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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May 27. 2024

고수 라면을 먹는다.

라면국물이 맛있다.

아들과 쌀국숫집에 갔다. 쌀국수와 분자를 주문하는데 식당직원이 고수를 먹을지의 여부를 물어본다. 야채를 선호하지 않았던 예전이었다면 '아니요'라 말했을 테지만 이제는 달랐다. 나는 야채를 잘 먹으니까.

자신 있게 '주세요'를 외쳤더니 두 가닥의 고수를 접시에 내주셨다. 고수 양이 게 느껴졌지만 맛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했다.


그날 식당에서 먹어 본 고수는 내 입맛에 맞았다. 예전에는 '이거 무슨 맛이야'라며 거부감을 느꼈을 야채였지만 지금은 괜찮았다. 샐러리를 먹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먹거리 도전 중에 승리한 느낌도 들었다.


고수


마트에서 고수를 찾았다. 일단 한 팩을 사서 먹어보자라는 생각으로 골랐다. 집으로 와서 야채들을 정리하며 고수를 씻었다. 고수가 든 팩을 뜯는 순간부터 손질할 때까지 특유의 향이 강했다. 무슨 향인지 정확히 설명할 수 없지만 '나는 고수요'를 외치는 향이다.


식당에서 먹을 때는 고수뿌리를 손질해 주신 상태라서 뿌리의 유무를 몰랐다. 뿌리까지 먹는 장면을 TV를 통해 보고서야 알았다. 긴장된 호기심이 들면서 씻은 고수를 뿌리째 입안에 넣었다. 뿌리부터 씹으며 이파리까지 들어가는 고수의 모습이 춤을 추는 것 같다.


'내가 고수를 먹다니. 하물며 고수가 괜찮다.'

매일 같은 야채만 먹다가 새로운 야채들도전하고 보니 신기하면서 재미있었다. 먹거리 탐구생활을 하면서 야채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고수는 향신료에 가까운 허브류에 속하기에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에 좋다. 다른 야채와 마찬가지로 좋은 점들은 기본이다. 과하게 먹으면 혈당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만 주의하면 된다. 반대로 적당히 먹으면 혈당관리에도 좋다는 말이니 괜찮은 식재료였다. 


이제 어떻게 먹까?


고수를 떠올리면 쌀국수가 생각난다. 쌀국수 생각에 직접 만들어 볼까 했는데 맛있게 만들 자신이 없었다. 그냥 집에 있는 라면에 넣어 먹자는 생각에 냄비에 물을 올렸다.


고수라면


그릇에 잘라 놓은 고수 위로 삶은 라면을 부어주었다.

탱탱한 면발에 따뜻한 라면 국물.

호불호 강한 향의 고수와 면을 먹으니 맛있다. 특히 국물에 녹아든 고수향이 괜찮았다. 국물을 좋아하지 않았던 나도 국물을 떠먹게 했다.


쌀국수가 아니라도 괜찮구나. 앞으로 고수라면을 먹으면 되겠다 생각하며 고수라는 식재료에 만족했다. 입맛 감도는 고수라면이 생각나 며칠간 헤어 나오지 못했다. 이제는 라면을 먹으려 고수를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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