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3학년. 매주 두 번씩 학교를 조퇴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는 아들에게 발표수업이 생겼다. 보통 발표수업은 프레젠테이션으로 자료를 만들고 준비하는데 3D영상으로만들어 발표하겠다고 했다.자료를 모아 책상 위에 모아둔 메모지가 보이던데 그러려니 했다.
잠을 자지 않은 건지 늦게 자서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아침까지 아들은 깨어있었다. 학교에서 발표할 수업 준비로 컴퓨터 작업을 한 것이었다. 내게 마지막 자막 문구에 대한 의견을 묻고 3D영상작업을 마무리한 뒤 USB에 저장했다. 완성된 3D영상은 볼 수 없었지만 밤새 작업을 했다는 자체가 걱정스러우면서도 대견했다. 인터넷 강의는별다른피드백이 없어 지루하고 이해하기 힘들었을 텐데 배움의 결과물을 내놓는 것이 신기했다. 자신이 배우는 것들을 학교 수업에도 써먹고 있으니 더 좋았다.
"엄마! 저 3D영상으로 발표수업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전부 PPT로 발표하는데 제 영상만 3D여서애들이감탄하던데요."
"아침까지 작업하던 걸 발표했구나."
"네! 선생님도 제영상을 보시고 고퀄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아이구! 장하다. 수고했어."
퇴근하고 현관문을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랑하는 아들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작은 성취를 경험한 아들에게 흐뭇함을 느끼며수고했다는 말을 해주었다.
"역시 배움은 참 중요해 그렇지?"
"네. 그런 것 같네요. 인터넷 강의에 더 집중해야겠어요."
내가 바라던 바였다. 학교 발표수업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의 감탄사를 받았으니 기분이 좋았을 것이다. 말하지 않아도 자신이 배우고 있는 것을 학교 발표수업에 적용했다. 영상의 질을 떠나 신선한 아이디어로 좋은 반응을 얻었으니 자신감이 붙은 것이다. 이런 경험을했다는 것 자체가감사하며 축하해 줄 일이었다.
아들이 작은 성취들을 경험하고 배움의 기쁨들을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큰 그림을 그리되 작은 것들을 모으는 과정에 집중했으면 한다. 그런 무기들을 모으고 그걸 써 먹는 아들을 지켜보는 것은흥미로우면서도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