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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엄 Jul 15. 2024

기도하는 행복 여행을 계획한다.

나에게 기도는 명상과 같다.

천주교신자였던 나는 매일 기도한다. 가족의 건강과 성공, 감사한 삶을 위한 기도는 간단하지만 나의 생활루틴이 되었다. 성당에서 알려준 묵주기도의 기본5단인데 나는 한 번만 하는 변칙 기도를 하기도 한다. 바쁜 아침에 긴 시간을 투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신 매일 하는 꾸준함으로 하늘에 어필하고 있다. 지금은 성당에 다니지 않는 불량 신자가 됐지만 기도만큼은 착실히 하고 있다.


기도여행은 아들의 진로를 위해 시작했다. 다녀온 뒤에 좋은 일이 생기며 기도의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작년에는 마이산을 다녀온 게 다였지만 체력과 여건이 된다면 산책처럼 다니고  싶다.

내가 기도하는 이유는 마음의 평화와 아이들의 기쁜 삶을 위한 정성을 쏟기 위함이다. 산책하며 중얼거리는 묵주기도를 하다 보면 내 소망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정성을 쏟으면서 행복을 번다는 마음도 느껴지니 안정감이 든다. 희망을 바라며 묵주기도 5단을 마치다 보면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 명상하는 것과 같다.


2년 전에 다녔던 기도여행이 생각난다. 시작은 전국의 유명한 성당을 다니며 기도하고 오는 여행이었지만 정해진 미사시간과 1시간의 기도시간이 버거워 힘들었다. TV를 보며 게 된 가수 박진영 씨의 말(가수 비를 위해 교회에서도 기도하고 절에서도 기도했다는 말)로 절로 떠나는 묵주기도 여행을 계획했다. 그곳에서 기도하면 소원을 이루어준다는 말에 지체하지 않고 실행했다.


산을 걸으며 읊조리 듯하는 산책기도는 다른 의미로 자유로웠다. 모든 것에 정답이 없고 내가 원하고 그 일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바른 길이라면 괜찮다는 생각. 기도를 이렇게 해도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의지했던 종교에서 한 발짝 물러날 수 있었고 나의 고지식했던 프레임들을 부수어버리는 계기가 됐다.


원하는 시간에 기도만 하고 오는 여행의 대부분은 당일치기였는데 다녀오면 성취감이 남달랐다. 여행지를 검색하고 걷고 기도하고 돌아오는 게 다였는데도 좋았다. 여행을 하며 염원을 담은 기도를 하고 나면 미안한 마음보다 '잘하고 있어. 이래도 괜찮아'라는 마음의 말이 들려오곤 다. 성당에서 기도하는 것만이 옳은 기도가 아니라는 내 마음의 소리 혹은 위안이었다.


여행의 어디를 가든 할 수 있는 기도지만 힘들게 올라간 길일수록 기억에 남는다.

대구 팔공산 갓바위가 그랬다. 대구 팔공산 케이블카를 타려고 떠난 날이 케이블카 점검 마지막날이라 탈 수 없었다. 아쉽지만 걸어서 산을 올라야 했기에 아무렇게나 검색하고 오른 등산길이었다. 높은 계단만 1,365개, 1시간 30분 만에 올랐던 길을 쉼터마다 쉬어갔다. 숨을 헐떡거리며 산행을 시작한 것을 후회했다. 힘들게 올라도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만 보이니 아득했다. 등산길 1시간 30분이면 그리 긴 길도 아닌데 초행에 멋모르고 올랐던 길이라 더 그랬다. 그래서인지 기도여행지 중에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다신 가지 않으리라는 다짐을 하고 후덜 거리는 다리로 운전을 하며 집으로 왔지만 이제는 생각난다. 나도 모르게 다시 가 볼까 하고 여행지 목록의 1순위에 적어놓는다.




강화도 보문사나 양양 낙산사는 거제에서 출발하기엔 먼 곳이었다. 장시간 운전에 허리가 아팠다. 좋은 곳이었지만 당일치기로는 힘들기에 시간적 여유가 된다면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남해 보리암이나 여수 향일암은 하루 만에 두 군데를 다녀온 경우이긴 한데 이제 한 군데씩 다녀올까 생각하고 있다. 운전을 많이 해야 하는 먼 곳보다는 가까운 곳을 다니고 싶다.


여행지에 대해 고민하다 보니 다녔던 여행지라도 다른 길로 가는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2년 전 대구 팔공산에 멋모르고 갔던 앞길보다 뒷길로 가는 거다. 대구 팔공산을 갈 수 있는 길은 앞길과 뒷길이 있다. 앞길은 1,365 계단이 있는 곳이고 뒷길은 30분만 오르면 되는 편한 길이다. 초보 등산코스와 같이 편안한 길이라니. 다녀왔던 여행지이지만 코스가 다르니 흥미가 갔다. 같은 사람이라도 다른 상황이 되었고 같은 아들이라도 다른 시작을 맞이해야 했으니 괜찮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대구 팔공산도 하나의 계획일 뿐. 이제는 특정한 곳을 정하는 것보다 하늘아래 걸을 수 있는 모든 곳이라면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짧은 산책도 여행이라 생각하면 되니 마음 가는 데로 해야겠다. 중요한 것은 나의 정성과 마음일 테니까.

큰아들과 둘째 아들의 새로운 시작을 결정해 줄 2학기의 시간과 우리 가족의 행복을 위해 나만의 기도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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