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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루라기

공이 답답하다고 울어대는 소리

by 글쓰엄

두 손가락 안 네모난 창에 갇힌 동그란 공

바람 불면 창을 뚫고 빠져나가려 울어댄다


바람 불면 소리 나는 공

화들짝 놀라 돌아보게 하는

손으로 눌러도 소리치는 공

들리는 소리에 듣는 이의 입술은 동그래진다


지닌 색깔도 다양하다

생긴 모양도 다르더라

불어야 하는 것도 있고

눌러야 하는 것도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면 시끄럽지만

필요할 땐 울어줘야 안전하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되어주고

누군가의 곡소리가 되어주니

한없이 시끄러운 소리만은 아니다


누군가의 입김이 나와야 울리고

누군가의 손길이 거쳐야 울리니

작은 상자 속 공이 답답하다고

울어대며 공간을 두드리는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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