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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서 욕이 들린다.

욕귀가 됐다

by 글쓰엄

매장에서 음악을 듣는데

"씨~ 바이~야~아~ 넌 내게 반했어~~"

엥? 노래에서 욕이 들렸다. 두 귀를 바짝 세우고 다시 들어 봐도 같은 소리였다.


"아따씨야. 이 노래 가사에서 욕이 들려요. 들어봐요. 씨바이야아~"

"아이! 과장님. 조용히 하세요. 손님이 들으면 어쩌시려고요."

"아니 진짜예요. 잘 들어봐요. 그렇게 들리지 않아요?"

"어? 진짜네."


컴퓨터 화면에 뜬 노래제목과 가사를 찾아봤다. 정용화의 '넌 내게 반했어'라는 노래로 저 부분의 가사는 영어였다.

'See my eyes~ 넌 내게 빠졌어'

'See my eye~ 넌 내게 반했어'


. 무안했다. 내 귀에는 다른 단어로 들렸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비슷한 발음이었다. 나의 무식이 탄로 난 순간이었지만 가사를 보고 들었던 그날만 빼고는 여전히 욕으로 들었다. 이런 재미있는 노래가 있다니 하며 무료할 때마다 가사 떠올리고 조용히 외쳤다. 찰진 억양과 억센 언어로 노래가사를 뱉어내는 나를 보며 아따씨는 기겁해했다.


"그 노래를 부르는 과장님의 얼굴을 좀 보세요. 옆에서 보면 얼마나 웃긴 줄 알아요?"

"몰라요. 하지만 재미있어요. 정용화 씨에게는 미안하지만 나 혼자 즐기겠습니다."

"이 노래만 나오면 과장님 얼굴이 생각나면서 나도 모르게 욕처럼 들려요. 어떡할 거예요."

가만히 있던 아따씨의 귀까지 욕귀로 만들어 버렸다.



매장에는 하루 종일 음악이 나온다. 매장을 다니며 물건을 고르는 손님에겐 무료하지 않은 소리가 되고 우리에겐 노동에 힘들지 않은 소리가 되어준다. 가게 오픈과 동시에 멜론을 트는 것은 일이 시작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매장에서 일을 하다 아는 노래가 나오면 자동으로 흥얼거리게 되는데 매시간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좋다. 큰 아들이 음악을 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멜론차트에도 관심이 생긴다. 나중에 아들이 만든 노래가 멜론 차트에 올랐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말이다.


매장에서 음악을 고를 때는 차트 100위 안에 든 곡을 클릭하거나 장르별로 된 테마를 선택한다. 보편적이기도 하고 음악을 선택하는데 시간이 들지 않기 때문에 편리하다. 그러다 보면 듣던 음악을 한 달째 듣기도 하는데 지겨워질 때가 있다. 색다른 곡을 들었으면 하다가도 매장을 방문하시는 손님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에 그냥 두는 편이다. 잠시 멈췄다가 재생하는 곡을 클릭을 할 때도 같은 곡과 같은 시간대가 되니 알람소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매장에서 흐르는 노래는 일을 수월하게 하는 노동요이자 비타민제다. 매장에 꼭 필요한 소리로 음악소리가 없어진 공간이라면 지루한 진공 상태 같기도 하다. 공기 자체가 어색해지기에 생각만 해도 견디기 힘들다.


뜻하지 않게 노래에서 욕을 들었던 그날. 음악에서 들렸던 가사로 욕타임을 기다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노래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매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욕을 듣지 않았나 자문해 보지만 그날 나는 기분이 좋았다. 영어가사 발음상 그렇게 들렸을 수도 있겠지만 노래를 통해 뱉어내는 가사에서 희열을 느낀다. 색다르고 흥미가 있으면서 통쾌한 소리였다.


요즘도 손님이 없는 매장에서 이 노래가 나오면 남몰래 따라 부른다. 그러면서 내 정신적 피로를 밖으로 끄집어낸다.

"씨~ 바이~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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