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씩 마트에 간다. 핸드폰에 장보기를 선택하면 집 앞까지 배송받기도 하지만 야채만큼은 직접 고르는 편이다. 다이어트 식단을 시작하고 입맛이 변한 나는 예전보다 야채를 사랑하게 됐다. 야채를 먹고 라면을 먹거나빵을 먹는 편인데 건강함과 죄책감을 떠나 야채의 아삭한 식감이 좋아졌다.
매일 야채를 먹는 덕분인지 소화가 잘 되고 몸의 컨디션도 좋아졌다. 일을 하고도 쉽게 피로하지 않아 저녁에 적게 먹는 날에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게 된다.
건강한 식재료를 알고 나서 챙겨 먹어야 할 것도 많아졌다. 덕분에 과식하는 날이 늘어나며 움직이는 게 귀찮아지면서 소파에서 조는 날이 많아졌다. 해야 할 일을 놓치는 경우가 생기면서 저녁시간이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다. 적게 먹어야 몸도 가벼워 다른 일도 할 수 있는데 건강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경우가 돼버렸으니 큰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버린 야채의 맛들은 기막히게 멋진 건강함이요 배부름이다.
당근은 크게 썰어 기름에 살짝 볶아 먹는다.
양파는 반으로 잘라 쪄서 쌈처럼 먹으면 달고 맛있다.
버섯은 아삭함이 덜하지만 특유의 향이 있어 건강함을 먹는 느낌이다.
양배추를 쪄서 다른 야채들과 먹는 쌈은 푸짐함과 만족감을 준다.
미나리 이파리의 향긋한 아삭함과 스리라차의 매콤한 소스맛은 야채를 과식하게 만든다.
샐러리(셀러리)
마트에서 장을 보다 길고 싱싱한 샐러리에 눈이 갔다. 발걸음을 멈추고 샐러리의 예전맛을 회상했다. 특유의 강한 향에 거부감이 들면서 한입 먹고 놓은 적이 있었는데 예전의 내가 아니었다. 한참을 쳐다보다 제일 작은 샐러리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야채 러버의 삶을 살고 싶은 내게 샐러리는 도전하고 싶은 대상이었다.
녹색의 싱싱한 샐러리를 손질하며 줄기의 튼실함과 이파리의 야들함에 어떻게 먹어야 할지를 고민했다. 샐러리 뿌리를 자르고 한 줄기씩 씻어 말리니 생각보다 양이 많았다. 한 줄기씩 먹을 수 없어 칼로 샐러리의 이파리를 다듬는데 순간 푸바오가 생각났다.
샐러리를 손질하며 이파리만 모으던 내 왼손이 대나무 줄기를 잡고 입으로 이파리를 따내어 모으는푸바오를 생각나게 했다.이파리와 줄기들이 대나무 이파리와 줄기 같이 보였다.이참에푸바오처럼 왼쪽 오른쪽 치아로 야무지게 돌려 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샐러리 손질을 마쳤다.
이파리 손질하는 손을 보며 푸바오가 생각났다.
먹기 전에 샐러리에 대해 찾아보니 칼로리는 100g에 12kcal. 저칼로리 식품에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와 변비에 좋다고 했다. 수분함량이 95% 이상이며 항산화효과가 있는 익히 아는 야채들의 장점이었다.
다만 차가운 성질을 지니고 있어과하게 먹으면 배가 아플 수도 있다고 했다. 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샐러리를 먹고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적당량 먹어야 한다.
손질을 마친 샐러리를 찍어 먹을 소스로 그릭요구르트에 볶은 검은콩가루를 넣었다.
샐러리 줄기를 집어 소스와 찍어 먹는데 당귀향이 강하게 났다. 하지만 씹을수록 느껴지는 소스의 고소함과 샐러리 줄기의 아삭함이 만족스러웠다. 씹으면서 나오는 수분감은 신선했다. 처음부터 입안에 가득한 당기향도 씹으면서 없어지는데 먹을 만했다. 아주 맛있지는 않아도 새로운 식재료를 즐긴다는기쁨이 있었다. 어려운도전에서 승리한 것처럼.
샐러리 이파리전
샐러리의 이파리는 생으로 먹어도 되고 즙을 내어 먹어도 된다고 했다. 즙을 내는 기계가 없는 나는 샐러리 이파리에 계란을 섞고 약한 불에 굽다 치즈를 뿌려 먹기로 했다. 야채 전에 치즈를 올려 먹는 느낌인데 맛도 있으면서 영양가도 좋다.
샐러리에 익숙해져 매주 한 단씩 먹는다. 샐러리 줄기는 매장에서 먹을 간식으로, 이파리는 저녁 반찬으로 만들어 먹는다. 매장에서 샐러리 줄기를 과자 삼아 먹고 있으면 주위에서 나를 보는 표정이 곱지 않음을 느낀다. 어찌 저런 것을 먹을까라는 반응인데 아는 자만의 맛이리라.
샐러리를 잡고 푸바오처럼 오른쪽으로 씹었다가 왼쪽으로 씹다 보면 웃기기도 하지만 야채를 즐기는 내가 반갑다. 야채 러버로서의 삶을 지향하는 나에게 샐러리는 새로운 식재료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