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4일에 첫 포스팅한 블로그가 있다. 처음 비누를 만들며 올렸던 사진들과 글들인데 16년 전에 시작한 블로그는 아직까지 존재하고 있다. 일 년에 몇 번씩만 포스팅을 하며 사진을 올리고 있지만 일과 관련된 내용들이다. 주로 판매하고 있는 문구용품 중에 포스팅할 주제를 정하고 사진과 영상을 찍어 올렸다. 일을 해가며 찍어 놓은 영상을 편집하고 글을 쓴다는 것 자체는 쉽지 않았다. 특히 영상을 편집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들어갔고 눈이 아팠으며머리도 지끈거렸다. 하고 있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어 했었지만 꾸준히 하지 못해서인지 블로그가 성장하지 못했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리면서 생각했다. 블로그도 글을 쓰는 플랫폼인데 왜 브런치처럼 편하지 않을까? 왜 그럴까? 아무래도 검색위주의 블로그는 정보성, 제품 포스팅, 리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적어도 나에게 블로그는 이웃과의 소통보다 검색을 위한 용도로 사용했었다. 그러다 보니 내 블로그도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다.16년 동안 했던 블로그를 애정 없는 일기장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부아 C의 '부를 끌어당기는 글쓰기'라는 책을 읽게 되었는데블로그의 방향성과 진정성에 대해 생각하게됐다. 그러면서 내 블로그를 둘러보는데 문구류 포스팅과 오랫동안 방치되어 온 서툰 문장들이 확인되며 묵은 먼지들을 보게 됐다. 블로그의 예전 글들을 보는데 너무 부끄러웠던 것이다. 삭제를 누르고 싶을 정도의 민망함이었지만 지났던 나의 추억이기도 했다.
예전 포스팅을 통해 나의 민낯을 보게 되니 민망한 생각이 들면서 정리의 필요성이 느껴졌다. 괜찮은 것만 남기고 지울까도 싶었지만 예전의 서투름과 그 속에 담긴 시간들을 버리고 싶지 않아 전체 삭제를 누르지 못했다.아이들의 사진과 내가 만들었던 사진들은 남겨두고 나의 옛 일을 추억하고 공간을 기억할것들은 남겨두고 싶었다. 그렇게 카테고리를 다시 분류하고 정리하는 블로그청소를했다.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만큼 블로그에도 진심을 담아야 하니블로그 청소가 먼저였다.
블로그에는 나의 16년 전 일상과 지금의 일들이 담겨 있다. 블로그 속에 담겨 있는 사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때의 감정들이 생각난다. 그러면서 나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도 들게 한다. 아직도 비누냄새와 아로마 오일의 냄새가 나는 것 같지만 모든 것들이 미숙했다. 서툴렀던 나를 볼 수 있는 공간인 블로그에 희한한 애정이 생기니 예전 삶의 흔적이자 경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완벽하게 정리할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시간을 내어 블로그를 청소하니 뿌듯했다. 자세하게 하나씩 다시 포장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하다. 그냥 어색한 데로 두어야 했다. 매일 포스팅을 할 수는 없겠지만 블로그에도 애정을 가지며 오래된 것만큼 오랫동안 포스팅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