글루가 아닌 일반 집에 거주하고 이미 널리 보급된 총으로 사냥했지만 이누이트족 이미지를 위해 이글루와 작살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문화기술의 발전이 그 전에 비해 현실을 훨씬 더 있는 그대로 담을 수도 있게 하는지도 모른다.
총 대신 작살로 사냥하는 나눅은 마치 얼음 위 원시인 같다
OTT 다큐 저널리즘은 인터넷 프로토콜 위에 클라우드와 스트리밍이라는 OTT 고유의 문화기술로 기존 영화나 TV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당겨받기(pull) 서비스’와 ‘자유로운 시간구성’이라는 차별성을 실현한다. 인터넷은 상호접속과 차별금지의 프로토콜에 기반하기 때문에 기존의 TV처럼 콘텐츠가 일방적으로 흘러가지 않고 이용자와의 인터페이스를 통해 선택 소비된다. 이는 곧 콘텐츠가 가상공간에서 언제든 소비될 수 있도록 준비되어(ready to use) 있음을 뜻한다. 이와 더불어, OTT 다큐 저널리즘 콘텐츠는 연속적 구성을 지향한다. 지금까지 텔레비전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대부분 1회로 그치고, 특별 기획의 경우 2부작이나 3부작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경우에도 각 회차는 주제나 소재의 차이로 구분될 뿐 연속적 서사물처럼 그려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에 반해, OTT 다큐 저널리즘의 콘텐츠는 몇 회씩 이어갈 수 있다. <사이버지옥>은 1회로 끝나지만, <나는 신이다>는 8회, <국가수사본부>는 13회로 구성된다. 2015년 출시된 Making a Murderer는 두 파트에 각각 10회로 구성된다. 회당 시간구성도 자유롭다. <사이버지옥>은 거의 2-3회로 분절할 수 있는 1시간 45분 분량이다. 인터뷰와 증언이 주된 자료이기 때문에 시리즈화하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100분 정도의 편성시간은 TV에서는 불가능한 시간이다. <나는 신이다>는 많게는 70분, 짧게는 39분의 에피소드를 연속적으로 배치한다. <국가수사본부> 역시 마찬가지로 개별 에피소드를 30-40분 정도 할당한다. 이는 형사들의 수사활동을 분절하여 긴박감을 높이는데 기여한다.
당겨받기 서비스와 자유로운 시간 구성은 다큐멘터리를 ‘시리즈물’의 관습체계로 전환시킨다. 시리즈는 개별 에피소드의 일화성(episodic)과 그런 일화성의 연속성(continuity)이 빚어내는 서사(narrative)가 중요하다. 즉, 시리즈는 전체 이야기의 줄거리가 시작되면서 하위 미스테리와 문제가 제시되고 해결되지만(일화성),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또는 미스테리와 문제로 대체되면서 하나의 긴 이야기(연속성)를 이어간다. Making a Murderer는 다큐멘터리임에도 마치 한 편의 서사극을 보는 것처럼 구성되어 있다. <나는 신이다>와 <국가수사본부> 또한 이같은 구조를 따르고 있다.
<나는 신이다>는 JMS의 정명석의 악행과 추적, 제도적 처벌의 문제점 등을(그 외에 오대양, 아가동산, 만민의 교회 등도) 서사적으로 그려낸다. <국가수사본부>는 수사 기획에서 실제 수사, 체포, 기소 등 전 과정을 보여줌으로서 다큐멘터리가 마치 드라마 같아 보인다. <사이버지옥>은 시리즈로 구성되지는 않았지만 페이드 아웃을 통해 일화성과 연속성을 표현한다. 이는 악당의 악행을 폭로하는데 그치는 기존 TV 탐사보도 프로그램에 비해 더욱 강렬한 감정을 남긴다. 또한 이들 콘텐츠는 OTT 사이트에 있기 때문에 언제든 접근 가능하다. OTT 다큐 저널리즘 콘텐츠는 폭로 이후 사라지지 않고 시청자에게 어떤 정동(affect)의 서사로 ‘존재’한다.
5. OTT 다큐 저널리즘의 이슈
1) 사건의 전체성 재현
OTT 다큐 저널리즘 콘텐츠의 관습체계는 사건을 총체적으로 보게 한다. 사건의 전체성은 권위자에 의해 해석된 사건이 아니라 마치 시청자가 사건을 직접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같은 느낌은 넷플릭스가 2013년 선댄스 영화제에서 초연된 것을 이듬해 자사 플랫폼에 출시한 The Square에서 잘 볼 수 있다(Gilmore, 2017/2019). The Square는 2014년 넷플릭스를 통해 북아프리카 지역에 들불처럼 일었던 ‘재스민 혁명’(Jasmin Revolution)에 대한 관심과 참여를 촉발하여, 그해 아카데미 최고 장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지명되고, 에미상 프라임타임 넌픽션 부문 감독상과 편집상, 최고 작품상을 거머쥐었다. 넷플릭스 상의 The Square는 현실의 혁명 공간과 그것을 전세계로 퍼나르는 온라인 공간 간의 상호작용, 이른바 ‘SNS 혁명’이라 부르는 현실-가상세계의 시너지의 좋은 사례이다. 혁명의 현장 한 가운데에서 겪는 The Square 주인공의 시선은 혁명의 관찰자가 아니라 당사자의 기록, 다시 말해 혁명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혁명의 기록’으로서 다큐멘터리의 지위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건의 전체적(또는 사실적) 기록이 범죄 또는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 때문에 오히려 ‘저널리즘 원칙’을 무너뜨린다고 비판받는다. 저널리즘 원칙을 강조하는 관련 뉴스는 “피해자의 증언을 포르노적으로 매개했다”라든가, “악마 같은 가해자에게 당하는 피해자만 남으면서, 우리는 피해자를 이해할 수 없게 되고 사건을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특이한 일’”이라고 단언한다(윤유경, 2023). 그러고 보면 그들에게 시청자는 사리판단없는 사람처럼 보인다. “얼굴과 실명을 공개한 성폭력 피해자들이 고통을 못 이겨 울거나 제대로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쓰는데, 이는 다큐멘터리 카메라 때문이 아니라 사이비 교주의 폭력성이 낯설게 인지되었을 때 얻게 되는 피해자의 격한 감정이다. <나는 신이다>은 “관음증과 욕망” 또는 “가학의 쾌락”을 주기보다 ‘가학의 이물감’ 또는 ‘거부감’을 더 크지 주지 않을까?
다루는 사안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는 미디어의 사회적 위치에 맞게 디자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오픈된 채널과 달리 영화관처럼 개인적 책임 하에 소비되는 OTT에 대중매체와 똑같은 저널리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지 재고해 봐야 한다. <나는 신이다> 같은 직접적 묘사가 “자극적 관심을 문제해결 열쇠로 착각”으로 여겨질지도 모르겠다(강푸른, 2023). 하지만 <오징어게임>이나 <더 글로리>가 기존 TV 드라마와 다른 미학과 즐거움을 주듯이, <나는 신이다>는 <PD수첩>이나 <그것이알고싶다>와 다른 사실성의 재현으로 사회고발의 충격을 준다는 점에서 OTT에 적합한 저널리즘 원칙 수립을 고민할 때이다.
나는 차라리 <나는 신이다>가 벗은 몸을 ‘전시’하는게 아니라, 종교라는 이름으로 한 인간을 얼마나 처참하게 가스라이팅하는지 사건의 사실성과 전체성을 폭로하는 ‘정동의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 영상은 그릇된 구원의 신념이 한 사람을 극단의 비인간적 상태로 몰아가는 현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공기와 같은 대중매체로는 현실 사이비 종교 교주의 악랄함의 실체를 제대로 전달하기 어렵다. 사건의 전체적 서사가 사이비 종교의 악의적 속임수 메커니즘을 이해시키는 방법이다.
2) OTT 다큐멘터리 분쟁사례
OTT 다큐 저널리즘 콘텐츠는 명예훼손에 대한 직접적인 소송을 통해 해결한다. 이때 국가마다 차이는 있지만 제작자의 ‘악의성’과 ‘고의성’이 판단의 기준이다. 지난 3월 삼촌의 살인을 방조한 죄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10대 지적장애인에 대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Making a Murderer(2015)에 대한 소송에서 법원은 넷플릭스의 손을 들어줬다. Making a Murderer는 삼촌이라는 사람이 1985년 성폭행 및 살인미수 혐의로 수감되었다가 18년만에 진범이 나타나 석방된 전력이 있는데, 수사당국이 그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 지적장애인을 협박하여 살인범으로 몰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사건을 맡은 은퇴한 경찰이 명예훼손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제작자가 실제 악의가 있었는지 또는 진실을 의도적으로 무시했는지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원고 패소 판정을 내렸다.
넷플릭스의 승리로 끝난 making a Murderer 명예훼손 소송전
이때 표현방법은 법적 판단의 결정적 기준이 아니라는 점이 중요하다(Cho, 2023). 피해자는 부적절한 행동을 암시하는 배경음악, 그래픽, 보이스오버, 살인 재판 장면의 편집 등이 문제라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판사는 그 어떤 다큐멘터리도 특정 사실을 축약, 편집, 강조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말 그대로 진실이 표현되는데는 불가피한 변경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런 변경이 불법이기 위해서는 악의성과 고의성이 증명되어야 한다고 했다. 어떤 표현으로 인해 진술의 요체가 변하지 않는 한 사소한 부정확성은 용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다. 최근 넷플릭스는 자체 다큐멘터리에서 엉뚱한 사람의 사진을 사용하여 소송을 당했다. 2013년 손도끼 살인범을 다룬 The Hatchet Wielding Hitchhiker(2023)는 손도끼를 들고 있는 다른 사람의 사진을 손도끼 살인범으로 묘사했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텍사스 주 법원에 명예훼손과 초상권 침해 혐의로 100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021년에는 상업적 어업의 영향력에 대해 기록한 Seaspiracy(2021)가 해양 기업이 바다 생물에게 끔찍하고 되돌릴 수 없는 살상을 자행하고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할 뿐 아니라 불법노동이 횡행한다고 고발했다. 이에 영화에 인용된 NGO와 전문가들은 영화에 오해의 소지가 있는 주장, 잘못된 통계, 맥락없는 인터뷰가 진행되었다고 주장하며 넷플릭스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또한 마찬가지로 명예훼손의 입증되기 위해서는 허위진술의 악의성과 고의성이 증명되어야 한다.
그에 반해, 한국은 미디어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2017년 <김광석>을 공개한 방송기자 출신 이상호는 기존에 밝혀진 사실과 다른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명예를 훼손했다는 민사소송에서 패소했다. 하지만 형사소송에서는 주장하는 바가 허위로 인식할 정도가 아니었고, 비방의 목적이 없었음을 인정받아 2022년 1월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을 받았다. 앞서와 같은 취지이다. 하지만 UN의 폐지 권고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말한 죄’를 인정하는 우리나라에서는 무고한 피해자 외에 지탄받아 마땅한 사람들마저 사실을 말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법의 보호를 받을 확률이 크다. 그것은 애초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법 취지를 왜곡하는 꼴이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시각에서는 OTT 저널리즘의 표현 방법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다. 프리랜스 작가이자 영화 평론가인 호나데이(Hornaday, 2018)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저널리스트 인터뷰로 재구성한 독립 다큐멘터리 Watergate(2018), 총기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무장하는 미국 교사들의 윤리와 실효성을 다룬 G Is For Gun(2018), 전과자의 투표를 금지하는 플로리다 법에 정면으로 맞서는 과정을 그린 Let My People Vote(2018), 등은 훌륭한 예술작품의 하나일 뿐이지 저널리즘이라 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 이유로 배경음악, 선택적 프레이밍 및 편집, 재연 등 영화적 분위기와 질감이 수용자에게 특정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예술의 지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작가 고유의 시각 유무가 저널리즘과 다큐멘터리 예술을 갈라놓는 요소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보도에서 탐사보도 프로그램, 다큐멘터리 영화, 그리고 작금의 OTT 다큐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저널리즘을 구성하는 행위와 그 콘텐츠의 외연은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이를 ‘저널리즘 바깥’으로 규정하는 것이 편리할 지는 몰라도 현실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무엇이 OTT 저널리즘의 원칙일지는 국가마다 따르고 있는 법리가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단언하기 힘들다. 만약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면, OTT 역시 또 하나의 사회적 감시 장치로 잘 작동하기 위한 방안이어야 할 것이다.
3) OTT 규제체제와 ‘미디어중재’ 논의의 필요성
비판은 또한 OTT 콘텐츠가 방송심의를 받지 않고 언론중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천만하다고 말한다. 가령 이렇다. “OTT는 언론사가 아니기에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OTT 콘텐츠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른 ‘온라인비디오물’로 분류돼 지상파 방송사 PD가 제작한 다큐멘터리를 OTT를 통해 공개한다면 방송법에 따른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보도 이후 피해자가 겪을 추가 피해를 막은 수단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당장 OTT를 규제하기 어렵더라도, OTT 저널리즘을 실천하기 위한 가이드라인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어떤 공통의 기준은 지켜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어떤 한 기준이 시대와 공간을 넘어 절대적일 수는 없다. 위 기사에서 OTT 콘텐츠에 적용하고자 하는 저널리즘과 그 원칙은 신문과 방송처럼 공개된 미디어 환경에서의 저널리즘 원칙이다. 이것이 당사자간 상호거래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OTT에서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데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기계적 적용이 아니라 현실적 적용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지금 방송과 OTT를 아우르는 통합법 성격의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을 추진 중에 있다. 동 법은 네트워크에 관계없이 방송과 통신을 플랫폼 계층과 네트워크 계층으로 구분하고, 동일 계층 내 서비스에 대해서는 동일한 규제 철학을 적용하겠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엄격하게 말하면 ‘다른 서비스 다른 규제’가 더 맞는 표현이다. ‘흐름의 미디어’인 방송과 ‘인터페이스 미디어’인 OTT가 같은 계층일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미디어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채널과 계약을 통해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플랫폼으로 구분된다. 인터페이스 미디어 계층을 어떻게 정의하고 규제체계를 갖출 것인가를 연구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첩경이다.
시청각미디어서비스법은 2018년 EU의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 개정을 참조한다. 국가 연합체인 EU는 시청각미디어서비스 지침을 통해 각기 다른 국가의 규제 통일성을 기하고자 하는데, 2018년 개정에서 OTT를 포함시키고자 했다. 이유는 유해 콘텐츠로부터 미성년자의 보호의 필요성과, 타인에 대한 증오심 유발 금지의 필요성, 그러면서도 언론의 자유 보장과 같은 규제문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OTT를 시청각미디어 하위범주로 포섭, 최소한의 규제수준만 제시하고 회원국이 자체적으로 규제체계를 도입할 수 있게 했다.
미국은 인터넷 상의 미디어 콘텐츠는 사전사후 심의가 국가검열이라는 이유로 금지되어 있다. 내용규제는 불법 콘텐츠 유통과 미성년자 보호, 지적 재산권 보호 차원에서만 작동한다. 미국은 2018년 오픈인터넷질서(Open Iinternet Order)를 폐기하여 통신법(Communications Act of 1934)상 일반적인 ‘정보서비스’ 사업자, 즉 통신법 타이틀 Ⅰ의 규율을 받는 지위에 있다. 미국 통신법 Title Ⅰ이 규정하는 정보서비스는 원거리전기통신(telecommunication)을 통해 사용 가능한 정보를 생성, 수집, 저장, 변환, 처리, 검색 활용 또는 제작하는 기능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전자적 공표(electronic publishing)를 포함하지만 원거리전기통신 시스템의 관리, 통제 및 운영 또는 원거리전기통신 서비스의 운영을 위한 기능의 사용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미국에서 OTT는 국가 기구나 미디어 특별법으로 규제되지 않고 이용자와 사업자간 민형사적 소송으로 해결되는 영역이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OTT가 저널리즘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해도 언론중재의 직접적 대상일 수는 없다. OTT가 언론중재의 대상이기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중재 영역의 다층화’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언론중재가 언론과 피해 당사자 모두에게 최소한의 분쟁비용으로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한 사회적 장치라고 할 때, 기존 신문, 방송에서의 언론중재와 다른 부가통신 상의 미디어중재를 새로 설정하여 그 절차와 실현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이는 언론중재를 ‘미디어중재’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피해자가 호소하는 경우 ‘사후보정’ 절차를 밟을 수도 있을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확장된 시대에 다른 서비스 다른 규제의 원칙에 합당한 제도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언론중재와 다소 결을 달리 하는 말이지만, 사실 OTT 콘텐츠가 규제 바깥에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적으로 미디어 관련법이 없어도 그런 행위를 관할하는 여러 가지 민형사 법이 있기 때문이다. 법을 활용하지 않아서 문제이지 법이 없어서 처벌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유튜브를 무대로 주식투자 방송이 거시/미시 경제 분석에서 투자 종목 분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그 중 일부는 특정 업체의 영업을 촉진하는 내용을 다루면서 해당 금융상품 광고도 함께 제시한다. 만약 특정 증권사의 ETF를 방송하면서 해당 금융상품 광고나 협찬이 게재된다면 어떻게 될까? 유튜브이기 때문에 ‘규제 바깥’에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이를 관할한다. 특정 상품을 명시적으로 소개하지 않아도 그 ‘영업을 촉진하도록 설계된 방송’을 업무광고로 간주하여 규제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종류의 방송이 지금도 서비스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으로 미디어 관련 법이 없다는 이유로 활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6. OTT 다큐 저널리즘의 안착을 위하여
OTT는 콘텐츠를 흘려보내는게 아니라 ‘게재’한다. 한 번 방송되고 흘러가 버리는 TV 프로그램과 달리, OTT 콘텐츠는 이용자와 지속적인 인터페이스를 유지한다. 이것의 실효성은 의외로 크다. OTT에 게재된 콘텐츠는 언제든지 다시 볼 수 있기 때문에 표현방법과 무관하게 사회적 감시 효과가 배가된다.
지난 3월 중순 JMS를 변호하던 법무법인 광장 소속 변호사 모두는 JMS 변호인을 사임했다. “구체적인 이유를 밝힐 수는 없다”고 했는데, <나는 신이다>가 방송된 지 2주일이 채 되지 않던 때여서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OTT에 게재되어 사이비 종교의 악행이 언제든 감시됨으로써 악마도 변호할 수 있다는 법률가들에게조차 도덕적 감시 효과가 발생한 것이리라. 사회적 공분을 야기한 개인이나 집단이 고품질의 법률 서비스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것은 그 자체로 의미있는 진전이다.
<나는 신이다> 이후 사이비 교주 뿐만 아니라 그의 조력자에 대한 변호인도 모두사임했는데, 이는 해당 콘텐츠가 공개되기 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이다.
<나는 신이다>에 대해 JMS는 방송 전에, 아가동산 측은 방송 이후 MBC와 조성현 PD, 넷플릭스(본사, 넷플릭스월드와이드엔터테인먼트엘엘씨,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으나 최근 모두 기각되었다. 법원은 “다큐 내용이 진실이 아니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JMS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아가동산은 아가동산과 김기순에 대해 허위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넷플릭스에 대한 소는 곧바로 취하했고, 5월 24일 법원으로부터 “<나는 신이다> 소유권과 저작권이 모두 넷플릭스에게 있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다고 통보받았다.
미디어 리얼리즘은 현실을 모사하는 미디어 범람의 시대에 중심적 사조이다. 그것은 지난 100여년의 기획에서 보듯이 하나의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무엇이 현실을 그럴 듯 하게 보이게 하는지 그 방법에 관한 것이다. 현실의 이데올로기나 관계를 객관적으로 묘사하여 재현된 현실로서 실제 현실을 자연화할 수도 있고, 이상적이라고 여겨지는 세계에 적합한 인물상과 그런 인물들 간의 관계를 총체성의 수준에서 그려낼 수도 있다. 그것도 아니면 현실과 극적 세계를 오가며 서로에게 말을 걸거나 특별한 부분을 의도적으로 강조하여 수용자가 현실을 지각하도록 촉구할 수도 있다.
OTT 다큐 저널리즘 콘텐츠 또한 마찬가지이다. OTT 다큐 저널리즘은 재현 세계로부터 얻게 되는 어떤 강력한 감정적 힘으로서 정동을 생산한다. 사람의 몸과 영혼을 휘젖는 사이비 교주에게 치밀어 오르는 분노, 그에게 몸과 마음을 빼앗긴 여성 피해자에 대한 연민, 그럼에도 스스로 자신을 깨고 세상에 나서려는 인간에 대한 공감 같은 것이다. 그것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처절한 살아남기를 보여준 <오징어게임>, 종교에서 시작해 정치, 검찰, 언론, 더 나아가 우리들 스스로에 의한 감시사회의 두려움을 묘사한 <지옥> 등에서 느꼈음직한 감정과 유사하다. 미디어 법과 제도는 OTT에서의 개인적 정동이 사회적으로 올바르게 순환되도록 정비되어야 한다.
참고문헌
강푸른 (2023). “‘나는 신이다’: 자극적 관심을 문제해결 열쇠로 착각”, KBS News 2023. 4. 27.
윤유경 (2023). ‘나는 신이다’ 촉발 OTT 저널리즘 원칙 적용 숙제 남기다, <미디어오늘> 2023년 3월 22일.
전경란 (2023).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연구, <영상문화콘텐츠연구> 28집, 33-57.
Cho, W. (2023). Netflix wins defamation suit over ‘Making a Murderer’, The Hollywood Reporter, March 15, 2023.
Gilmore, J. N. (2017). Circulating The Square, The age of Netflix, 임종수 역 (2019). <넷플릭스의 시대>(224-259쪽), 팬덤북스.
Hornaday, A. (2018). Documentaries aren’t journalism, and there’s nothing wrong with that, The Washington Post, Oct. ,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